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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인 Jan 20. 2024

내가 가진 편견을 고백합니다

친해지긴 어려운 사람들


어떤 것을 설명할 때, 연애에 비유하는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다.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인 것은 안다. 실제로 쉽게 이해가 되지만, 동시에 "아." 하고 외마디 탄식이 나온다. 연애에 비유하는 것은 내가 이해하기 위해 갑자기 과거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짜증 나는 설명 방식이다. 나는 연애의 장점보다 단점을,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을 더 강렬하게 떠올리는 사람이라 그럴 거다. 반면, 아마도... 연애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이는 연애 경험을 상대적으로 쉽게 거부감 없이 떠올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가 잘 안 통할 가능성이 높다.


연애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과도 안 맞는다.

나 재밌게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연애를 종용한다? 애정 어린 잔소리처럼 한 것임을 알지만, 내 라이프스타일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색하게 된다. 연애가 모두의 삶 속에서 디폴트이고 그걸 하지 않는 사람을 어딘가 완성되지 않은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도 편협하고 무례하다. 어느 정도의 친분은 유지할 수 있지만, 자주 만나긴 어렵다. 만날 때마다 무례함을 겪어야 하므로...


인맥을 과시하는 사람과도 친해지기 어렵다.

"나 누구 아는데, 이런 데 다닌다"와 같이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자랑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맥이 인맥으로서 유용하려면, 그 사람을 연결해 줄 수 있다든지, 그 업계는 어떻다든지 등의 정보값이 있어야 한다. 정보값이 없는 인맥 자랑은 바로 흘려듣게 되어 뭐라고 반응할지 모르겠다. 나의 뚱한 반응에 대화는 곧 종료된다.


"여자가~" "남자가~"를 달고 사는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 편이 낫다.

상대가 숨 쉬듯이 성역할을 구분할 때, 정신이 혼미해진다. "요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며 에둘러 입 다물라는 말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느라 상대의 말은 귀에 안 들어온 지 오래. 아무리 정보값이 있고, 인성이 훌륭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도 이런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대화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가 앞으로 할 말에도 구석구석 차별적인 단어가 섞여있으리라. 


화려하고 밝은 사람과는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걱정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분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감정이 지배적이다.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물론! (친해진 적이 없어서... 추측일 뿐이다만) 각자의 사정과 걱정이 있지만, 티를 안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분들께는 호감이 가지만, 뭔가 다가갈 수 없다는 느낌이 커서 친해지기 어렵다고 느낀다.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근데 화려하고 밝은 사람이어도 아주 잠깐이라도 그에게서 근심과 걱정이 느껴진다면 갑자기 친밀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울 거야'라는 건 편견일 수 있다. 지금 이렇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들의 특징을 적어봤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친해질지도 모른다. 편견은 언제든 깨지기 마련이니까(편견이 깨지는 날, 취소선 표시를 해두겠다.)


사실 친해진다는 것의 기준도 모호하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어야 친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자주 만나진 않아도 만났을 때 대화를 진심으로 재밌게 해도 친해진 거 아닌가? 여기에서는 '이 사람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을 때, 반갑게 이야기하거나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을 친해진 사이로 정의해 본다. 그러니까 위 사람들에게서는 갑자기 연락이 왔을 때, 카톡 미리 보기로 메시지를 보고 30분은 망설이다가 답장하고, 약속을 쉽게 잡지 않는 것.


그나저나 다 적고 보니, 엄청 찐따 같은 글이다... 하지만 다들 이런 편견을 갖고 살아가는 거, 다 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라며 자기 위로하며 마무리한다.

사진: Unsplash의Belinda Fe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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