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길에 볼드체로 쓰인 문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이 그려진 입간판을 지난다. 원하는 방식대로 죽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 ‘피날레'의 광고 입간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엔 노인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해저로 가라앉는 국가들을 목격했고, 갈수록 뜨거워지는 날씨 때문에 한낮의 외출이 불가해져 낮엔 자고 밤에 활동하는 식으로 시간대가 바뀌었다. 모든 시대가 그렇듯 세상이 망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망하는 속도를 늦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구가 못 살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우린 달라지지 않을 것을.
그래서 인류를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강력히 반대하는 척하던 정부도 슬그머니, 꽤 쉽게 규제를 풀었다. 누군가 대신 해주길 기다렸던 것처럼. 노인의 죽음이 특히 연금 운용에 이득이기 때문에 사실상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걸 예상하긴 해서 놀랍진 않았다. 그렇게 ‘죽음의 유연화'가 진행됐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스위스 안락사 사례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이 방영되었고, 죽지 못해 괴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콘텐츠화되었다. 사실 처음에 이런 콘텐츠는 우리 회사가 의뢰해서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건 비밀이다.
웃긴 건, 이런 콘텐츠가 많아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알아서 따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죽을 날을 예약해 둔 우리 고객을 인터뷰하며 ‘그동안 이렇게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 끝낼 수 있어 정말 평온하다'는 식의 내용이라던가, ‘피날레 상담 신청하는 법' 같은 하우투 콘텐츠가 우후죽순 제작됐다. 우리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된 셈이라 홍보 담당자인 정훈은 연일 빙글빙글 웃으며 이 사실을 보고하곤 했다.
“처음엔 두 가지 옵션으로 시작했어요. 먼저 스테디셀러인 주사 옵션. 전통적인 안락사 방법으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고통이 없어서 가장 많이 팔립니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건 약물 옵션으로, 알약을 먹기만 하면 30분 안에 숨이 멎어요. 마지막 순간에 조금 헐떡일 수 있는데 가장 저렴해서 잘 팔리는 편이에요.”
오늘은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날인데, 상품 기획자 포지션이라 기본 옵션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점점 많은 고객이 몰렸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 싶어 더 다양한 옵션을 만들었어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인 거죠. 다만,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해 객단가를 높여야 했고 그래서 기본 옵션보다 훨씬 비쌉니다. 죽음에 거액을 쓰고 싶게끔 만드는 게 핵심이고, 죽음의 로망을 실현해 주는 옵션인 셈이고, 누리 씨가 앞으로 담당할 일이에요.”
책자를 덮고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그렇게 만든 새로운 옵션은 어떤 게 있나 한 번 볼까요? 내 삶을 돌아보고 싶은 은퇴자들을 위해 만든 ‘회고록 패키지'입니다. 유산이 넉넉하게 남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불티나게 팔렸죠. 그 왜, 은퇴자들이 내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어하잖아요? 딱이었던 거죠.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한 다음, 그 내용을 기반으로 30분짜리 영상을 제작합니다. AI를 써서 영상 제작하는 건 시간이 얼마 안 걸려요. 영상을 시청한 후에 주사를 투여하는데, 회고 영상을 보고 난 후에 다시 살겠다는 의지가 생겨서 투여를 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합니다. 미리 알아두세요. 환불은 안 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게 없어서 크게 신경 쓰는 이슈는 아니긴 해요.”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이슈라, 환불 불가 조건을 계약 조항에 넣어두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기획할 땐 이런 변수도 꼼꼼하게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아, 아주 가끔 낭만주의자 고객분들께 백합방 상품이 팔리기도 해요. 근데 방을 꽉 채운 백합이 사람이 질식할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뿜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결국엔 질식사라 고통이 어느 정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진 않는데, 백합 자살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아직 옵션으로 유지하고는 있어요.”
기본 설명을 마친 나는 조금 무거운 목소리와 진중한 표정으로 운을 띄운다.
“그리고 곧 런칭될 옵션이 하나 더 있어요. 이건 컨피덴셜한 거니까 어디 말하면 안 돼요.”
신입 누리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대표가 흡족해했던 이름, ‘코스믹 엔딩'이 크게 박힌 슬라이드를 띄웠다.
- 이게 무슨 옵션 같아요?
- 코스믹… 혹시 우주에서 죽는 건가요?
코스믹 엔딩, 있어 보이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조합한 단어다. 사실 이 옵션은 대표의 로망에서 시작됐다.
“지안 씨, 상상력을 발휘해 봐. 나처럼 우주에서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다가 가는 거지. 얼마나 벅차겠어?”
이전과는 스케일이 다른 프로젝트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싫어도 해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 차근차근 정부 부처 미팅, 투자를 위한 자료 제작, 민간 우주여행 회사와 협약 체결 준비… 등을 했다. 처음엔 대표의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많은 것들을 하면 할수록 이건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빵 터지는 성과라도 챙겨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어떠한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 반드시.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 일단 테스트 옵션이긴 해요. 5회까지 시행해 보고 수요가 없으면 없어지고, 인기 있으면 시즌제로 운영할 거예요. 세부 옵션마다 금액 차이가 좀 나지만, 어쨌든 최소 10억은 돼요. 초초초프리미엄 옵션인 거죠.”
- 세부 옵션은 어떤 게 있나요?”
네 번째 장표로 넘어가 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기본 옵션은 우주선에서 15분간 우주를 구경하다가 맨몸으로 다이빙하는 거예요. 맨몸으로 다이빙한다는 게 꽤 공포스러울 거라 기본 옵션으로 하는 분은 많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우주복 입고 우주를 30분간 유영하는 유상 옵션을 마련해 뒀어요. 유영하다가 시간이 되면 가스가 나오고, 30초 만에 죽습니다. 원래 이번 달에 런칭하는 거였는데… 이전 담당자가 갑자기 퇴사하는 바람에 좀 미뤄졌어요. 다음 달 중으로 런칭할 건데, 홍보 방안을 아직 논의 중이라 런칭일이 확정되진 않았어요. 참고로 알아두세요.”
퇴사자 얘기를 꺼내니 그때 생각이 나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수민은 무책임하고 쓸데없이 정직했던 사람이었지.
이 설명을 마지막으로 신입과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코스믹 엔딩 런칭 행사 홍보 일정을 잡기 위해 정훈을 만나러 갔다. 정훈은 꽤 큰 성과를 가져왔다. 수민이 끝내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던 우주비행사 출신의 구명환을 첫 참여자로 정훈이 그를 섭외해 온 것이다. 그는 2010년 우주비행에 다녀왔지만, 이젠 우주비행에 다녀온 사람이 너무 많아져 큰 스펙이 안 된 나머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불운의 우주비행사다. 자료 서치를 하던 중 우연히 과거 인터뷰 기사를 보고 발굴한 사람인데, 보자마자 기사 제목이 떠올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시, 우주로 돌아갑니다”
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낭만적인가. 스스로 감탄하며 대표에 보고했고, 첫 참여 사례로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섭외에 공을 들여왔다. 다만, 수민은 명환을 만나고 올 때마다 세상 짐을 다 짊어진 표정으로 복귀하곤 했고 점점 더 창백한 얼굴로 대표에게 미팅 결과를 보고했다. 명환에게 쫓겨난 네 번째 미팅 날, 수민은 사직서를 냈다. 이런 짓은 못 하겠다고, 이게 살인과 다를 바가 뭐냐며 수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표에게 큰소리로 화를 냈고, 나가는 길에는 우리 부서로 와서 여러분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이건 미친 짓이라고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던 노스트라다무스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수민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건 환상이에요, 수민 씨. 그러다 우리 아빠처럼 돼요. 고등학생 때였다. 어느 날, 아빠는 부쩍 창백해진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엄마와 방에 들어가 심각해 보이는 대화를 나눴고 나는 문에 귀를 대서 엿듣곤 했다. 아빠가 다니는 공장에서 누군가 일하다가 죽었다. 많은 경우가 그렇듯 비용 절감의 이유로 안전 매뉴얼대로 하지 않다가 생긴 사고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는 하필이면, 작업반장이 피해자에게 혼자 가라고 지시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이대로 침묵하고 있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했다. 엄마는 애원하듯 “조금만 참으면 안 될까? 내부 고발, 그거 하면… 직장생활 그냥 끝나는 거잖아. 우리 지안이는 어떡하라고… 대학 갈 때까지만 참자, 응?이라며 말리곤 했다. 엿듣던 나 역시 ‘우리 집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 학원비는?’ 생각부터 들었고, 아빠가 내부고발이란 걸 제발 하지 말았으면 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 대단한 내부고발을 저질렀다. 그 이후 모두가 아빠와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으려고 했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나왔다. 아빠는 내가 학교에 간 이후에나 방에서 나오고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날 피하듯 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가끔 마주칠 때 보면, 아빠는 유령 같았다. 시체 같은 얼굴을 하고 집에 있지만 발을 붙이지 못한 채로 방과 거실만 둥둥 떠다니는 유령. 음울한 아우라를 마구 내뿜는 아빠를 마주치면 마음이 덩달아 무거워졌기 때문에 서로 마주치지 않는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엄마를 통해 간간히 새 직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한다는 비보와 함께.
하루는 전 동료들을 만난다면서 오랜만에 외출하더니,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왔다. 아빠는 신발을 벗다가 꼬일 대로 꼬인 발음으로 “배신자들… 배신자들…”이라고 중얼거렸고,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억억 소리를 내면서까지 울었고 진짜 토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아빠가 이렇게 우는 건 처음 봐서 당황스러웠으며 솔직히 보기 싫었기 때문에 대충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인사하곤 내 방으로 도망갔다.
아빠는 그 이후로 더 가만히 집에서 죽은 듯이 지냈다. 집 안의 온갖 생명력을 다 빨아들였고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학원을 그만뒀기 때문에 그런 아빠를 더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일을 할 의지가 전혀 없고 끝없이 좌절하고만 있는 모습이 지긋지긋했기 때문에 나는 더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혼자 밤늦게까지 공부한다고 해도 사교육을 이길 수는 없었고 내 등수는 자꾸만 떨어졌고 결국 목표했던 대학에 떨어지고 고만고만한 대학에 간신히 붙었다. 학원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아빠가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쓸데없이 정직했던 사람, 수민도 그런 사람이었다.
수민의 퇴사는 오히려 회사 입장에선 괜찮았다. 세일즈 출신의 정훈이 섭외 일을 맡으면서 오히려 속도는 빨리 났다. 명환을 어떻게 구워삶었는지 섭외에 성공했고 명환의 가족에게 남겨질 거액의 사례금으로 세 가지를 얻어왔다. 코스믹 엔딩의 첫 주자가 될 것, 우주에서 죽는 게 그의 오랜 로망인 척 인터뷰할 것, 비밀을 유지할 것. 우리 모두 이번 프로젝트가 엄밀히 말하면 자발적인 죽음은 아니기에 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계속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어 왔기에 새로운 시장을 매번 열어왔던 거 아닌가. 우리는 지금 혁신을 하고 있는 거다. 곧 우리의 혁신은 시작된다. 그렇게 믿었다.
얼마 안 있어 런칭 행사를 위한 언론 보도와 명환의 인터뷰가 나갔고 역시 세상이 떠들썩했다. 대성공의 조짐이 보여서 아드레날린이 돌았고 잠을 자지 않아도 멀쩡할 정도로, 오히려 극강의 효율로 행사를 준비했다.
“1시간 후에 발사인데, 지금 명환 씨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게 말이 돼요?”
그런데 런칭 행사 당일, 출발을 앞두고 명환이 사라졌다. 분명 대기실에 있었는데, 기자회견을 하는 사이에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다. 전 직원이 혼비백산이 돼서 본부 구석구석 찾아다녔고 나도 눈에 불을 켜고 명환을 찾아나섰다. 이런 돌발 행동, 진짜 싫다.
어이없게도 명환은 청소용품을 모아둔 캐비넷에 몸을 구긴 채 숨어있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하고 열어봤는데, 명환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명환 씨…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지금 명환 씨 찾는다고 난리가 났어요…
- ...싫습니다.
- 네? 뭐라고요?
- 선생님, 저 사실은 죽기 싫습니다. 아시잖아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인한 거. 무를 수 없겠습니까?
눈물, 콧물, 땀 범벅이 된 명환이 날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되려 그의 눈물을 보고 뛰느라 흘린 땀이 차갑게 식으며 차마 그에게 뱉지 못할 생각을 했다. 진짜 싫으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말았어야지. 침착하게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한껏 내린 다음 설득했다.
“명환 씨, 어떤 마음인지는 알 것 같아요. 많이 무서우시죠. 마음 같아서는 다 중단하고 명환 씨 돌려보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다 중단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 건, 알고 계시죠? 정훈 씨가 계약할 때 말씀드렸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말이 좋아 설득이지, 협박인 것을 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이 프로젝트를 해내야 한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명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캐비넷에서 나오며 말했다.
“그쪽들이 하려는 거, 살인인 거 알죠?”
명환을 찾았다고 무전기에 대고 말하다가 멈칫했다. 살인?
“살인이라니요, 명환 씨. 누가 들을까 봐 무섭네요. 합의된 죽음인 거죠. 명환 씨도 이 죽음이 필요했고, 우리도 필요해서 계약으로 합의한 거죠.”
자기도 동의한 거면서 이제 와서 우리를 가해자로 만들려는 게 어이가 없어서 정색한 채 그의 말을 정정했다. 명환이 더 말할 게 있는 것처럼 입을 열었지만, 지금 말싸움할 시간이 없다.
“이쪽으로 이동하실게요.”
그가 다시 말꼬리를 잡기 전에 그의 말을 끊고 팔을 끌어 대기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기실로 가는 내내 명환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이게 어떻게 살인이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머리를 털고 곧 있을 프로젝트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쓸데없는 생각을 밀어냈다.
대기실에 명환을 들여보내는데, 그가 내 눈을 보며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그쪽, 사장도 아니잖아요.”
나는 답했다.
“솔직히 말할게요. 대박 내서 사장이 되고 싶어서요.”
명환은 내 답변에 어이없다는 듯 큰소리를 내서 웃더니, “겨우 그것 때문에 사람을…”라고 말하며 문을 쾅 하고 닫았다. 겨우? 자기는 돈 한 푼 못 벌고 있었으면서, 결국 자기 목숨값으로 돈을 벌게 됐으면서 사장이 되고 싶다는 날 비웃은 거야? 당장이라도 문을 열어 명환에게 겨우 당신 같은 사람에게 비웃음당할 만한 꿈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임박한 출발 시간에 애써 화를 누르고 우주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들리니, 목표쯤으로 정정하겠다. 고등학생 때 유령이 된 아빠를 견디며 아빠와는 정반대로 살기로 결심했다. 양심에 따라 일하다가 버려지느니, 그런 직원을 버릴 수 있는 사장이 되겠다. 적어도 그래야 돈을 벌지 않는가. 여기서 크게 한탕하고 개인별 상품을 맞춤형으로 기획하고 진행해 주는 ‘프라이빗 엔딩 컨설팅'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니 이번 프로젝트 성과가 크게 터질수록 내 이력도 화려해질 테고 내 회사를 차린 후에 이 경험을 그럴듯하게 풀면 투자도 받을 수 있을 거다. 인맥도 없고 그저 그런 학교를 나온 내가 이 업계에서 눈에 띄려면 뭐라도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경험을 어필해야 하니까. 벌써 여기서 일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제 누구나 인정할 법한 성과를 내서 떠나야 할 때였고, 그래서 새로운 상품으로 수억대의 매출을 만드는 게 절실했다. 이렇게 절실한 내 목표를 ‘겨우 그것'이라고 비웃다니.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우려가 들긴 했지만, 한번 눈을 질끈 감으니 괜찮았다. 아빠도 이렇게 눈감았으면 곧 괜찮아졌을 텐데. 그럼 나는 계속 학원에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심지어 아빠 외에도 내가 아는 양심에 따라 일한 사람들은 다 망했다. 수민만 해도 그렇다. 수민은 퇴사 후 업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절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고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산다는 얘기도 있었다. 떠났다라… 자발적으로 떠난 건지 튕겨 나간 건지.
바빠 죽겠는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다니, 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볼살이 떨릴 정도로 머리를 격하게 흔들며 우주선에 먼저 탑승했다.
조종사 2명과 대표, 나, 정훈, 명환까지 모두 탑승한 후 우주선은 ‘우르릉' 소리를 크게 내며 무사히 이륙했다. 얼마간 천둥 같은 엔진소리가 지속되다가 순식간에 고요해지더니, 발이 두둥실 떠올랐다. 우주에 왔구나. 명환은 뭘 하고 있나 슬쩍 봤더니, 창문으로 지구를 멍하니 바라 보고 있었다.
“이렇게 우주를 와 보네. 끝내주네요. 정훈 씨, 우리 음악 좀 틀어보죠?”
그때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는 대표가 말했다. 정훈이 어제 듣다 만 음악인지, 고전영화 그래비티의 OST를 틀었다. 하필 영화 속 주인공이 동료와 연결된 끈이 끊기며 우주 미아가 되던 순간에 흐르던 음악이었던 것 같다. 긴박한 비트가 흘러 심장도 쿵쿵거렸다. 재수 없게 왜 이런 노래를.
명환도 그 장면을 떠올린 걸까, 눈살을 찌푸리곤 조용히 있고 싶다며 꺼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각자 창밖을 보고 있었고, 기자들에게 뿌릴 보도자료를 쓰느라 바쁜 정훈의 타자 소리만 들렸다. 타닥타닥.
드디어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 이제 명환 씨에게 절차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릴게요, 명환 씨. 개인실에 들어가서 바깥을 보고 계시면, 저희 홍보 담당자인 정훈 씨가 라이브 영상을 찍을 거예요. 시간이 되면, 대기실로 이동해서 우주복을 입혀드리겠습니다. 참, 명환 씨가 우주 유영을 하는 순간까지만 촬영할 예정입니다.”
실시간 라이브 영상은 정훈의 아이디어였는데, 기자들이 탑승했다가는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해 낸 묘안이었다. 창문 밖 미지의 우주를 바라보며 생각에 젖은 듯한 모습은 낭만주의자들의 마음을 자극하기 딱이고, 명환이 우주에 유영하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일 것이다.
물론, 라이브 영상을 송출하는 건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다. 채팅창에서 ‘저 모습을 생중계 하는 게 맞냐' ‘그러는 당신도 이 생중계를 보고 있지 않느냐' 등 갑론을박이 펼쳐질 수도 있고, 기술적인 실수가 생겨도 그대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끼리 머리를 모아 고민해 본 결과, 어쨌든 화제성은 가져올 수 있다, 시끄럽게 알려져야 우리의 잠재적 부자 고객도 알게 될 거라고 결론 내렸다. 단, 죽는 순간은 고객의 존엄성을 위해 촬영하지 않기로 했고 홍보 영상에도 해당 안내 문구를 내보내기로 했다.
“죽는 순간엔 안 찍어서 다행이네요.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정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좀 전에 울던 사람이 맞는지, 힘이 실린 눈빛에 움찔했고 그의 냉소에 뭐라 반응할지 몰라 목구멍이 턱하고 막혔기 때문에 희미한 웃음과 함께 그의 말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다듬고 안내를 이어갔다.
- 우주를 유영하시다가 1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가스가 나올 거예요. 잠에 들 듯 편안하게 눈이 감길 거라,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 해보셨나요?
- 네?
- 지안 씨가 그 가스를 마셔보고 이렇게 안내를 해주시나 해서요. “잠에 들 듯 편안하게"라는 느낌은 그냥 추측이겠죠. 고통에 몸부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뇌부터 죽는 걸 수도 있잖아요.
왜 이 사람은 사사건건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걸까.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고 해서 빨리 이 짜증 나는 대화를 종결해야 할지, 여태 봐온 고객들은 누구보다도 편안한 표정으로 죽었다고 반박해서 싸움을 이어갈지 고민됐다. 어차피 곧 죽는 사람이다. 대충 끝내자.
- 제가 표현이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 아니, 죄송할 건 아니고요. 이 상황이 웃기잖아요. 죽어보지 않은 사람이 죽음을 판다는 게. 아, 지안 씨가 하시는 일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상황이.
명환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경험을 파는 게 맞긴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팔린다는 게 더 웃긴 게 아닐까' 생각하며 왼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더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제 명환이 우주로 돌아갈 시간. 정훈의 도움으로 뚱뚱한 우주복을 입은 명환은 우주로 뛰어내렸다(드디어!).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 명환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해 우리는 모두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명환은 꼼짝도 하지 않고 파랗게 빛나는 지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명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죽기 전엔 삶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들 하는데, 광할하디 못해 무한한 우주에 둥둥 떠서 내가 살던 행성을 내려다보면, 아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것만 같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지금도 지구에선 다들 매출이니, 신상품이니, 뭐든 간에 잘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겠지만, 우주에서 봤을 땐 아무런 티도 안 난다. 지구는 그냥 고요하게 있을 뿐이다. 우리 상품은 죽기 전에 고객에게 일종의 ‘해탈' 경험을 선사하는 게 아닐까. 오케이, 좋다. 고객 상담할 때 이 표현을 써먹어야겠다 싶어 메모하려던 찰나였다.
명환이 우주복이 뭔가 불편한지 꼼지락대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지?
“저거… 뭐야? 뭐라고 쓴 거야?”
슬로건의 글씨가 맨눈으로 보이지 않아 모두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봤다. 불길했다.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던 정훈의 카메라를 내리려고 그를 돌아봤으나, 정훈은 이미 카메라 줌을 당겼다.
“비윤리적인 코스믹 엔딩에… 반대합니다?”
대표의 카메라 끄라는 외침을 마지막으로 방송은 종료됐고 나는 황급히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명환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 명환 씨,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 지금 저한테 이럴 시간 없으실 거예요. 유튜브 확인해 보세요.
- 무슨…
명환의 말을 듣자마자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반안락사연대'라는 채널명과 ‘코스믹 엔딩의 실체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보였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섬네일을 클릭했다. 화면 속 수민은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MC처럼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 사업이 정부와 손을 잡아 만든 것임을 증명하는 모든 것들, 그러니까 협의체 회의 녹취 파일, 방송사와 주고받았던 은밀한 논의가 담긴 메신저 캡처, 명환을 섭외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회의 녹취, 명환이 거부 의사를 밝힌 후에 우리끼리 한 대화 녹취 등을 차례차례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출발 전 명환이 캐비넷에서 웅크린 채 나와 나눴던 대화 녹취까지. 좀전의 대화를 온 세상에 까발린 후, 수민은 정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 우리는 마지막까지 혹시나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직원도 사람이니까 인정에 호소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냉정한 답변이었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나치의 성실한 충복으로서 600만 명 학살에 큰 기여를 한 아이히만도 그저 일을 잘하려고 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저격하는 말이었다. 어떻게 나를 나치에 비교할 수 있어? 헛웃음이 나왔다. 수민은 정의의 사도가 된 자신에 취한 것 같았다. 너는 이러려고 아예 작정하고 들어온 거였구나. 잠시나마 수민을 안쓰럽게 느꼈던 내가 바보였네. 더는 못 들어주겠다 싶어 화면에서 눈을 돌려 대표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는 쓰러져 있었다. 아마도 분노에 못 이겨 쓰러진듯 했다. 역시 도움 안 되는 인간.
“지안 씨, 들립니까? 지안 씨?”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걸까. 명환이 통신을 보냈다.
-언제부터였죠? 언제부터 수민 씨랑 손잡고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 이런 짓이라뇨. 저흰 옳은 일을 하는 겁니다. 저 근데 지금 1분 남았는데… 마지막 남은 시간을 브리핑하면서 보내기는 싫은데요. 영상 끝까지 보시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되실 거니까 릴렉스하세요.
시계를 봤다. 이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15분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더더욱 명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발하지 않고 참여하면 죽지만 돈을 벌고, 고발하고 참여하면 죽는 건 똑같고 위약금까지 무는데, 왜? 왜 이렇게까지?
명환은 내 생각을 읽은 듯 말을 이어갔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도 온 세상이 죽으라고 등 떠밀고 있었어요.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돈 벌어보겠다고 안 해본 일 하다가 다치고, 병원 갈 돈은 없고, 근데 최악은 뭔지 아세요? 사람들은 도덕적 해이니, 뭐니, 자기들끼리 싸우는 척하면서 나라에서 돈을 받고 사는 우리를 손가락질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건 신경도 안 쓰더군요. 음… 10초 남았네요. 아무튼 어차피 죽을 거 영웅 노릇은 해봐도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수민 씨한테 나중에 따로 연락했습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명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는데요?”
명환은 피식 웃더니 답했다.
“...적어도 세상을 망치는 사람들이 눈치 보게 만들 수 있잖아요.”
이 대답을 마지막으로 명환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가스가 나오고 있을 시간이었다.
“저… 시신 수습은 언제 하시나요? 이제 복귀할 시간이라서요.”
미동도 없이 우주에 부유하고 있는 명환을 보고 있던 내게 조종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옆에서 대표는 마음 같아선 그냥 우주에 버리고 가고 싶다며 구시렁댔다.
- 그럼 국제 우주법에 걸린다는 거 아시잖아요, 대표님
- 안다, 알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시신 수습은 지안 씨가 하기로 했지? 빨리 끝내고 와.
- 네, 다녀올게요.
원칙대로라면 우주 교육을 제대로 받은 조종사가 하는 게 맞았지만, 그 작업까지 맡기면 비용이 확 뛰어서(시체를 본다는 정신적 충격 때문이라나) 내가 담당하기로 했다. 명환은, 아니 명환의 시신은 우주선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에어록에서 끈을 잡아당기기만 하면 돼서 복잡한 작업은 아니다. 안전복을 착용하고, 우주에 떨어지지 않도록 내 몸을 안전바에 단단하게 연결하고, OPEN 버튼을 누른 다음, 명환의 시신이 연결된 끈을 잡아당긴다. 그다음, CLOSE 버튼을 누르면 끝난다. 그래도 긴장되긴 해서 하는 방법 매뉴얼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에어록으로 향했다. 눈은 매뉴얼을 읽고 있었지만, 에어록으로 가는 길 내내 머릿속엔 수민의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는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모든 게 망한 와중에도 열심히 일하러 가고 있다니, 헛웃음이 났다.
“에어록에 도착해서 환복 완료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침을 꿀꺽 삼키고 OPEN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며 몸이 갑자기 붕 뜨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안전바에 연결된 카라비너가 부디 불량이 아니길 바라며 호흡을 가다듬고 끈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깜깜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하얀 우주복을 입은 명환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다가왔다. 멀리 있을 땐 바람개비처럼 보였다가 점점 가까이 올수록 날씨 예보 속 태풍의 형상처럼 보여 위압적이었다. 공포 영화 속 귀신이 “쿵! 쿵! 쿵!” 효과음과 함께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 같기도 해 숨을 참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침내 에어록 입구에 가까이 오자 빠른 속도로 에어록 안으로 빨려 들어왔고, 명환의 얼굴이 순식간에 내 눈앞에 나타났다.
- 악!
- 왜, 무슨 일이야? 문제 생겼어?
- 아니… 아닙니다. 그냥 좀 놀라서. 시신 수습했습니다. 마무리 작업하고 복귀하겠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카라비너를 해제하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크게 호흡했다. 이제 시신을 운반팩에 옮겨야 한다. 숨을 내쉬고 엎어진 명환을 겨우겨우 뒤집었다. 또다시 마주 본 명환의 얼굴. 명환은 무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그 위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의 내 얼굴이 비치고 있다.
명환 씨,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내가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알려주고 가요. 명환 씨한테 사과부터 해야 할까요? 그런데 명환 씨는 이미 죽어서 내 사과를 들을 수도 없잖아요. 지구로 복귀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이 던지는 달걀을 고분고분 맞으면 될까요? 회사는… 감사를 받게 되겠죠? 기획서에 제 이름이 박혀 있는데, 그럼 전 감옥에 가게 되는 걸까요? 그럼 제가 일해왔던 건, 공부해 왔던 건 다 쓸모없는 게 돼버리겠네요. 아, 명환 씨처럼 되는 거군요.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거.
보관팩에 옮기며 명환과 나눈 대답 없는 대화는 생각 정리에 꽤 도움이 됐다. 이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겠다. 코스믹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