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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une Jun 24. 2023

별점을 깎을 수 없었던 호이안 숙소

내가 사랑한 핑크 튤립 호이안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다시 호이안에서 혼자 머물 곳을 찾아야 했다.


나는 혼자 머물 때는 반듯한 호텔보다 홈스테이나 호스텔을 아직도 선호하는 편이다. 돈을 아끼는 것도 있지만 그 편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왠지 분위기 만으로도 외로움이 덜 하다.


이따금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좋은 호텔방에 혼자 머물 때도 있었는데 커다랗고 깨끗한 방에 혼자 있으면 같이 오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이 더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몸은 편한데 마음은 방의 빈 공간만큼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안한 숙소를 찾게 되는데 깨끗하고, 적어도 숙소 주변은 조용하고, 친절할 것 같은 곳곳을 찾는다.


그런 나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숙소가 있었다. 구글, 북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까지 거의 만점에 육박하는 별점! 게다가 손님들이 남긴 리뷰가 하나같이 리뷰라기보다는 감사 편지 같았다. 그런데 아직 네이버에서는 후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각종 사이트 리뷰 캡쳐. 어딜 봐도 리뷰 평점이 만점 가깝다



게다가 사진들을 보니 너무 내 취향인 거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호이안 특유의 분위기 물씬 느껴지는 인테리어에 초록초록한 정원까지! 그런데 가격이 조식 포함해서 1박에 거의 한국돈 2만 원 수준인 것이다. 막 예약을 해야겠다 생각한 나에게 오히려 이 저렴한 가격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뭐, 하루 2만 원이니까 정 맘에 안 들면 다른 데 가도 되겠다 하고 2박 예약을 했다 ( 최소숙박이 2박부터였다). 대체 어떤 곳 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나의 핑크 튤립 호이안


핑크 튤립 호이안 홈스테이. 직접 찍은 사진이 못나서 퍼옴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입구로 캐리어 끌고 들어서자마자 연못에 빠질 뻔해서 깜짝 놀랐는데, 길처럼 난 연못이 입구부터 거실까지 정원을 가로지르며 이어져 있고, 안에서는 잉어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독특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핑크 튤립 의 정원



연못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용하고 아늑하고 또 아기자기한 느낌의 거실이 나온다.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이 거실에서 일을 했는데, 일을 하다가도 정원 벽 전체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금세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아늑하고 세심하게 꾸며진 거실



핑크 튤립의 곳곳에서 그들이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 디테일을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게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 방이 괜찮은 호텔방이라도 감탄했을 텐데, 하물며 하루 밤에 조식포함해서 2만 원밖에 안 하는 방이라 생각하면 이들이 만들어낸 공간은 감동스러웠다.


1층 내방 입구로 통하는 테라스 문과 방에서 바라본 테라스


일단 여기는 모든 방에 테라스가 있다. 아침마다 테라스에서 정원을 보며 멍 때리는 그 기분이란! 하얀 캔버스 천으로 된 튼실한 나무로 된 야외 의자가 놓인 테라스는 아침이나 저녁에 잠시 조용히 앉아있거나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테라스에는 작은 주방과 간단한 식기가 구비되어 있어서 포장해 온 음식을 먹거나, 과일 깎아먹기도 좋았다.



처음 들어갈 때 정신없이 방 구경, 집구경 하느라 체크아웃하는 날에 방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마음이 담긴 방을 막 어지럽히고 나올 수 없어서 최대한 정리 정돈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가구들도 모두 튼튼하고 정갈한 원목가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바닥타일하며 깔끔하한 인테리어에 반했다. Anne이 말하길 홈스테이이지만 호텔급의 퀄리티를

위해 처음부터 설계하고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은 디테일들.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하나도 더 센스있게.. "방해받기에는 너무 멋져요"


웬만한 호텔보다 훨씬 나은 미니바. 차 주전자도 있고, 전기포트도 좋은 걸로 구비해 놨다.


그리구 정말 마음에 들었던 샤워, 화장실 공간. 깨끗하고 널찍하고 인테리어도 고급지다. 베트남은 휴지 쓰고 변기통에 못 버리게 하는데 여기는 버려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들. 홈스테이에 로고 박힌 어매니티가 웬 말인가. 칫솔, 샴푸, 바스젤 모두 핑크 튤립 로고가 들어가 있는데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드라이어와 휴지통도 핑크색 디테일. 수건도 두툼하고 좋았고, 면봉이나 이런 것들도 가득가득 통에 담아져 있다.



무엇보다 정말 정말 작은 것이지만, 지금까지 묵었던 베트남 호텔에서 정말 형언할 수 없는 맛의 어딜가나 똑같은 의문의 하얀 치약이 구비되어 있어서, 따로 민트향 치약을 사서 가지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민트향 치약을 구비해 두고 있었다. 이런 것 하나까지, "내가 지낸다면 이런 곳에서 지내고 싶다"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손님들이 이 그들의 공간에 머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리고 그들이 손님에게 어떤 느낌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는지가 이 집 전체에 세심하게 녹아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Trung이 힘내라고 챙겨준 망고


아침에 어슬렁 어슬렁하고 거실로 나오면 호스트인 Trung이 베트남식으로 내린 핀커피와 주식을 챙겨준다. 조식도 양식스타일과 배트남 스타일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무엇보다 심플하지만 집밥먹는 느낌이라 좋았다. 뭘 먹어도 주흐도 주고 과일까지 챙겨줘서 매일 아침 배부르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푸릇푸릇 식물이 심어져 있는 화분 겸 책상에서 일을 하다 보면 Trung이 과일 좀 깎아 줄까, 음료수 좀 줄까? 하며 마음을 써주었다.


마치 공부하는 딸내미 방에 들러서 뭐 필요한 거 없니? 하는 엄마처럼 조용하게 나를 챙겨주었다. 베트남 어딜 가나 하루 한 개 정도 망고를 꼭 사 먹었는데, 핑크 튤립에 머무는 동안에는 사 먹을 필요가 없었다.



약간 쥐라기 공원 느낌 나는 수풀 우거진 초입길


처음에 갈 땐 중심가와 살짝 떨어져서 외진 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는 곳이라 조금 걱정을 했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근처 강길을 따라서 쭉 걷다 보면 걸어서 20분 남짓, 그랩으로 차나 오토바이를 부르면 10분도 안 걸리고 올드 타운 중심가로는 갈 수 있었다.


하루 일을 마치면 베트남 시간으로 대체로 오후 4시쯤 되는데, 어스름히 노을이 곧 내릴 듯한 강 길을 걸으면 기분이 참 좋았다. 길가에는 멋진 음식점과 카페들이 있어서 늦은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가져간 책을 읽기도 했다.


매일 같이 산책했던 강가


Anne은 낮에는 분주히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관리하느라 바빴고, Trung은 종종 바깥일을 보거나 하는 것 같았다. 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호이안을 여행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게스트였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하노이에서 먼지 때문에 지어먹은 알레르기 약 부작용으로 두드러기가 났을 때, 나를 약국까지 데리고 가서 다른 약을 짓는데도 크게 도와주었고, 빨래까지 공짜로 해주었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 나에게 관심을 주고 배려해 주는 집주인들이 돌보는 이곳에서 머무는 내내 보살핌을 받는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따뜻했다.


Trung이 준 과일 주스를 마시며 일하다 한 숨 돌리기


이 분들에게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팁을 드리기가 뭐 했다. 뭔가, 돈으로 보상하기에는 다른 무언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돈을 드리는 대신에 내가 쓰는 모든 서비스에서 좋은 리뷰를 남겨서 한 분이라도 더 이 아름다운 숙소에서 머물 수 있도록 등 떠미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래서 리뷰들이 그랬구나.



엄마(?) 같은 Trung과 마지막 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명한 여행지나 음식보다도 지냈던 숙소가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 숙소는 뭔가 마음에 남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6시에 떠나야 하는 나를 위해, 들고 가서 차에서 먹을 수 있도록 오렌지주스와 초콜릿 쿠키를 챙겨주러 나온 Trung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핑크 튤립 호이안 예약은 여기에서 가능합니다.


핑크 튤립 호이안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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