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참 변덕이 심하다. 며칠 동안 흐리며 비가 오기도 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지거나 그 중간에 보드라운 입체감의 뭉게구름이 떠있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다. 친구와 퇴근 후에 한강에 가자고 동시에 말을 꺼냈다. 파파존스에서 피자를 시키고 한강 근처 편의점에서 카스 네 캔을 샀다. 맥주 두 캔을 베이스로 시작하는 친구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최근에 한강을 많이 와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돗자리와 테이블을 다 돈 받고 빌려줬다. 내가 한강을 안 와도 너무 안 왔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 시작한 친구의 연애이야기, 내가 소개팅했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결혼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들었다. 솔직할 수 밖에 없는 친구와 환경에 놓여있어 못할 말이 뭐가 있을까.
저녁에 만나서 본 노을을 감상하다 보니 금방 어두워졌다. 별로 크지도 않은 빌린 돗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하늘을 봤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아무말 없어도 편한 친구가 옆에 있어 사색에 잠길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하늘을 멍하니 보곤 했다. 공부의 압박감에 학원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집에 들어가기 전 대문 앞에 앉아 한참을 하늘을 보곤 했다. 꽤나 자주 그랬던 것 같다. 밤하늘을 계속 응시하다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어둠 속에서 내가 굉장히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듯하고 그 끝없는 빈 공간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든다. 마음에 안정감이 생기고 눈을 뗄 수 없다. 이게 내가 하늘을 보는 방법이다.
생각해보면 요즘에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 고민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그렇지는 않았는데. 잠깐 쉴 생각을 못했나 보다.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나 보다. 나는 하늘을 보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잠깐이라도 자주 바라보자.
[2021년 5월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