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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Jan 15. 2022

상처를 주고 나서 후회하는 것들

 가방이 살짝 찢어진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뭔가가 묻었겠거니 싶었다. 떼어내려 했으나 상처가 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취업을 하고 처음 산 가방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며 내 소비 기준을 감안했을 때 꽤 비싼 돈으로 샀다. 무언가를 쉽게 사지 못하는 것도 내 특성이다.  


 지금은 핸드폰을 바꿨지만, 이전에 쓰던 핸드폰들은 액정이 두 번 이상 깨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도 떨어뜨렸다. 내 작은 손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큰 핸드폰을 사용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와는 맞지 않은 욕심이었다.


 액정은 시계에도 있었다. 그날은  그렇게 술을 마셔댔는지, 비틀거리다가 울퉁불퉁한 벽에 긁어버렸다. 넘어지는 대신 시계를 갈음했다. 술을 마신 많은 날들중 시계만 나에게 상처를 받았으랴.


 안경을 쓰고 잠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안경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평이 되어버렸다. 뒤틀려버린 테를 썼을 땐 눈이 아팠다. 양쪽이 맞아야 하는 것들에게 있어서 한쪽이 무너지게 되면 슬프고 아프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왜 항상 상처가 날까. 나는 왜 상처를 주고 나서 후회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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