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부끄러워 글로 쓰는 아들 녀석 올림
저녁 9시네요. 아마 어머니는 식당일을 마무리하고 계실 거고, 격일로 일하시는 아버지는 오늘 쉬시는 날인지 일하시는 날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쉬셨던 날을 기억해 달력을 되짚으면서 '아 오늘은 일 하시는 날이구나' 합니다. 일 하시면 일하신다는 핑계로, 쉬시면 주무셔야 한다는 핑계로 전화를 안 드렸네요. 아버지는 제 전화 없이 조용하게 주무시고 싶은 게 아니신 걸 아는데도 그렇습니다. 아는데 안 하는 게 제일 나쁜 거라던데 죄송해요. 주무셔도 전화할게요. 아니, 안 주무실 때 알아서 전화할게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가 눈치는 그래도 있거든요.
어머니께서는 늘 전화 안 해도 괜찮다. 피곤한데 무슨 전화냐. 일찍 일어나는데 잠 푹 자라고 하시잖아요. 전화할 때마다 반가워해주시는 걸 보면 가끔 전화해서 그러시나 보다 할 때도 있지만, 매일 전화해도 매번 그렇게 따뜻하게 받아주실 거란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주 전화해 보겠다고 다짐해요. 매번. 정말이에요. 가끔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쉬시는 날, 초저녁에 기분 좋게 한잔 하시고 전화하시는 어머니 전화를 받을 때 마음이 이상해요. 평소에는 아들 피곤하다고 잔다고, 당신도 일하시느라 전화를 못하시다가 그날 그 시간에 전화를 하시는 모습을 떠올려요. 술기운에 또 용기 내셨구나 싶기도 해요. 그럴 땐 제 걱정을 더 하시는 것 같은데, 저 그래도 잘 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햇반 말고 밥 해서 냉동고에 소분해 놓을게요. 그것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이사오기 전에는 원룸에 산다고 답답하다고 거의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본가에 갔었는데 요즘에는 주말에 쉬겠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번 정도 가는 것 같네요. 최근에는 저 이사했다고 집들이 오셨었잖아요. 저만 본가 가는 주기를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시더니 '너 집에 온 지 얼마나 지났는 줄 아냐. 5주나 지났어! 너 보려면 이제 여기 와야겠구나' 하시는데 되게 당황했었어요. 정확하게 세고 계실 줄은 몰랐거든요. 가만있어보자, 지금 내가 마지막으로 본가 간 게 언제였더라. 히익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요즘은 매달 따박따박 나가는 새 차 대출금 갚느라 여유가 없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두 분이 정신없이 일 하시느라 사실 주말에 가도 뵙기 힘들고 지친 여력이 가득한 모습을 보네요. 어렸을 때 느꼈던, 도와드릴 수 없는 무력한 제 자신이 너무 슬퍼요. 어렸을 때는 학생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다 큰 어른인데, 일도 하는데, 제 앞가림하느라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사실이 참 힘든 거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고 돈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요. 다 아버지, 어머니 덕분이에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효도는 돈으로 하는거라고. 전화도 전화고, 뵈러가는것도 가는거지만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돈 많이 벌어서 효도 좀 해볼게요.
아버지, 어머니께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전달하길 잘한 것 같아요.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이나 감정들을 정리하니까 아버지, 어머니가 더 보고 싶거든요. 실제로 글 쓰면서 전화도 했고요.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본가에 갈게요.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요. 저녁 같이 먹어요. 제가 맛있는 거 살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