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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Apr 05. 2024

걷잡을 수 없이 살이 쪄버렸다

행복하면 살찐다던데, 그럼 나는 지금 행복한 것인가?

 10kg, 최근 1년 간 내가 키운 살들이다. 예전 사진과 요즘 사진을 보면 눈에 띄게 부해졌다. 불과 1년 전 사진을 보면서 '아 이럴 때가 있었지'라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는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정장을 입었는데, 바지 벨트를 겨우 채웠다. 바지에 갇힌 내 질펀한 엉덩이가 뒤뚱뒤뚱 힘겨워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얼마나 우스웠을까. 재킷은 팔과 등에 막혀 들어가지 않아 더워서 벗은 척 들고 다녔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다행이다. 하지만 마음은 하루종일 당혹스러웠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땀이 좀 났다. 살쪄서 땀이 난 건 아니다. 원래도 땀이 좀 많았다.


 내가 체감을 하기도 하지만 살진 나를 본 타인의 멘트는 더 가관이다. '날이 갈수록 살이 차오른다', '요즘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다니나 봐?', '얼굴이 왜 이렇게 부은 거야?' 라며 웃으며 한 마디씩 건넨다. '이제 뺄 거예요~ 두고 보세요' 하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사실 여유롭지 않다.


 왜 이렇게 급격하게 살이 올랐을까. 원인은 두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 번째, 일단 지난 1년 간 너무 바빴다. 핑계지만 진짜다. 1월에는 쉰 날이 세어보니 이틀이었다. 온 에너지를 일에 쏟아붓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글만 봐도 그렇다. 작년 가을 이후에 글도 못 쓰지 않았나.  


 일 끝나고 운동하러 가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물론, 나도 1년 전까지는 일 끝나고 축구, 러닝을 했었다. 도대체 어떻게 했던 거냐 과거의 나 자신아. 사실 무릎이 조금 안 좋았다. 좋은 핑계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거금을 들여 MRI까지 찍어가며 내 무릎 상태를 체크하며 운동을 아꼈다. 민망하게도 염증이 계속 남아있는 정도고 인대나 연골에는 문제가 없단다. 어? 아닌데 이상했는데 분명히.. 하며 안도하기도 했다. 이러쿵저러쿵하며 다이어트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게 아닌가 싶다. 늦었을 때가 진짜 늦은 게 아니길.   


두 번째는 여자친구 덕분에 먹는 기쁨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맛의 장인이다. (생당근, 마늘을 싫어하면서 자부심을 가지는 게 귀엽긴 하지만) 음식의 조합은 물론, 맛에 대한 본인의 철학이 있다. 역시 뭐든 철학이 있는 자의 행동은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 배달음식, 저녁 메뉴를 고를 때,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그러고는 역시 언제나 맛있게 식사를 한다. 옆에서 어어 하다 보니 복스럽게 먹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소개해준 맛집은 충격의 연속이었고, 대기를 절대 하지 않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대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본인이 직접 요리도 잘한다. 이때부터는 철학이라고 여겨졌다.


 원래는 끼니를 대충 때웠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기 전에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아무 밥이나 먹었다. 또는 편의점에서 라면, 계란 등을 사 와 빠르게 먹고 치웠었다. 하지만 요즘엔 나도 요리를 시작했다. 이사를 오고 나서 주방도 있고 아파트 바로 옆에 큰 마트가 하나 있어 항상 장을 봐온다. 요리 도구와 그릇도 제법 샀다. 이제야 좀 먹고사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살은 쪘지만.


 살찌면 행복한 거라고 하던데, 돌이켜보면 나는 지금 행복한 것 같다.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어서 당황스러운 건 있지만 분명히 행복했다. 이제 운동만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무릎도 괜찮고 음식의 맛도 알았으니 이제 건강을 챙겨보려 한다. 물론 내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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