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gle Jan 10. 2024

본가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께

말이 부끄러워 글로 쓰는 아들 녀석 올림

 저녁 9시네요. 아마 어머니는 식당일을 마무리하고 계실 거고, 격일로 일하시는 아버지는 오늘 쉬시는 날인지 일하시는 날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쉬셨던 날을 기억해 달력을 되짚으면서 '아 오늘은 일 하시는 날이구나' 합니다. 일 하시면 일하신다는 핑계로, 쉬시면 주무셔야 한다는 핑계로 전화를 안 드렸네요. 아버지는 제 전화 없이 조용하게 주무시고 싶은 게 아니신 걸 아는데도 그렇습니다. 아는데 안 하는 게 제일 나쁜 거라던데 죄송해요. 주무셔도 전화할게요. 아니, 안 주무실 때 알아서 전화할게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가 눈치는 그래도 있거든요.


 어머니께서는 늘 전화 안 해도 괜찮다. 피곤한데 무슨 전화냐. 일찍 일어나는데 잠 푹 자라고 하시잖아요. 전화할 때마다 반가워해주시는 걸 보면 가끔 전화해서 그러시나 보다 할 때도 있지만, 매일 전화해도 매번 그렇게 따뜻하게 받아주실 거란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주 전화해 보겠다고 다짐해요. 매번. 정말이에요. 가끔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쉬시는 날, 초저녁에 기분 좋게 한잔 하시고 전화하시는 어머니 전화를 받을 때 마음이 이상해요. 평소에는 아들 피곤하다고 잔다고, 당신도 일하시느라 전화를 못하시다가 그날 그 시간에 전화를 하시는 모습을 떠올려요. 술기운에 또 용기 내셨구나 싶기도 해요. 그럴 땐 제 걱정을 더 하시는 것 같은데, 저 그래도 잘 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햇반 말고 밥 해서 냉동고에 소분해 놓을게요. 그것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이사오기 전에는 원룸에 산다고 답답하다고 거의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본가에 갔었는데 요즘에는 주말에 쉬겠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번 정도 가는 것 같네요. 최근에는 저 이사했다고 집들이 오셨었잖아요. 저만 본가 가는 주기를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시더니 '너 집에 온 지 얼마나 지났는 줄 아냐. 5주나 지났어! 너 보려면 이제 여기 와야겠구나' 하시는데 되게 당황했었어요. 정확하게 세고 계실 줄은 몰랐거든요. 가만있어보자, 지금 내가 마지막으로 본가 간 게 언제였더라. 히익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요즘은 매달 따박따박 나가는 새 차 대출금 갚느라 여유가 없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두 분이 정신없이 일 하시느라 사실 주말에 가도 뵙기 힘들고 지친 여력이 가득한 모습을 보네요. 어렸을 때 느꼈던, 도와드릴 수 없는 무력한 제 자신이 너무 슬퍼요. 어렸을 때는 학생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다 큰 어른인데, 일도 하는데, 제 앞가림하느라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사실이 참 힘든 거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고 돈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요. 다 아버지, 어머니 덕분이에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효도는 돈으로 하는거라고. 전화도 전화고, 뵈러가는것도 가는거지만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돈 많이 벌어서 효도 좀 해볼게요.


 아버지, 어머니께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전달하길 잘한 것 같아요.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이나 감정들을 정리하니까 아버지, 어머니가 더 보고 싶거든요. 실제로 글 쓰면서 전화도 했고요.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본가에 갈게요.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요. 저녁 같이 먹어요. 제가 맛있는 거 살게요. 사랑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전 여자친구를 마주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