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섹으로 전환한 새로운 삶에 대하여
라섹을 감행했다. 몇 년 전부터, 아니 어쩌면 안경을 쓴 순간부터 원하던 라섹을 최근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수술받았다. 왜냐하면 난 얼굴에 칼을 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게 눈이어서 더 두려웠다. 라섹을 하고 내가 실명을 해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눈을 감고 집을 돌아다녀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집 구조가 머릿속에 그려져 더듬거리면서 무언가를 할 수는 있었지만 집 밖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했다. 그리고 사회생활 역시 못할 것은 당연하고 그 다음의 삶이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안경을 벗은 삶은 어떨지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선 외모력이 올라갈 것이라 확신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래도 주변인 일부는 감사하게도 안경을 벗은 게 훨씬 낫다고 했다. 라섹을 하게 된 원동력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해본다. 또한, 운동을 할 때, 렌즈를 끼거나 안경에 김이 서리고 미끄러지고 땀방울이 맺힐 일이 없을 것이었다. 그럼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지?라는 얄팍한 계획을 세워보았다. 또한,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에 실내와 실외를 넘나들 때를 안경알로 실감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렇게 상상만 하던 라섹 수술을 올해 하지 않으면 평생 안경을 쓸 것만 같았다. 안경이 없는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전 검사를 하고, 수술 예약을 잡았다. 수술 전 일주일부터 몸 관리에 들어갔다. 술을 끊고 안경을 벗을 날 만을 기다렸다. 사실 라섹을 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 겁을 줬다. "모래알이 눈에 굴러다니는 느낌이다.", "2~3일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등 잔뜩 겁을 먹기에 충분한 발언들을 해주었다. 그 덕에 각오는 됐었던 거 같다.
수술이 끝나고 정말 완벽하게도 그 발언들은 적중했다. 모래알도 뜨거운 모래알이 굴러다녔고, 자다가도 벌떡 깨서 인공눈물로 불이 난 눈을 진화했다. 이게 인공눈물인지 내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과 주변에서 해준 이야기 덕분에 원래 이런 거라며 위로했다. 이 기간에는 사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안개 낀 삶을 살아가야 했다.
수술 직후 회복하는 3~4일 간 사용한 인공눈물이다. 들이부었다고 보면 되겠다. 눈에 무언가를 이렇게 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처방받은 인공눈물은 사악하게 비싸다. 계산할 때마다 "오이쒸...." 하며 카드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는 인공눈물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걸 느낀 게 또 있다면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다. 연차를 내고 일주일 정도를 본가에서 수술 후 요양을 했기 때문에 독립을 하고 꽤 오랜만에, 꽤 오랜 기간 동안 부모님과 지냈다. 사실 명절이나 휴가에 왔어도 집에 붙어있질 않고 집 밖으로 나돌아 다녔던 것 같다. 게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로 부모님과 함께 지내니 부모님의 사랑이 더욱 잘 느껴졌던 것 같다. 이럴 때만 사랑을 느끼는 아들이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많이 사랑해요.
지금은 수술 후 한 달이 정확히 지났다. 이제 라섹 수술로 얻은 새로운 삶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결론적으로 대만족이다. 아팠던 시절은 다 지금의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함이었다. 아픔 없는 기쁨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첫 번째로 정말로 운동을 자주 한다. 수술 후 2주 정도 지난 시점부터 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맨눈으로 달리는 트랙은 환상적이었다. 땀이 나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실 날씨가 좋았던 이유도 있었다) 이제 안경이라는 핑곗거리가 없어져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서 러닝을 나간 적도 많은 것 같다. 러닝을 굉장히 오랜만에 했는데, 다시금 러닝의 세계에 젖어드는 중이다.
두 번째는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새삼 깨닫는다. 새로운 삶이라는 게 별거는 아니다. 진짜 내 얼굴과 마주한 것이 새로운 생활이었다. (상상했던 것처럼 외모력이 올라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항상 안경 낀 내 모습을 보다가 매번 거울로 마주하는 맨 얼굴은 내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싶게 만든다. 표정도 더 잘 보이고, 나이도 더 들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노화 방지도 신경 써야 할 판이다.
세 번째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 몸을 아끼게 되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변화다. 수술 전 일주일부터 술을 끊었고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을 줄 몰랐다. 내가 술을 정말 많이 마시면서 내 몸을 혹사시켰음을 깨달았다. 술을 싫어하게 된 건 전혀 아니다. 굉장히 좋아하고 가끔은 마시고 싶다. 이제는 정말 조절하면서 몸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숙취에 허덕였던 과거는 라섹 수술과 함께 보내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