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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Dec 07. 2022

환상의 인테리어 공사 2

생색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 것인지, 벌써부터 땀으로 짜증이 솟구친다. 아니다. 이건 더위만으로 생길  있는 짜증이 아니다.  짜증의 원인은 바로  신랑놈 탓이다.

일요일.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신랑은 교습소 현장으로 출근했다. 벌써   가까이 되어 간다.



내가 무턱대고 덜컥 사버린 8평의 가게는 반듯한 네모가 아니었다. 마주 보는  벽이 둥근 호를 이루는 모양이었다. 입구 쪽과 마주 보는  쪽이 둥글었다. 당연히 부채꼴을 잘라 놓은 모양이어서 길이도 달랐다. 왜인지 짐작만 가능한 문이 달린 가벽의 작은 공간이 있고(이것도 원형이었다!) 벽에 걸린 에어컨과 기다란 스탠드 에어컨, 누렇게 변한 작은 냉장고  대가 책상 3개와 함께 있었다. 국방색에 가까운  블라인드 아래로 언제 닦았는지   없는 먼지 쌓인 초록 창틀도 보였다. 계약  잠시 봤을 때는 도배를 다시 하고, 청소깨끗이 하면  것이라 여겼다.


계약 후 찬찬히 보게 되자 ‘내 눈에 뭐가 씌었지. 이걸 어쩌자고 덜컥 산거야!’ 란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그 말을 뱉을 순 없었다. 내가 말로 뱉기 전 이미, 신랑이 하나하나 꼽아가면서 나의 보는 눈 없음을 탓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깨갱하고 납작 잘 엎드려 있는다. 신랑은 여기도 철거, 저기도 철거, 에어컨은 버리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벌써 혼자서 인테리어 계획을 짜고 있었다.


“뜯는 건 내가 할게.”


나의 의견은 필요하지 않았다. 본인이 그렇게 정했고,  밖으로 냈으니 그것으로 . 왜를 붙여봤자 철거 비용이폐기물 비용이이러면서 단념시킬  뻔했다.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그는 10년은  되었을 두꺼운 장식 몰딩을 잡고 힘을 줬다. 살짝만 힘을 줘도 무너져 내리듯이 스러졌다. 녹슨 못대가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뾰족하니 튀어나와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세월따라 늙어버린 것들이었다.  꼴이나  꼴이나.

허나, 이미 돌이킬  없었다.




 그렇게  일이라도 이건 너무 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가는 신랑에게 물이며, 아이스크림이며, 얼음 등을 잔뜩 챙겨 보냈다. 아이는 이미 시댁에 맡겨 놓은 상태였고, 집 정리를 하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사포가 필요하단다. 사포를 구해 오란다. 철물점에 가면 파는 사포를 구하는 일이  그리 어렵겠냐 싶겠지만. 이 동네에는 일요일에  여는 상점이 없다. 근처 철물점 일곱 군데를 돌았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 이마와 등에서 뽀작뽀작 땀이 났다.


“문 연 데 없다.”

-맞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꽤나 지쳤다. 새벽같이 나갔으니 점심도 전이지만 지칠만 했다. 벌써 며칠째 석고보드와 석고보드를 잇는 부분의 이음매를 손보고 있었다. 붙인 자국이 보이지 않게 매끈하게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퇴근도 현장으로 하고 저녁도 거른 채 하얀 먼지 마시다가 2-3시가 되어서야 상거지 꼴로 들어왔다. 그 꼴을 며칠 봤더니 기운 빠진 강아지 마냥 축 처져 있겠지 싶어 안됐다 싶었다. 거기다 돌아와서 낼 꼬라질 생각하니 더욱 해결해주고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동에 가서라도 사 올게. 기다려봐.”


전화를 끊고 철물점 검색에 들어갔다. 반경을 조금씩 넓혀가면 어디 한 군데 문 연 곳이 있지 않을까? 10번째 가게, 11번째 가게 계속 전화를 돌렸지만 받는 곳이 없었다. 열댓 군데 가까이 전화를 돌리고서야 문 연 철물점을 찾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더욱 다행이었다. 일요일인데 문 열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던지….



“이거면 돼?”


사포 꾸러미를 받아 든 거지꼴의 신랑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디서 샀는데?”

“몰라, 이 딴 거 또 시키면 진짜, 다 집어치워버린다.”

“야, 내가 뭐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농담조이지만 단단한 뼈가 박혀있다. 똑같이 해준다.


“니가 하고 싶어서!”


하얀 가루가 앉지 않은 곳이 없는 좁은 현장에서 햄버거를 꺼냈다. 거지꼴로 나다닐 수 없다며 점심도 내게 배달을 주문한 터였다. 햄버거를 입에 넣으며 신랑은 이렇게 저렇게 할거고 몇 시까지는 뭘 할 거고 오늘의 계획을 혼자 떠든다. 그 소리가 내 귀에까지는 닿지 않는다. 벽에 쳐진 각목 위에 석고보드를 붙여 벽면을 만들어 놓았다. 천장에는 에어컨이 달렸다. 보기 위태롭게 달려 있던 수도관은 새로 만들어진 벽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고생했네.”


진심이 흘러나온다.


“당연하지, 니가 이상한 모양을 사가지고, 직각 맞는 데가 한 군데도 없고, 천장은 다 조각내서 붙여야 했고….”


아…

또 저 생색!

진심은 무슨. 고생했네 취소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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