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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인테리어 공사 3

깨진 유리창

by 지야


자장자장장장장 즈즈즈즈즈

신랑의 전화를 받고 급히 간 공사현장에는 듣기 싫은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전자파 소리같은 것이었다. 중간중간 쩍, 쩍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움찔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복도 쪽 강화유리가 산산조각 나서 깨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 신랑이 대차게 사고를 친 것이다.


점심을 사서 올라가야겠다며 뭘 사가는 게 좋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신랑의 목소리는 예민했다.

-내 사고 쳤다.

“무슨 사고? 어디 다쳤나?”

-아니.


뜸을 들이는 폼이 수상쩍었다. 나의 신랑은 사고 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버려놓고 ‘그렇게 된 걸 뭐 어째?’라는 타입이다. 그런 사람이 말을 고르고 있었다. 분명 무슨 사고를 쳐도 크게 친 것이 분명했다.


“그럼, 뭔데?”

-유리 깼다.


4면 중 2면이 유리창인 공간이다. 어느 유리를 깼는지 알 길이 없었다. 길 쪽의 유리가 깨져 지나가는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그림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올랐다.


“어디? 길가 쪽 창?”

-아니 복도 쪽 창

“사람들 지나가고 있었어?”

-아니, 일요일에 무슨 사람이고


마음이 놓였다. 일단 다른 사람이 다치진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신랑의 목소리가 영 맥이 빠져 있다.


“그면, 신랑 니 어디 다쳤나?”

-아니 안 다쳤다.

“그럼 됐지. 왜?”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데, 결론은 면목없음이었다. 갑자기? 왜? 면목없을 일이 하나 두 개가 아닌 데 이제사? 점심을 사 간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복도 쪽은 출입문 하나와, 가로 1.6미터쯤 되는 큰 유리벽 두 개로 되어 있었다. 그중 가운데 유리벽이 총알을 맞은 것 마냥 거미줄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김밥을 욱여넣으면서 계속해서 쫙- 쫙- 금이 가는 유리를 보고 있으니 마냥 신기했다.


“이거 자동차 창문 그 유리구나. 깨졌는데 안 내려앉네. 우와-“

“그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쫌.”


오늘 신랑은 천장에 몰딩을 두르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일주일 전 다 끝났을 작업이었는데, 주문실수로 한두 줄이 모자랐고, 그 한 두 줄을 배송받자 마무리를 한다고 만사 제쳐놓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빌린 공구였지만, 시간을 단축시켜줬던 각도톱? 원형톱? 뭐 그런 도구를 오늘도 사용했고, 뭐가 잘못되었던지 잘린 조각 하나가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고 한다. 처음 다리에 살짝 맞았을 때 그만둬야 했는데, 한 번만 더 자르면 끝난다고 무리를 했던 모양이었다. 처음보다 조금 더 큰 조각이 어디론가 날아갔고, 쾅하는 굉음과 함께 유리가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유리는 즈즈즈즈 하는 소리와 함께 계속 부서지고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된 걸 어떡해? 아까는 목소리 왜 그랬는데?”

“짜증 난다 아니가. 다 끝났는데 마지막에!”

“의기소침해진 거가?”

“무슨, 저 유리 비쌀 거 같아서 그러지.”

“비싸나?”

“비쌀걸?”

“비싸 봐야 백만 원 더하겠나?”

“그쯤 할걸?”

“진짜?”


백만 원이면, 목수 한 사람 이틀 일당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그 돈을 아껴볼 거라고 혼자서 그 고생을 했는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다 날아가버린 것이다. 신랑의 목소리가 침울할 만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의자랑 책상이랑 좀 더 좋은 걸로 사고 싶었던 내 계획도 같이 날아가버렸다. 김밥을 밀어 넣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눈치 빠른 놈은 또 그걸 잡아낸다.


“아깝제?”

“다친 사람 없으니 됐다. 15년이 다 된 건데 한번 깨질 때도 됐을 거고, 수업하는 중에 애들이 깨서 다쳤으면 더 큰 일이잖아. 됐다.”


아깝고 아쉽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걸 어떡하겠는가. 나는 아깝네 하고 끝나지만, 그걸 깨뜨린 신랑은 두고두고 곱씹으며 자책을 할 것이었다. 해결은 해야지. 마지막 김밥 한 알까지 밀어 넣은 나는 제일 가까운 샷시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현 상태를 말하고, 교체 가능한지 묻고, 방문 시간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래?”

“안 물어봤다. 아저씨 오면 얼만지 물어보고, 언제 되는지도.”

“미안.”

“엥? 미쳤나? 뜬금없이 사과는 무슨. 니도 집에 가자. 오늘은 접으라는 신의 계시다.”

“유리 보러 오는 거 보고 갈게.”

“그랭, 나는 먼저 간디.”



주문해서 도착하는 데만 3일쯤 걸린다는 유리는 4일 만에 교체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깨진 유리 뒤쪽으로 복도를 장식하던 커다란 액자 같은 가벽이 있어서 기다리는 4일 동안 무너질 위험이 덜했다는 것이었다. 유리 값과 공임으로 들어간 교체비용은 약 70만 원. 우리의 예상보다는 적었으나 목수 이틀 일당은 되었다. 신랑의 아쉬움은 컸지만 오래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공사를 시작한 지 3주째, 오픈일까지는 16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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