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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Mar 06. 2024

AroundFollie,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그리고

백주산보, 김진희 사진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MJLEE


가르제로프 гардероб.

이 단어를 생각해 내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그래도 한참만에 간신히 기억해 냈다.

구 소련지역에서 극장이나 식당에 들어가면 별도로 외투를 맡기는 장소가 있다. 이곳을 가르제로프라고 한다. 

보통 옷걸이에 두 개의 동일한 번호표를 걸어 놓고, 손님이 외투를 건네면 담당 직원은 옷걸이에 옷을 걸면서 번호표 하나를 빼서 건네준다.

가족행사가 있어서 육지에서 내려온 식구들과 성산읍 난산리의 AroundFollie에 하루 묵었다. 숙소의 예쁜 옷걸이를 보고 문득 가르제로프가 떠올랐다. 훗날 <책방2036>에도 손님들이 편하게, 우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가르제로프를 두어야겠다. 물론, 별도의 인력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Myeongjae Lee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아쿠아플라넷 제주. (왼쪽 첫 번째 사진)

출구 앞에 설치되어 있는 패드에 메시지를 남기면 전자칠판 같은 곳에 구현이 되는 코너가 있었다. 몇몇 북카페에 가보면 방명록처럼 기록이나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노트를 두기도 하는데, <책방2036>에도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기록이 전자적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의 과거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날로그 방명록을 선호하지만, 나름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북카페 백주산보에서는 김진희 작가의 사진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솔오름 풍경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에 걸려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름답고, 따뜻했다. 솔오름의 초록과 노출 콘크리트 벽은 대비 속에서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책방2036>에도 전시 공간은 꼭 두고 싶다. 무언가 애정을 쏟는 대상을 그리고, 찍고, 기록하는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 작업을 세상에 드러내고,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늘 솟아날 구멍을 필요로 하는 나 같은 소심한 월급쟁이들이 잠시나마 반짝 빛날 수 있는, 그리고 그 미세한 반짝임으로 인해 스스로 또 한 시즌 살아낼 힘을 얻어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다.


20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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