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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Mar 16. 2024

2024. 3. 15.

열 번째 ©Myeongjae Lee

KE1211.

19:20,  탑승구 6, 좌석 38F


제주행 편도 티켓만 들고 김포발 비행기에 오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왕복항공권은 나에게 늘 아프다.


그래도 이번처럼 좋게 5,000 마일리지와 15,000원으로 편도 항공권을 구매하고, 자리도 빈 채로 편안하게 있는 호사까지 누리게 되는 날도 있는 걸 보니, 하루하루 어떵어떵 버티다 보면 드물게도 잠깐씩 숨통이 트이는 순간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Myeongjae Lee


밀린 일, 쫄리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이번 주말은 제주 대신 사무실에서 보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러다, 이럴게 아니라, 오히려 매주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에 들어와 씻고 밤 열두 시가 다 되어서 아이들과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수다를 떨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새벽에 배가 아파 설사를 했는데, 그 순간 "그래, 이거지." 하는 기이한 미소가 지어졌다.


촉촉한 서귀포의 아침 공기, 솔오름 산책과 아내와의 수다, 한라산 뷰, 박제된 가을 수국과 마지막 남은 한 송이 동백꽃까지, 제주가 주는 선물이 소소한 위로가 되었다. 멀리 고미로스터리랩의 바닐라 라떼도.

©Myeongjae Le

©Myeongj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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