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 소동 / 2023
(부제) :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 사진(정상화, 무제 12-7-3)은 석파문화원서울미술관에서
p.306 전시디자인Scenography은 각 전시물 사이에 맥락과 관계를 설정하고 공간과 전시물 사이에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용주 전시운영‧디자인 기획관이 20여 년간 전시디자이너로서의 경험과 고민, 전시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지면에 꾹꾹 눌러 담은 책이다.
하나의 전시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을 하듯,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인지 몰랐다.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게 되는 최종결과물로서의 완성된 전시공간도 의미가 있지만, 전시공간을 디자인하고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예술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십 대에 전시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았다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 있는 분야로 다가왔다. 언젠가 다시 개인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언젠가 <책방2036>에 소소한 전시공간이 마련된다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보다는 좀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겠다 싶다.
p.272 주어진 상황에 난관이 있다면 말을 걸어 보자. 무엇을 원하는지. 내 편으로 만들기를 작정하고 다가서면 걸림돌은 반드시 디딤돌이 되어 돌아온다는 나의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p.4 사람들은 종종 내게 좋은 전시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배우고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공간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감각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인의 삶에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먼저라고. 다소 성직자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작품이 주는 감동이 겉으로 드러난 기교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예술가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p.208 재질의 반사도 차이로 영역의 성격이 구분되는 ‘제로 레벨 아카이브’ 전시 방식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제로 레벨 아카이브'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책방2036>의 바닥 일부는 아래를 뚫고 그 공간에 적절한 조명과 함께 책이나 기록물을 큐레이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투명유리로 덮어서. 아니면, <책방2036>의 크고 작은 테이블 상단을 그런 방식으로 제작하면 어떨까 싶다. 유리저금통처럼, 그 자리를 지나간 사람들이 명함이나 작은 메모 하나 정도는 넣어 오래 보관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