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Myeongjae Lee
KE1209, B737-900
19:00, 탑승구 10, 좌석 53F
"MJ, 회사를 매일 나가야 하니?"
지난주, 정말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을 만났다. 올해만 벌써 거의 마흔 번이나 비행기를 타며 제주를 오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친구(캐나다를 베이스로 영국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가 그렇게 물었다.
순간, 다자간 대화가 멈췄고,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며, 부러움과 심술이 뒤죽박죽 섞인 친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요지는,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제주에 내려가서 재택근무를 하고 주말까지 보내고 육지로 돌아오면 안 되냐는 이야기였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삶이 작동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었다. 퇴직하기 전까지 나도, 대한민국도 그럴 수 있는 날을 경험할 수 있을까.
혼자 지내보니, 비비고가 정말 소중하고 고맙더라고 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C*다니는 친구가 주소를 대라며 카톡을 보냈다. 자신은 거의 20년째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며, 다음날 냉동햇반볶음밥 10종 세트와 햇반 두 박스를 보내주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했다.
몸이 좀 아팠다. 피곤이 쌓일 대로 쌓이기도 했고, 일정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금토일)-제주, (월)-행사만찬(근무지 내 출장), (화)-행사참석(근무지 내 출장), (수)-야근, (목)-행사만찬(근무지 외 출장), (금)-딸내미 공항마중 및 개인일정 동행, 행사만찬(근무지 외 출장), (토)-출근, (일)-본가 방문, (월)-야근, (화)-대학동기 만찬, (수)-야근, (목)-야근을 하고, 다시 금요일을 맞아 비행기에 올랐다.
유난히, 그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진 2주였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급행버스를 타기 위해 달렸다. 촉촉하고 온화한, 아직은 차지 않은 제주의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바람을 맞았을 뿐인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