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번째 ©Myeongjae Lee
KE1336, A321-neo
20:50→21:10→21:30, 탑승구 5→3, 좌석 37A
"지금 하고 있는 실패도 힘겨운데 왜 어린 시절 잘못을 들추세요?"
"에밀리, 부모란 원래 자기 결정에 의구심을 갖게 돼 있어. 그건 피할 길이 없는 일이야. 근데 어떤 확률이 높겠니? 그렇게 똑똑하고 다정한 너와 조엘이 인생을 갈아 넣어 애들을 키웠지만 둘 다 실패했을 확률? 십 대 애들은 원래 멍청하니까 애들이 멍청한 짓을 했을 확률? 가장 단순한 답이 정답이야."
"고마워요, 아빠."
<스파이가 된 남자 A Man on the Inside> 제2화, 찰스와 에밀리의 대화 중
그렇다.
아이들에 대한 것이라면, 나도 내 결정에 대해 늘 의구심을 갖는다. 혹시 내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선택이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길인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어쩌면, 나도, 양육이라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단순히 성공이냐 실패냐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잘하고 애쓴다 해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아이들에 관한 일이라지만, 너무 멍청한 결정은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늘 돌아봐야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만 한가득하는 사이, 뭐라 크게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 보려 애쓰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울 뿐이다.
토요일 마지막 타임, 온 가족이 함께 영화 <위키드>를 즐겁게 보았다. 일요일 공항으로 향하기 전까지 베란다 공사도 잘 마무리되었다.
올 때는 11월이었는데, 돌아가려니 12월이다. 시간이 빠르기도 하고 더디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