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Myeongjae Lee
KE1227, B737-900
20:25, 탑승구 8, 좌석 52A
아내가 육지에 볼 일이 생겨서, 금요일 밤 제주로 향했다.
제주 가는 금요일에는 보통 1시간 반 정도 조퇴를 하는데, 부서원들에게 늘 미안함을 느낀다. 지난주에도 4시 30분에 회사를 나섰어서, 오늘은 정시 퇴근을 하고 탈 수 있는 항공권을 끊었다. 일상적인 수준의 연착이 발생하더라도 22시 30분 막차는 탈 수 있는, 마지노선 즈음에 있는 비행기로 집에 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금요일 밤, 아내와 나는 동시에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산다는 게 뭔지, 뭘까."라는 메시지와 함께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7xC2YDbiQ
김주환 교수는, ‘평균적인 민주시민(임금노동자)’을 길러내는 의무교육은 '만족의 지연(Delay of Gratification)' 능력을 키운다고 한다. 다시 말해, 행복은 미래에 올 것이라 믿도록 하며, 평생 현재를 희생하며 살도록 하고, 어떤 경우 당장의 행복을 나쁜 것으로 여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정 부문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정년퇴직 하고 여생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다 마음먹는 것도, 2036년에 책방을 갖겠다 꿈꾸는 것도, 당장의 고단한 오늘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이지만, 누가 “그것도 '만족의 지연' 아니냐” 묻는다면, 딱히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어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말로 영상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닌 듯하고, 결국, 오늘 하루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일터 안팎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어제와 그제와 같이, 오늘도 나는, "나도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기도하면서 출근을 했다.
나도,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