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Myeongjae Lee
7C136, B737-800
20:35, 탑승구 1→1A, 좌석 20F
제주 오가는 길, 엉덩이와 허리 건강이 몹시 염려될 때가 있다.
편도로 대략 여섯 시간 반 정도, 대부분의 시간을 버스정류장에서, 급행버스 안에서, 비행기 탑승구 주변에서, 비행기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앉은 채로 보낸다. 어떤 날, 특히 사무실에서 쉴틈도 없이 내내 앉아서 일하다 떠나는 날은, 어디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워서 몸을 베베 꼬며 어쩔 줄 모르겠는 때도 있다. 효과가 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리지널 콜라가 도움이 될 때가 종종 있다.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지만, 힘든 날 기내 무료 음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항공사를 이용할 때면 "콜라 두 잔이요"를 외치고 벌컥벌컥 들이부은 후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가족들과의 장거리 연애가 단기간에 끝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체력 단련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잃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나의 이 미련함과 게으름의 끝이 당최 어디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마사지받으러 가는 길에,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능선을 따라 두꺼운 구름이 가득 덮인 한라산이 보였다. 예뻤다.
참고로,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백록담은 우리 시 소유다. 문득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한라산 백록담의 주소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동 산 15-1>로 나왔다. 다시 말해 백록담은 제주시가 아니라 서귀포시에 있고, 따라서 제주시민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서귀포시민으로서, 의문의 1승을 거둔 것 같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