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5, 스타일 변경을 넘은 새로운 경험 디자인의 시작
6월 10일, WWDC25에서 애플은 새로운 시스템 디자인 언어인 Liquid Glass를 발표했습니다. 그 덕분에 제 인스타 피드는 애플 OS UI 개편 기사로 도배되었는데요, 역시 디자인 선두주자다운 시도 아닐까봐. 물론 UX적으로 우려되는 점도 몇 있지만, 애플이 추구하려는 앞으로의 방향성과 영리한 전략이 엿보였어요.
자, 그렇다면 애플은 왜 투명 UI를 선택하게 되었나. 해당 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과, 업데이트된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가볍게 다뤄보려 합니다.
마치 핸드폰 위에 유리나 물방울이 덧대진 듯한 투명함. 빛의 굴절이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스크롤이나 탭과 같은 상호작용에 따라 UI의 하이라이트가 섬세하게 변하는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입니다.
iOS 26, macOS 26, iPad OS 26 등 전 플랫폼 OS에 적용되는 공통 디자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순 스타일 변경 이상의, 앞으로의 사용자 경험 방향성과 감각 경험의 전환을 시사하죠.
* 실시간 반응형:
배경 이미지(콘텐츠), 사용자 스크롤에 따라 투명도와 반사 및 굴절 효과가 미묘하게 변함
* 유리 재질감 기반:
콘텐츠 위에 유리를 얹은 듯 가벼운 깊이감, 콘텐츠와 일체화된 UI
* 전 플랫폼 통합 디자인:
iPhone, iPad, Mac, Watch, Vision Pro에 동일한 디자인 문법 적용
* 개발자 API 제공:
SwiftUI와 UI Kit에서도 적용 가능, 서드파티 앱까지 확장 가능성 고려
이 변화는 2013년 iOS 7 플랫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과거 Window Vista의 'Aero Glass' 디자인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하지만 Vista의 경우 '무거운 시각 효과'에 머물렀다면, Liquid Glasss는 보다 정교한 물리 기반 인터페이스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돼요. 아무쪼록 이 때문인지 스큐어모피즘 시대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글라스모피즘에 스큐어모피즘 세 숟갈 추가한 버전 같아요.)
* 참고: Apple의 Liquid Glass UI 소개 영상
https://youtu.be/jGztGfRujSE?si=bZgJMT0TUw7i5OkU
✏️ 필자가 생각하는 장점
모든 플랫폼(iOS, macOS, watchOS, visionOS)에 동일한 시각 언어를 적용함으로써, 초기 학습이 어려워도 결국 기기 간 맥락이 끊기지 않는 UX 흐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iPhone에서 익힌 UI 감각이 iPad, Mac, Vision Pro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므로 적은 학습 비용으로 경험이 확장됨)
스크롤, 터치 등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시각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물리적 세계처럼 인터페이스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며, 사용자의 감각적 몰입과 정서적 몰입을 동시에 유도합니다.
애플 특유의 '감성적인 완성도'가 한층 강조되며, 브랜드가 소구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배경과 하나가 되는 UI로 주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성이 강화됩니다. 이러한 맥락 기반 표현은 단순히 정적인 정보 레이아웃보다, 현재 맥락에 특화된 정보 전달 방식을 가능하게 하죠. (예를 들어 배경이 어두우면 밝게, 배경이 복잡하면 흐리게 처리 > 사용자의 인지 집중을 유도하는 상황 적응형 디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 필자가 생각하는 단점
투명도와 배경 연동 효과는 예쁘지만 불안정한 컨테이너가 되기 쉽습니다. 사용자는 "배경 위에 텍스트가 있네"를 [느끼고 싶은]게 아니라, "텍스트가 이거구나" [명확히 읽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경과 UI 요소가 거의 일체화될 경우, 콘텐츠 간 대비가 현저히 낮아져 정보를 인식하기 어렵고, 빠르게 피로감을 준다는 문제가 있어요.
극강의 반짝임, 유리광택, 하이라이트 효과는 사용자 시선을 정보가 아닌 '시각 효과'에 뺏기게 만듭니다. 어마무시하게 디테일한 굴절 인터랙션만 봐도, 중요한 기능보다 이런 애니메이션 효과에 더 시선이 쏠린다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빠른 목적 달성 / 실행 중심의 Task에서는 굉장히 비효율적이죠.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시각 또는 인지에 민감한 사용자에게 큰 피로와 혼란을 유발합니다. 특히 고대비, 명확한 윤곽선, 정적인 UI를 선호하는 시니어 사용자나 저시력 사용자에게는 반투명성과 실시간 반응형 시각 요소는 그저 방해 요인입니다. 물론, 접근성 모드나 기존 OS UI 사용하기 등의 옵션을 통해 경험을 조정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접근성 설정을 따로 켜야만 편해지는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배려가 부족한 설계라 생각됩니다.
간과할 수 없는 마지막 문제는 '디자인 적용 속도의 불균형'입니다. 이렇게 디자인 언어가 한 번 업데이트되면 많은 앱들이 대대적으로 OS에 맞춘 디자인 개편을 진행합니다. UI 디자인의 표준을 정의하고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애플’의 발표라면 더욱이나, 따르지 않을 시 급격히 '구식처럼'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되니까요. 하지만 모든 앱이 동시에 발맞춰 대응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리소스가 부족한 소규모 앱이나, 보수적인 브랜드 디자인을 고수하는 앱, 하위 버전의 호환성을 우선시하는 앱은 Liquid Glass UI를 적용하기 어렵겠고, 결과적으로 이 거대한 디자인 흐름에 뒤처진 느낌을 줄 수밖에 없게 되죠. 사용자 입장에선 어떤 화면은 유리처럼 투명한데, 다른 화면은 여전히 평면적이고, 또 저기 화면은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무르는 굉장히 이질적이고 분산된 경험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단점이고 뭐시고 '영리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디자인 언어를 통해 '감각적 인터페이스'에 대한 사용자 학습(멘탈 모델)을 살며시 주입시키려는 전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XR-공간 인터페이스로 넘어가기 전, 터치 기반 사용자에게 [감각적인 공간 컴퓨팅 경험과 디자인 문법] 예행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유리 재질감, 빛의 반사·굴절, 입체감 있는 움직임 등은 전형적인 3D 공간감 UI 요소입니다. 이는 단순히 2D 디스플레이 위의 그래픽이 아닌, 현실과 디지털을 혼합한 감각적 경험이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죠. visionOS와의 연결성을 고려하면, XR 감각에 사용자를 서서히 익숙하게 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Liquid Glass UI는 기존처럼 명확히 구획된 버튼이나 탭 중심의 UI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인터랙션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광택·모션·심도' 등의 시각적 상호작용을 강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인터랙션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경험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Zero UI(화면이 없는 인터페이스로, 음성·시선·제스처 기반으로 작동)나 공간 컴퓨팅 기반의 인터페이스에 특화된 방향성입니다.
기존의 UI는 시각적으로 명확한 경계와 어포던스를 기반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즉, "이건 버튼이야", "이건 눌러야해"라는 정보를 가시성 높은 컴포넌트로 구분하고 인지시켰죠. 하지만 Zero UI나 공간 컴퓨팅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험 설계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그 상황에 밀접히 녹아들어야 합니다. 화면을 누르는 대신 바라보기, 가까이 다가가기, 말하기와 같은 비정형적 행위가 상호작용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이러한 맥락에서의 Liquid Glass는, 사용자의 주의를 변화하는 신호(광택, 움직임, 심도 변화 등)로 유도하고 이를 적절한 트리거이자 피드백이라 인식하는 [몰입형 인터랙션]에 대한 예행 연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경계 대신 맥락에 따라 부드럽게 반응하는 비주얼 레이어를 미래의 인터페이스라 정의함으로써, 앞으로의 사용자가 [UI는 유기적이다] 여기고 사용하게끔 학습시키는 겁니다.
* 참고: Apple vision Pro 컨셉 및 소개 영상
https://youtu.be/Btf4mN37OsU?si=h7sdE6UFiA6vng7e
* 참고: Apple vision Pro 24시간 사용 영상/후기
https://youtu.be/8xI10SFgzQ8?si=nl7nEw-cjZz41T7l
해당 인터페이스는 애플의 모든 OS26 운영체제에 적용됐습니다. 따라서 iOS 생태계를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애플이 유도하는 경험-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없는 경험-에 자연스레 적응(이라 쓰고 순응)할 수밖에 없어요. 못하겠다면 나가시던가
특히 저는 Vision Pro의 UI를 볼 때마다 "멋진데 SF적"이라 느껴왔거든요. 가격도 그렇고, 일상에서 쓰기에는 아직 먼 미래의 기기 같아서요. 그런데 Liquid Glass UI를 보고 나니 이렇게 모바일에서부터 [감각 중심 인터페이스]를 익숙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추후 Vision Pro가 보편화 됐을 때 별다른 학습 없이 자연스럽게 적응하겠구나 싶었어요.
요약하자면 우리의 경험을 살며시 전환시키려는 빌드업. "본다(시각 중심)"에서 "느낀다(감각 중심)"로,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에서 감각 기반 UX로의 부드러운 온보딩.
디자인 언어라는 건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 '멋진 디자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사용자와 제품 사이의 경험적 약속이자, 브랜드 철학의 가장 직접적인 구현이죠. 특히 UI라는 것은 단순히 화면을 장식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형성하고 유도하는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UI 변화를 진행할 때는, 사용자의 행동 양식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설계해야 해요. 가령 갑자기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하게 되거나, 중요한 정보를 눈치채지 못하게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시각적 유려함과 기능성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대단한 효과야!', '정말 정교한 모션인걸!' 정도만 눈여겨보지 말고,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정보를 읽고 행동하게 될까?"까지 고민해보자구요.
Liquid Glass는 분명 놀랍도록 정교한 시각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우리는 평면 디스플레이 속에서 살아가잖습니까. 때문에 아무리 미래의 XR과 공간 컴퓨팅을 향한 빌드업이라 해도, [현재의 사용자로서] 이 변화가 정말 더 나은 UX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며, 앞으로 인터페이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달라질지 미리 고민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멋진 디자인 언어입니다. 저보고 100억 줄 테니 해보라 해도, 못할 겁니다. 하지만요, 제가 인어공주도 아니구. 물속에서 핸드폰을 쓰는 게 아니란 말이죠. 반투명 및 굴절 UI가 Vision OS와 잘 어울렸던 이유는 ‘3D 공간에 특화된 디바이스’에 적용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반면 핸드폰은?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습관처럼, 스캔하듯 사용하는 디바이스인데! 공중에 제스쳐해서 문자 보내고, 사진 찍는게 아닌데!
그리고 Zero UI라면 논외지만 컴포넌트가 보여져야만하는 인터페이스에선 가시성과 직관성이 보장되어야합니다. 옵션이 눈에 띄어야지 제스쳐로든 뭐든 제어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 눈에 띄지 않고 콘텐츠에 거진 흡수된 UI는 전략적이나, OS 전반에 적용할 정도로 범용적이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예쁨은 감탄을 부릅니다. 그러나 일상적이진 않습니다. 일상을 만드는 것은 '진정한 편안함'이고, 와우 포인트는 그 사이사이 등장할 때 더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유려한 인터랙션을 늘상 제공하는 건 사용자를 그저 매분매초 피로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으니.. 금번 애플의 업데이트는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치만 새로운 인터페이스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아 UX 디자이너로써 이모저모 기대 중.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들의 생각도 궁금하네요. 혹 나누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댓글로 적어주시라. 같이 떠들어봐욧. 호호.
* Apple WWDC 2025
https://www.youtube.com/live/0_DjDdfqtUE?si=fVCkt8Rhk3sEgbAm
** 논쟁의 쟁점이 되는 디자인은 언제나 재밌군요. UI와 브랜딩은 조금 다른 분야지만, 대한항공 리브랜딩 적에도 이와 비슷한 글을 적었습니다. 글라스 디자인에 숨겨진 의도나 전략을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아래 대한항공 에피소드도 제법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슬쩍 추천-!)
https://brunch.co.kr/@greening/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