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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spiring box

헉, UX 특강을 하라뇨?

나: UX 디자인, 까다롭게 해! (듣는이: 내가 그걸 모를까)

by Greening



어느 날 갑자기, 교수님에게서 온 연락 한 통.

- UX 특강 좀 해줄래?


며칠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전 학년을 대상으로 UX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90분이라는 긴 호흡의 세션을 준비하는 건 처음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UX 디자이너로서 느껴온 것들을 나름의 인사이트로 풀어낼 생각을 하니 괜시리 설레더라구요. 많은 정성을 들인만큼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ദ്ദി ˘ ͜ʖ ˘) 그래서 오늘은 특강을 준비하며 정리했던 내용 중, 함께 나누면 좋을 만한 부분을 짧게 소개하려고해요.


날씨도 좋구 커피 들고 걷는 캠퍼스 예쁘구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이렇게 되는거 아냐?

하지만 특강을 준비하려 노트북 앞에 앉은 순간. 호기로웠던 시작과 다르게 저는 [도대체 어떤 주제로 90분동안 이야기해야 지루하지 않고 유익하겠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급기야 '프레젠테이션도 UX구나.. 강연을 듣는 청자가 타겟*일종의 사용자라면, 타겟의 성향을 잘 고려한 스토리텔링이 구상되어야겠지..' 라는 (좀 심한데?) 직업병까지 도지면서요.


1. 학년과 수준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도움이 될 이야기는 무엇일까?
2. 성공담(?)이 아니라, UX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이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뭘까?
3. 내가 여전히 추구하고 싶은 디자이너의 태도는 무엇일까?
...더보기


여러 질문을 던져가며 찾아낸 주제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결국 [UX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태도와 역량이 필요한가?]라는 꽤나 본질적이고도 당연한 이야기였거든요.






문제해결력에 대해, 까다롭게 이야기하자.


특강 제목: UX 디자인, 까다롭게 해라(왼) ㅣ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짤들도 활용했다.(오)


그렇게 나온 UX 디자인, 까다롭게 해라 특강명은,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이 사실은 얼마나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일인지, 얼마나 많은 질문들이 간과되고, 또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지 학부 시절부터 ㅡ 회사 실무를 하면서까지 크게 느껴왔던데에 기인했습니다.



- UX 디자인은 일종의 전략이다. 전략은 (1)작은 문제부터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거시적인 가치까지 [정의]하고, (2) 정의가 맞는지 End-to-end로 [검증]하며, (3)마지막 산출물인 [시각적 완성도]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야 설득력 있는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학부생때부터 따지고 들었던 신념이랄까요. 좋은 디자인은 멋진 화면에서만 끝나는게 아니라, 단단하고 뾰족한 정의와 까다로운 검증, 논리적인 시각 결과물로 실체화되어야지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브런치는 민망하니까 블러 처리. . . ( ຶ- ຶ )‬

그래서 저에게는 Definition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사용자 문제를 담으면서도 상위 서비스 가치까지 고려한 정의는, 프로젝트가 나아갈 단단한 기준점이 되어줬기 때문이죠.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UX 프로세스

고로,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져 있는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되돌아가며 서로를 보완하는 '순환'이지 않나. 즉, UX 디자인 프로세스는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끊임없이 오가는 관계이기에, 집요한 반복을 거쳐야만 비로소 설득력이 강화된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던 것 같아요.






나는 그동안 어떤 디자인을 해왔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부 시절 졸업전시로 끝낸 프로젝트를 사골 우리듯 논문으로 투고하고, 몇 번이고 내 작업을 리디자인하고, 깜지마냥 정리해보던 경험들이 참 도움 됐구나.. 피곤했던 그 집요함이 나름 내 성장의 원동력이었나보다.. 심지어 지피티도 안쓰던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똑똑한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글 쓴 본인이나 잘해라

뭐 피티를 하던 90분 동안이야 청산유수로 이야기했겠지만 저도 감자거등요. 그래서인지 준비했던 강의 내용들이 제게 메타 인지 및 자아 성찰용 질문으로 되돌아오덥니다. 나는 여전히 그렇게 디자인하고 있나? 여러 방향을 탐색하기보단 안정적인 답만 찾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만의 [UX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정의가 있겠죠? 늘 'A-Z까지 일관되는 스토리와 디테일'을 중요시한다곤 말했지만.. 언젠가부터 이 까다로운 과정을 조금 피해왔던 것도 같아요. 솔직히 디자인이란게 끝없는 피봇의 연속이지 않겠나요. 나를 화나게 만드는 제약은 늘 존재하니, 그 제약을 어떻게 정의하고 극복할지가 디자이너의 진정한 덕목이지 않을까. 모쪼록 꺼드럭 말만하지 않구. 까다로운 문제 해결 과정을 즐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군요.




번외: 상냥한 감사 인사는 감자를 춤추게 하고..


고맙게도 강의가 끝난 뒤 많은 친구들이 감사 인사를 남겨주었어요. (나도 인사성 바른 후배가 되어야지)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감동의 물결 뿐.


누군가에게 내 가치관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과정은, 그래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참 멋지구나란 머쓱한 마무리. ͜ (ᵔ ̮ ᵔ;;)› 좋은 기회 주신 교수님도, 즐겁게 들어주신 학생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모두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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