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알못이 흥미를 느낀 브랜드들
처음으로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친구 따라갔는데, 브랜드들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더라구요(..) 2~3시간 남짓 구경했는데도 절반 봤을까 말까. 다 못 본 게 아쉽긴 하지만, 사이사이 재밌고 흥미로운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을 글로 정리해 볼까 해요.
[소감 1. 칼라들이 꽤나 비슷비슷하더라]
여러 가구들을 구경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바로 '칼라 톤이 다들 비슷하다' 였습니다. 낮은 채도 + 매트한 색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에 쨍한 포인트 칼라 소품 두기. 기억을 더듬더듬 칼라 팔레트로 뽑아보면 이런 색 조합이 많았습니다.
요새 가구 트렌드일까요? 아무튼 집 안에 뒀을 때 '강한 존재감 < 부드럽게 녹아드는 존재감'을 추구하려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가전]도 마찬가지구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라인업만 봐도 이런 부드러운 칼라를 많이들 뽑고 있잖아요. "가전의 가구화"라는 말도 있듯이, 집에 들이는 부피 큰 제품들이 서로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분명 각기 다른 브랜드의 제품인데, 모아두면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입니다.
[소감 2. 사고 싶은 가습기를 발견했다]
저 멀리 iF design award 딱지가 보이더군요. 이걸 어떻게 참아. 디자인하는 친구와 달려가봤습니다. 가보니 웬 하얀 전기포트가 있는데, 글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예요.
작고 예쁜 포트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게 가습기랍디다. [n% 엔퍼센트]라는 브랜드 제품으로(광고 아니고, 진심을 담은 소감입니다.) 디자인 깔끔해, 소음도 없대, 세척까지 엄청 간단해. 친구와 "이런 제품이면 iF상 받을만하다" 며 연신 중얼거리고 나왔어요.
작은 크기에 심플한 디자인, 오브제에 가까운 가전이라 더 좋았습니다. 하나 사서 회사에 둘까?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으니.. 이렇게 쓰니 정말 광고글 같은데.. 아닙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바로 간편한 세척구조였습니다. 흔히 가습기하면 '세척이 어렵고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n% 가습기는 사진과 같이 (좌)단 두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그릇처럼 물로 닦으면 끝이라 이용하기 쉬울 것 같더라고요. 사용자가 가습기를 이용할 때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잘 파악한 제품이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쓰니 정말 광고글 같은데 진정 UX 측면으로 느낀 소감이자 칭찬입니다.
[소감 3. 사고 싶은 타이머도 발견했다]
편하고 귀여운 UX도 발견했습니다. [무아스]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 무드등도 있고 시계도 있습니다. 전 제품 모두 '원하는 시간을 위로 향하게 두면 타이머로 전환'되는데, 이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왕년에 타이머 재가며 공부했었는데, 시/분/초를 매번 설정하는 게 참 번거로웠습니다. 설정하고 싶은 시간도 매번 바뀌었고요. 자기 전 무드등을 켤 때도 마찬가집니다. 키고는 자고 싶은데, 아침까지 내리 켜두긴 전기 아깝고. 안 키자니 싫고. 뭐 어찌해야 하나 무한 반복입니다.
이런 니즈를 무아스가 잘 공략한 것 같아요. 위 사진처럼 <원하는 min(분)이 적힌 면을 위로 향하게 두면> 타이머 세팅이 끝납니다. 물론 시계의 경우, 제품 하단에 있는 '타이머 모드' 버튼을 켜줘야 됩니다만 ①시간대가 다양하게 나눠져 있고 ②그저 돌리는 방식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간편했어요.
디자인도 다양합니다. 4각도 있고, 6각도 있고, 12각도 있습니다. 참고로 4각은 소리(무음 불가능) / 6각은 소리, 진동, 라이팅(무음 가능) / 12각은..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아마 진동으로 완료를 알려준다 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할 때, 집에 와서 공부나 개인 작업을 할 때, 타임키퍼가 있으면 효율적이겠다 싶어 홀린 듯 구매했습니다. Tmi. 깔끔한 4각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삐삐삐 소리 나면 안되니까 6각으로 구매했어요..
[소감 4. 그래도 예쁘다]
스마트 홈 솔루션이 있다길래, 친구와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요새 회사 때문에 최고 관심사임)
[Junkg Korea 융코리아]라는 브랜드였는데, 아쉽게도 스마트'홈' 보다는 스마트 '호텔이나 빌딩' 자동제어 솔루션에 더 가까웠습니다. 에라이. 그래도 건축 조명하면 대표주자인 [Erco Korea 에르코 코리아]협업한 스마트 스페이스(공간과 LED가 조합된 공간)를 엿볼 수 있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스위치 디자인이 예뻐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깔끔하고 모던한게 아주 제 취향이라 오랜 시간 구경했습니다. 칼라가 강하게 들어간 스위치는 꼭 초콜릿 같지 않나요. 귀여워.
그리고 보는 내내 묘하게 디터람스가 생각나더라고요? 찾아보니 아니다 다를까, 독일이 본사인 디자인 스위치 회사였습니다. 역시 디자인 강국 독일인가 봅니다.
[한 줄 소감 모음집]
손을 어느 위치에 두냐에 따라 거품 양이 달라지는 핸드워시. 굳이 머리를 눌러 펌핑하지 않아도 쉽게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요건 코웨이 공청기. 펫모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펫모드야 놀라운 기능은 아니지만, 확실히 반려동물 키우는 세대가 증가해서 그런지 요새 많은 가전들에 '펫모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조만간 반려동물-강아지 UX 이런 것도 생기지 않을까요? 사용자 리서치를 어떻게 하려나
'와인 소주'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40도인데도 부드럽고 맛있드라요. 한 병 살까 고민했지만 잘 참았습니다.
마지막은 따뜻했던 어린이 사회인식개선 캠페인. 방정환 선생님이 작성했던 어린이 선언이 벽에 붙어있었습니다. 저도 어린이 하고 싶네요. 저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주시고요.. 저랑 제 친구들이 서로 모여서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거 지어주시구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 충분히 하게 해주세요.. (제발)
제 첫 리디페를 요약하자면 (1)재밌지만 (2)발 아프고 (3)정신 없고 (4)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지갑 털리는 곳. 내년에는 꼭 돈 모아 가야겠어요. 그전까지 가구 브랜드에 대한 지식도 늘리겠노라.(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