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 cool Jul 05. 2022

프리랜서가 노잼 시기를 견디는 법

나에게 밥을 차리며 희열을 느끼는 1n년차 프리랜서

프리랜서 작가에게는 기획력이 힘이다.


하지만 기획력이 어디 그냥 나오는 것이던가!

무수히 많은 참고 자료를 찾아보고, 또 찾아보며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에 시달리며 뽑아내도 나올까 말까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참고를 하면 할수록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에서

'와, 내 아이디어가 제일 구려!'로 바뀌는 건 당연한 이치!


어쨌든 마감일은 반드시 다가오고, 

그렇게 제출한 기획안은 새로운 밥벌이가 되거나 

혹은 '다음 달 카드값은 또 뭘로 메꾸지?'의 좌절 시그널로 되돌아온다.

물론 대체로 '통장 잔고가 얼마지? 지난달에 좀 적게 쓸걸!'의 반복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일이 곧 내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결국 수입으로 연결되다 보니 얇아진 지갑 두께만큼 성취감도 납작해진다. 


밥벌이를 하면서 커다란 성취감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게 되고, 세상 모든 것이 의미 없는 노잼 시기가 찾아왔다. 


가끔은 이런 시기에 몸도 마음도 다 내려놓고 쉬면서 다시 재충전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는 프리랜서에게 이런 노잼 시기가 길어지는 것은 위험 신호다! 

잠수 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나를 위해 열심히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


밀키트와 냉동식품으로 연명하는 내가 대단한 식사를 준비 할리는 없고,

나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서서 대강,
이것저것 다 넣고 대충 비벼서 한 끼를 때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차려놓고, 식탁에 앉아서 시간을 들여 꼭꼭 씹어 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뽀득뽀득하게 끝내 놓는 것까지가 나를 위한 한 끼다. 


흔히 '밥심'이라는 말을 한다. 


매일 먹는 밥, 그게 뭐라고 힘까지 가져다 붙이나 싶지만,

그렇게 나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의외로 밥심의 선순환을 믿게 된다. 


시간을 내서 밥을 차려 먹고 배가 든든해지면,

마치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대단한 뒷배가 생긴 느낌이 든다. 

그런 날은 무슨 이유인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일도 조금 잘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밥값을 하기 위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런 날이 쌓이고, 노력하는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노잼 시기의 터널을 벗어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재밌어 죽겠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적어도 다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기획안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여전히 짝사랑하면서 프리랜서의 하루를 채워나간다. 


아마 이러다가 또다시 암흑기가 올 것이다.

반짝하고 좋은 날은 며칠 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미리 걱정하지 않으련다. 

그때가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는 나를 위해 밥을 차리고,

밥심으로 든든한 뒷배를 믿으며 노잼 터널을 견뎌나갈 것이다. 


프리랜서로 돈벌이를 하는 나를 가장 열렬하게 응원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얼마짜리 사람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