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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 cool Sep 30. 2022

사랑을 시작하겠습니까?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하는 게, 바로 사랑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올해 초, 사랑을 하고 싶었다. 

사랑할 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사랑이 하고 싶었다. 


아니, 사랑을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말이 맞겠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첫사랑'이라고 예쁜 이름도 붙여주는데.

왜 사랑이 끝날 때는 '끝 사랑'이라고 불릴 순간은 없는 걸까?

사랑의 끝이 결혼이 아닌 나에겐, '끝 사랑'이라 불릴 마침표가 필요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셀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하고, 또 그만큼의 이별을 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하나같이 시시했다. 


긴 사랑의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늘 적당히 사랑하고 

상처받기 전에 적당히 이별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이 헛헛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끝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었다.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니 더운 여름을 지나,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아무런 결실도, 변화도 없이 또 이렇게 시간만 먹었다. 


'사랑을 하고 싶나?'하고 다시 물어보니 또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역시나 가만히 앉아서 사랑을 원한다고 사랑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또 깨달았고,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었을 때 반드시 사랑할 사람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란 걸 알았다.


어쩌면 올해도, 아니 분명히 이렇게 시시하게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 내년 봄이 찾아올 때쯤엔 다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는 

한 살 더 먹은 내가 있을 것이다. 


안 봐도 본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작게나마 숨통이 트일 순간을 꿈꿔본다. 


다시 마음이 말랑해져서 한가하게 사랑 타령을 할 수 있길.

또 누군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가버리길. 


몸은 점점 나이 들어 늙어가겠지만,

그게 모든 감정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깊어간다.


가을밤과

시간과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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