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매력 001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멍 때릴 때마다 그의 말들이 떠오른다. 다양한 브랜드와 브랜드가 전개하는 활동들을 막 탐구하기 시작했을 때, '브랜딩'이라는 모호한 개념의 윤곽을 처음으로 짚어주어서 노트에 적어두고 몇 번이고 찾아보며 뇌리에 박힌 문장이 있다.
" 개인 브랜딩이란 일단 스스로에 대해서 파악하고, 자신의 강점이나 소신을 따라 설정한 어떤 범위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때 사람들 머릿속에 연관 단어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생각 나는 작용이라고 생각해요. (...) 브랜딩을 한다고 하면 내가 사람들 머릿속에 뭔가를 심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보다는 나의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 머릿속에 자라나는 식물 같은 거예요." 황선우, 김하나, [자기 브랜딩 : 나의 가치와 이미지 인식시키기], Publy, 2021
위 인용 글은 개인 브랜딩을 주제로 다룬 글이지만 브랜딩의 본질이 '직접적인 표현보다 보여주는 것'임을 알려준다. 말이나 글로 설명해서 기억하게 하는 단편적인 방법보다 행동으로 브랜드 활동을 전개하며 브랜드의 태도와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 그렇게 비로소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서울 지하철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공무원 합격은 에듀윌-'이나 '서울 사이버대학에 다니고-'처럼 특정 카피를 자주 접하면 기억에야 남겠지만 넘쳐나는 브랜드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세뇌당한 브랜드보다 머릿속에서 자라난 매력적인 브랜드에 끌린다.
재작년부터 내 머릿속에 인지-> 관심-> 호감의 과정을 거쳐 찬찬히 단단히 피어오른 브랜드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개를 떠오르게 하는 카페 '프릳츠'. 물개 캐릭터나 프릳츠 특유의 코리안 빈티지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데도, 프릳츠에 관심이 생기고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 것은 <프릳츠에서 일합니다>를 읽으면서 그들의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앙증맞은 표지와 창업 실용서 같은 느낌의 부제에 가려진 이 책의 진가는 '프릳츠 구성원들의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인터널 브랜딩이 브랜드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김하나 작가의 글이 모호했던 '브랜딩'의 윤곽을 잡아주었다면, 이 책은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겼는지, 브랜딩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도와주었다. 브랜드가 무엇인지, 매력적인 브랜드는 어떻게 다른지,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알려준 <프릳츠에서 일합니다>를 소개한다.
"동기부여가 잘 된 사람들의 모임." 책의 첫 문장이자 추천 글의 제목이다. 프릳츠를 만들기 이전부터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 허민수 셰프와 함께 '커피 빵 청년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운영했던 김혜준 대표(푸드 콘텐츠 컨설팅 김혜준 컴퍼니)의 추천 글이다. 그는 프릳츠를 설명하는데 이만한 표현이 없다고 소개한다. 동기부여 중 최고는 자발적 동기부여가 아닐까.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내 마음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달리는 것보다 내가 잘 해내고 싶은 것을 위해 달릴 때 더 오래, 더 남다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은 분야를 막론하고 주체적으로 나의 일을 만들어가는 직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일 테다.
책을 다 읽고 프릳츠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이유 역시 진정성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책 속의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은 진심'과 '멋진 동료와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진심'을 보여준다.
"좋은 재료를 확보해서 손님에게 좋은 결과물을 주는 거죠. 만족한 손님이 카페를 자주 찾아주고, 그럼 저희는 그 비용으로 좋은 재료를 계속해서 구할 수 있고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김병기, 이세라,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p.37
프릳츠는 질 좋은 커피를 위해 원두 생산 농장을 직접 찾아가 직거래한다. 커피뿐만 아니라 원두도 좋은 철학을 가진 생산자에게서 좋은 원두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재료를 구하는 일에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이들은 매일 같은 빵을 만들어도 작업 일지에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기록하고 '프릳츠 스타일'의 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빵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생기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방식에 의문이 생기는 것들은 매달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해 각자 공부하고 토론하는 포럼도 개최한다. 카페에서 직원끼리 포럼을 연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무려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커피와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SNS와 각종 인터뷰에 공유한다. 이러한 '시간을 들여 재료를 구하고, 매일 퀄리티 컨트롤을 하고,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행동은 서비스 이용자로 하여금 '프릳츠의 커피와 빵과 서비스는 다른 카페와는 다른 특별한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이 느낌은 프릳츠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이 프릳츠라는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돕는다.
"프릳츠와 같은 서비스업은 사람이 실행의 주체가 됩니다. 그래서 구성원의 의사결정과 행동 규범으로서의 브랜드 가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프릳츠는 유독 존중, 공존, 공생, 기술자로서 성취와 성장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일하는 방식이자 문화로서 프릳츠 스타일이고, 이 가치는 구성원의 탁월한 실행을 만들죠." 같은 책, p.75
" (...) 특별한 경험을 통해 고객은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를 연관 짓는다는 것이죠. 경험의 차별화는 일하는 사람이 만들어냅니다. 매장과 제품 디자인이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경험을 완성하게 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고객 응대, 즉 서비스에 있습니다. (...) 서비스 행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속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 김병기 대표는 고객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직업의 이해도가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구성원이 속해 있는 회사(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실행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할지, 이러한 고객 경험이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같은 책, p.119-120
책 속의 프릳츠 구성원들은 '회사와 직원'이라는 구조보다 '하나의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라고 인지하고 행동한다. 똑같이 여러 사람이 모여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라도 주체성의 여부에 따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고, 일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이 마음과 태도가 브랜드 경험의 퀄리티에 영향을 준다.
'회사와 직원'이라는 마음가짐보다 '프로덕트를 같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는 마음, 이 낯선 한 끗 차이가 구성원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태도들이 쌓여서 브랜드의 인상이 만들어진다.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는 주체 의식은 회사가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우리의 프로덕트를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것'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같이 더 좋은 방법을 탐구해가는 의지로 발현된다.
어떤 일이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잘해야 한다. 8년 차 로스터리 카페 프릳츠는 커피와 빵을 만드는 일의 목적과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잘하고 싶은 진정성 있는 고민이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부여를 만들고 이들의 꾸준한 진심이 태도로 드러나 이들의 바람대로 프릳츠를 오랜 시간 빛나게 한다. 김병기 대표와 프릳츠 구성원들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대체 불가한 매력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책 정보와 프릳츠의 일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
MoTV 현실 조언 시리즈 : 프릳츠 김병기 대표가 말하는 카페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