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or 아랫집
아직도 완연히 원인이 되는 곳을 밝혀내지 못했고, 나를 가장 괴롭혔던 소음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소음 때문에 천장에 구멍을 냈고, 관리사무소, 경비아저씨와 척을 졌으며, 경찰을 불렀고 스트레스성 과호흡으로 저세상을 살짝 구경하고 왔다.
첫 시작은 어느 밤이었다.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웅장한 음악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깨어났다.
나는 내가 잠결에 리모컨을 잘못 눌러서 티비가 켜진 줄 알았다. 화들짝 놀라 안대를 벗고 몸을 일으켜 침실 벽에 매달려있는 티비를 봤다. 티비는 켜져있지 않았고, 방은 잠들 때와 마찬가지로 깜깜했다.
그저 깜깜한 방안에 웅장하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곡이 굉장한 음량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행히 아기가 깨지 않아서 나는 가만히 일어나 벽에 귀를 댔다. 안방 벽에 귀를 대니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혹시 몰라 거실로 나갔다.
거실과 복도 쪽 작은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옆집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나, 조금 고민했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내가 사는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만 근무했고 경비아저씨는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직접 해결해야 했다.
옆집에 찾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사이, 다행히도 음악 소리는 꺼졌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종종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지.
며칠 후 새벽 5시, 이번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전혀 잔잔하지 않은 음량으로 침실에 울려 퍼졌고, 이번에는 아기가 깨서 울었다. 우는 아기를 달래고 아기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울음이 그치고 하루를 시작할 때쯤 되자 음악소리가 그쳤다.
그렇게 두 달을 꽉 채울 동안 음악소리는 간간히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들렸다. 오후일 때도 있었고, 새벽일 때도 있었고 늦은 밤일 때도 있었다. 다행히 4,5분 정도면 그쳤다. 딱 1곡을 듣는 모양이었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짜증이 났지만 참을만했다. 정말 잠깐이니까,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다.
어느 날 밤 시작된 음악소리는 더 이상 끊기지 않았다. 거기다 말소리가 함께 들렸다.
소리는 그저 소리로만 오지 않고 진동으로 느껴졌다.
우퍼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소리가 들려도 잘 수 있다. 영화관에서 졸았던 적도 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듣다가도 잠들었다."
혼자 중얼중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자기 암시를 계속해서 걸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소음에 집중하게 됐다.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문득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새벽 3시였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웃고 떠들며 음악을 즐기는 누군가와 매일 밤 과호흡에 시달리며
오열하는 나의 지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