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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하 Sooha Mar 30. 2024

봄을 맞이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나와 당신에게

완연한 봄이 왔어요. 저는 벚꽃이 만개한 날이 완연한 봄의 시작이라고 느껴요. 이번 봄은 기상이변 탓인지 색색의 봄꽃들이 일제히 피어나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아름다웠죠. 게다가 거센 비바람을 이기고, 오히려 생명력의 원천 삼아 자신의 시기를 당당히 맞이한 벚꽃은 흐드러지는 만큼 기특해요.


긴 추위를 끝내며 한 해를 여는 봄은 이토록 화려하고 생명이 움트며 역동하는 계절이지만 그만큼 변덕스러워요. 꽃샘추위, 황사, 큰 일교차. 늘 싱그러운 여름과 늘 메마른 겨울과 달리 매일의 풍경이 달라져요.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어찌 그리 빠른지 자연의 속도에 놀라곤 해요.


그렇기에 우리의 감정 또한 잦은 파동을 그리는 계절이죠. 언 호수가 깨어나고 물속에 사는 생명들이 일으키는 물결, 꽃잎이 떨어지며 그리는 파동, 누군가 던진 돌에 출렁이는 수면. 요동치는 마음에 수런스러운 마음을 곧잘 붙잡아야 해요. 하루의 일이 남아 잠드는 순간까지 뒤척이게 만들지도요. 그래서 정신건강의 전문가는 봄이 가장 위험하다 말하죠. 스스로 삶을 놓기 쉬운 시기라고요. 서서히 번지는 따뜻함에 얼려두었던 눈물이, 그늘에 숨겨둔 기억이 멋대로 흘러버려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우린 겨울이 오면 언제나 봄을 기다리죠. 손발을 곱게 만든 추위가 물러나 다정한 온기가 찾아오길 기다리죠. 생경한 온기에 선뜻 굳은 몸이 풀리지 않지만 마음은 항상 앞서기에 온기를 먼저 느껴요. 다만 반갑게 맞이하기 전 이르게 퍼져 원치 않는 부분까지 모조리 녹이고 마는 거겠죠.


많은 이가 기다린 봄이지만 정작 자신도 기다렸지만 마냥 반갑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언 몸이 따뜻함에 녹아 같은 온도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 마음에도 같은 온도가 되기까지 온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안 괜찮으면 다시 괜찮아지면 되는 거니까요.


그러니 나와 당신, 우리 봄을 만끽합시다. 내 마음의 차갑게 얼어버린 온도가 봄의 햇볕과 같은 온도가 될 때까지. 삶의 부침으로 식어버린 마음이 쏟아지는 햇살의 온도에 달궈질 때까지. 생각과 감정과 마음, 나 자신과 현실까지 한켠에 미뤄두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쨍쨍한 해를 쬡시다. 구름이 해를 막으면 조금 투덜거리고 내일의 맑음을 기다립시다. 해는 매일 뜨니까요. 아무리 추운 겨울도 끝이 나니까요. 우리에게 또 봄이 찾아와 주었으니까요. 우리도 봄을 환영하고 한아름 맞이해 즐깁시다. 마음껏 누립시다. 너무나 짧아 애틋한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생명을.


당신에게 주어진 봄을. 오직 당신만을 위해 찾아온 봄을. 우리의 봄이 만개한 꽃들의 물결만큼 풍요롭게 아름답기를. 꽃잎의 뒤로 내미는 연한 초록잎처럼 살아나기를. 생명의 순환, 오르고 내리는 파도, 그 삶의 리듬을 기억하며 지금 바로 여기에서. 


- 사랑과 행복을 담아,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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