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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22. 2023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새해 시작은 점의 연결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연설문에서 점의 연결(connect the dots)에 대해 언급했다. 미래를 보면서 점을 연결할 수 없다. 그러니 뒤를 돌아보면서 연결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배짱, 운명, 인생, 카르마(인연) 같은 그 어떤 것들을 믿어라.


잡스가 강조한 것은 그것들이 어떻게든 미래로 연결될 것이니 자신을 믿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취미생활에 인생의 반을 쏟아붓고 살아온 나는 퇴직과 동시에 취미공방을 차렸다. 그런데 비즈니스는 환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최근에 부쩍 '내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형태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돈’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경제적인 면이라 여긴다. 최소한 운영에 적자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 어떻게 하면 돈도 벌고 재밌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새해다. 음력 새해를 맞아 과거의 점들을 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정리해 보는 시간은 특별하다.


그간 나는 공방운영의 즐거운 일들만 언급해 왔다. 실상은 그리 꿈같이 행복한 생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방은 작업한 것을 판매하든지 수강생이 있어야 운영이 유지된다. 나는 판매도 하지 않고 작업 의뢰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수강생만 받는다.


'공간모닝'은 대지 74평 건평 17평 정도의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잠은 아파트에 와서 자기 때문에 순전히 나 혼자 노는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부유한 자산가도 아니니 적자 운영은 적어도 피해야 한다. 2022년 하반기에 은근히 염려되었던 것은 수강생이 다섯 분에서 세분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2022년을 보내면서 한 해를 돌아보니 총수입 대비 심히 적자운영이었다.


나의 생활에서 무엇 때문에 지출이 많은지를 체크했다. 나는 여전히 퇴직 전의 소비 수준을 유지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퇴직 전에 생각 못 했던 큰 임시 지출을 고려하는 것을 잊고 지냈다.


그만큼 내가 경제관념이 희박한 편이란 말이 된다. 지난 12월에 크리스마스 트리에도 막대한 돈을 지출했다. 트리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지네전구가 그리 비쌀 줄이야! 10년 사용이 가능하다니 잘 접어 또 사용해야겠다. 예비비 지출 등을 미리 고려하지 못한 면에서 그렇다. 2023년에는 꽤 많은 의료보험비 지출이 예상된다. 그간 비축한 것을 한 해 동안 야금야금 사용했다.

비우는 삶이자 돈을 가장 잘 버는 방법은 소비를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이라 한다.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그건 못 할 것 같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소비와 현명한 소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주택은 끊임없이 바쁘다. 보살펴야 하는 나무들과 잔디 깎기 및 주택의 잡다한 일들……

직장생활을 하다 사회인이 되니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들을 마주해야만 한다. 가장 먼저 힘들었던 것은 서류 관련 일이었다. 사업자등록하기는 유튜브를 보면 설명이 잘 되어있긴 하다. 그런데 막상 홈택스 들어가서 내용을 쓸 때 자신이 없었다. 나의 업종 쓰기 등 하나를 하고 나면 다른 하나의 사항이 막혔다. 어찌어찌 해결하였다.


그래도 가만 앉아서 손 안의 홈택스 앱을 통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계산하기 싫어서 교원 생활 때도 연말 정산 시기만 되면 골머리를 앓았던 사람이다. 그러니 뭔가 책임을 지고 서류 처리를 해야 하는 점에서 지금도 헤매고 있다. 그래서 일을 될수록 크게 벌이지 않는다. 


더구나 샘플작업, 내가 키우는 강아지 두 다리 수술과 중성화 수술(일 년 사이 3번 수술), 초기 정원 안착을 위한 공들이기 등으로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수술을 모두 하고 튼튼해진 강아지, 깜뽀

속 모르는 우리 큰딸은 다니는 회사 그만두고 엄마랑 공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서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지난해, 작은 딸에게 ‘취직 못하면 내려와서 언제든 엄마랑 일하자’고 호언장담했던 내가 현실세계를 모르는 몽상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 다른 공방 운영의 이모저모를 검토했다. 그간 공방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방 수강생이 적은 것일까. 공방운영은 수익계산이 많이 나지 않는 업종이다. 공방은 고정적 수입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면서 공방을 운영하는 경우 훨씬 수익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또는 옷이나 기타 다른 재료를 판매하거나 패키지를 판매하면 수익 창출이 더 좋다. 이 모든 일은 훨씬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혼자 관리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주택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나의 경우는 더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혼자 소소히 할 수 있는 정도만 하는 것이다.


공방 같은 수공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SNS와 친숙해야 한단다. 계정만 있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엄청난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비해 성과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꾸준히 인스타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나의 작품이나 공간에 대해 체계가 잡힌다. 인스타를 통해서 배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그것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https://www.instagram.com/reel/CnoqLcDpX9L/?igshid=YmMyMTA2M2Y=

상황이 이쯤 되니 2022년을 돌아보며 2023년도 공방 운영 계획을 위해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하게 된다. 잘못된 소비습관이나 운영방식을 고치기 위함이다.


한 해 동안 꾸준히 오셨던 수강생분들과 그들의 친구를 초대했다. 공방 홍보차원에서 뱅쇼 만들기를 가르치고 대접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깨달은 사실을 토대로 공간의 쓰임새에 대해 정리하게 되었다.


타깃층에 대한 고민


첫째로 20-30대는 관심이 있어도 삶이 너무 바쁘다. 그래서 자아힐링을 하고 싶은 대도시 젊은 층은 원데이 레슨에 열광한다. 역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도시에서 젊은 층은 취업 준비를 하고 연애를 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등으로 시간이 없다. 전주의 젊은 층은 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 지갑을 여는 것 같다.


둘째로 40대-50대 초반은 자기 시간이 있어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식 뒷바라지 때문이다. 나의 힐링보다 자식 교육이나 자식 건강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 엊그제 중학생 아이들을 둔 어머님께서 겨울 방학 특강을 부탁하셨다. 아이가 사춘기가 심해서 여기서 힐링 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수락하지 않았던 학생 수강을 받아들였다. 퇴직 후 일 년 정도가 되니 학생들 가르치던 때가 그립기도 했고, 공방 운영도 정신을 차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고입과 중3이 되는 오누이 8회 특강은 예상밖으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바로바로 표현해 내는 그들이 신통하다. 원래 그림 지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의 교육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공부 플랜부터 자소서 준비, 입시지도까지 꼼꼼히 챙기게 된다.


역시 나는 뼛속깊이 가르치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인듯하다. 그러나 학교 수업은 의뢰가 들어와도 다른 소상공인 분들에게 양보한다. 사실 단체 수업이 경제적으로 낫겠지만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 때문이다.


셋째로 50대 중 후반-60대 분들의 경우다. 가장 '공간 모닝'에 눈길을 돌리시는 분들이다. 시간과 경제력은 있지만 시력이 둔화되어 힘들어하신다. 너무나 나의 공간에 오시고 싶어 하시는데 공방 수업은 눈이 안 좋아서 못 하신단다. 카페로 전향할 건지 물으신다.


카페로 전향할 의사는 전혀 없다. 다만 공간 대여 또는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수요일은 나의 영어 실력 유지를 위해 영어회화 하는 날을 만들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난 한 해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금요일은 책 읽는 날로 정해서 공간대여를 하기도 하고, 만약 공간대여 예약이 없다면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한다. 나를 위한 공간이자 다른 이들도 편한 공간으로 하고자 함이다.

미리캔버스를 이용해서 만든 포스터들

이밖에 작은 이벤트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원데이 클래스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들은 엄청나다. 이 부분에서 회사경력이 많은 큰딸의 조언을 잘 받아들였다.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돌고 돌아 원점에 선 나는 묵묵히 내 일을 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점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공간 정원에서 가끔 들린다. 목련의 꽃망울 자리에 솜털 같은 게 보인다. 올해는 목련꽃이 정말 필 것 같다. 꽃피는 4월이 기다려지는 밤이다.

봄밤, 오일파스텔, 머메이드 종이, A4




루씨의 인스타그램 주소:


https://instagram.com/gonggan_morning?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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