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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종결자 Aug 26. 2021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료 공유와 인트라넷


회사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자료 공유'로 이루어진다. 매니저에게 진행 중인 업무 성과를 공유하거나 새로운 업무를 위임받을 때,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기안서를 올리고 팀원들에게 확정된 내용을 전달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기존에 있는 자료를 취합하여 검토하고 새로운 자료를 만들거나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어떻게 찾고 공유하느냐는 업무 효율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전 직장에선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참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았다. 유달리 자료 공유에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문화 탓이었다. 먼저 누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게 적절한 사유로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데, 일단 담당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쉽사리 넘겨주는 사람 역시 많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아직 업데이트 하기 전인 자료라...", 

"본인 팀 외 다른 팀에게 공유해도 되는지 매니저에게 검토받아야 해서요.."

"자료에 민감한 내용이 있을 수 있어서..." 

"자료가 너무 크고, 파일이 편집 및 공유가 불가능한 팀 드라이브에 있어서..." 등등. (하다 못해 슬라이드의 디자인도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라 나누고 싶지 않아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윽.. 독일인들이란!) 


그래서 어떨 때는 자료를 인쇄물로 받아 쓰고 바로 분쇄하기도 했다. 비슷한 문서는 또 어찌나 많은지, 문서 뒤에는 버전_1, 버전_2가 붙여져 있거나 20191211과 같이 문서가 저장된 날짜가 적혀 있기도 하고 final, real final 등 도대체 무엇이 가장 최근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꼬리표들이 붙어 드라이브의 저장 공간을 잡아먹기 일쑤였다.


현 회사의 직원들은 업무에서 ‘검색 최적화'를 적극 활용한다. 즉,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인트라넷에서 검색을 통한 자료 공유가 어느 회사보다 편리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자주 쓰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직원 전체 혹은 내가 포함된 그룹 내에서 공유가 허락된 자료들이 검색 결과에 문서 타입 별로 구분되어 나타난다. 내가 주고받은 이메일과 채팅 대화 내용도 모두 결과에 나온다. 전 회사에서 모르는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대상이 내 사수나 매니저, 혹은 옆자리 동료였다면 이곳에서는 그 대상이 바로 인트라넷이다. 이런 자료 공유는 전 세계 각지에 70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는 글로벌 회사에겐 더없이 중요하다. 그 많은 직원들이 항상 정보 공유를 위해 이메일만 주고받을 수는 없으니까.   

 

인트라넷 검색이 유용하게 작동하려면 직원들이 본인이 만든 자료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툴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사이트나 문서, 슬라이드 같은 툴을 사용하면, 설정 창에서 아주 간단하게 해당 문서를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지정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직원들과 공유할 것인지, 혹은 특정 그룹에만 공유할 것인지, 아니면 몇몇의 사람들에게만 공유할 것인지 세팅을 해 놓고 나면 그 그룹에 포함되는 직원들이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해당 문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직원들은 자신이 만든 문서와 정보를 나누는 것뿐 아니라 누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발견했을 때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도록 다른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편집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최초로 해당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문서를 간편하게 보전할 수 있다. 몇 번씩 복사본을 만들고, final final을 제목에 붙여갈 이유가 없다. 더불어 검색된 문서는 누구에게 공유되어 있는지,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도 표시되어 필요시 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기도 용이하다. 다만 회사는 직원들이 중요한 정보나 기밀문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교육한다. 


문서를 만들고 공유할 때도 또 다른 키포인트는 다른 사람이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간소화 링크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31년 이벤트라면 jump/2013-events 등으로 문서의 축약 링크를 만들어 직원들이 보다 문서에 액세스 하는 사이트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방식 덕분에 인트라넷에 무엇을 검색하기 전에 본인이 예상할 수 있는 jump링크를 쳐보면 실제로 내부 사이트나 문서에 접속되기도 한다. 


많은 직원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본인이 업무를 하며 터득한 노하우나 정보를 오픈 문서에 기록하고 공유하여 비슷한 문제를 직면하는 다른 동료들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 잘 적응하는 방법', 'TGIF를 더욱 재밌게 플래닝 하는 방법' 같은 키워드만 인트라넷에 검색해도 수 백 명의 직원들이 쓴 유용한 팁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검색을 통한 정보 수집이 항상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검색을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 혹은 그에 가장 근접한 것, 그리고 그 정보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입사 후 약 2개월 정도 지났을 때 누군가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어요?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보세요!'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내 대답은 어쩌면 약간은 신세한탄 같은 것이었다. ‘네~ 사실 여기선 모두들 언제든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데 물어보기 전에 제가 먼저 인트라넷 검색을 최선을 다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답을 얻지 못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 심적 부담이 큰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거 하나 스스로 못 찾는 사람인가 싶고요. 더불어 검색 결과가 워낙 방대한 정보들을 보여주니, 그중에 가장 신뢰할만한 것인지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오래도록 찾아봤는데, 관련 문서가 수십 개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부분은 각 코스트센터마다 다르게 관리하는 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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