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를 말하다, 3
몰타에서 가장 좋아하던 동네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근!)
몰타에 거주하는 동안 주로 지낸 곳은 여러 상권이 모여 있는 슬리에마(Sliema)란 곳이었다. 눈 비비고 일어나 플랫에서 10분만 걸어도 눈 앞에 푸른 지중해가 펼쳐지던 곳. 그러나 정작 마음을 빼앗긴 곳은 따로 있었으니….
슬리에마를 기준으로 버스 타고 10분에서 15분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던 그곳. 바로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다.
발레타에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은 곧 중세시대로 점프하는 순간이다. 몰타 사진을 한 번쯤 검색해 보았다면, 고풍스러운 상아색 건물들과 다채로운 형형색색 색깔의 문들의 조화를 두고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시선을 빼앗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이 곳에서 찍힌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발레타는 베이지색 빛바랜 건물들에 내리비치는 뜨거운 햇빛, 거기에 좁은 골목 사이로 멀리 보이는 바다가 매우 이국적인 몰타의 수도다.
이 도시는 중세의 흔적을 뛰어난 상태로 잘 보존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럽 내에서도 이른바 역사 보존의 '모범 도시'로 칭해진다고. 워낙 도시 자체가 촘촘하게 짜여 있기도 하고, 현대의 시각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 가능하게 만들 만큼 옛 것들을 잘 보존하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 중 하나는 아마도 '성 요한 기사단'과 관련된 것일 테다. 성 요한 기사단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기사단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자들을 위해 예루살렘 아말피 병원에서 1080년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살아 남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발레타에는 이들 성 요한 기사단의 근거지인 '몰타 기사단장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s)'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곳에 가면 몰타 섬의 역사적 스토리와 관련 있는 유물 들을 만날 수 있다.
'성 요한 성당(St. John’s Co-Cathedral)' 역시 성 요한 기사단과 관련지어 발레타에선 꼭 봐야 할 건축물이다. 16세기 말 성 요한을 위해 몰타 기사단이 만든 성당인데, 외관은 평범하지만 들어가 보면 이보다 더 화려한 성당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휘향 찬란하다. 황금빛 펄(?)들의 향연에 시선을 뺏겨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려봐야 할 곳.
조금만 걷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지중해 풍광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발레타만의 매력이다. 몰타에서 가장 큰 항구인 ‘발레타 워터프런트(Valletta Waterfront)’가 전해주는 기운은 생생하고 푸르다. 도시 전체가 성벽과 보루로 둘러싸여 있는 발레타에서 마주하는 지중해의 자태 역시 곱디곱기만 하다. (골목 사이를 걷다 멀리 저 끝자락 찰랑이는 지중해와 눈맞춤 할 때의 그 희열이란…!)
넓고 푸르게 펼쳐진 지중해의 숨결 앞에 절로 벅찬 느낌이 절로 밀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 낮에 보면 지중해만이 갖는 푸름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숨 막히고, 밤에 보면 잔잔하고 영롱한 불빛들과 함께 항구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 강렬하다.
화려한 명성에 걸맞게 이곳은 항상 관광객으로 넘친다. 발레타에 도착하고 나서야 왜 몰타가 유럽인들 사이에서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유명한 휴양지라는지 이해가 되었는데,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방문하는 데는 다 마땅한 이유가 있나 보다.
아마도 몰타의 절대적인 멋스러움을 유네스코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그 때문에 사실상 건물 하나 마음대로 짓고 부수지 못하는 도시다. 그러니 앞으로도 쭉, 그간 남겨온 오랜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도시 — 발레타(Valletta).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분주히 살아와서 그러려나. 옛 것을 지켜가는 느릿하고 게으른 이 도시가 '최애' 동네가 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연재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