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이었다.
신고 출동이 그다지 많지 않은 오후 시간대였고, 나는 지구대에 머물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서에 보낼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무렵, 내가 담당하던 지역에서 112 신고 지령이 내려왔다.
"XX마트인데 아들이 엄마를 때리고 있다"
지구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장 내 마트였고 서둘러 출동을 나가게 되었다.
신고 현장을 나가보니 엄마를 때린다던 아들은 우리 지구대에서도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20살 정신장애인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수시로 집을 나가버리는 통에 그 녀석 엄마의 가출신고로 얼굴을 기억하고는 있었다.
신고자의 진술을 들어보니 폭행은 아니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조원에게 시장 밖 세워놨던 순찰차를 가지고 와달라고 했다.
덤덤하게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얼굴이 안쓰러워 그 녀석에게 그만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엄마 말 잘 들어, 너 엄마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갈 거야"
그때였다. 갑자기 그 녀석의 주먹이 내 얼굴로 향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피할 틈도 없었다.
당황할 세도 없이 내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들은 그 녀석이 경찰을 때렸다며 수군대기 시작했고, 엄마는 펑펑 울면서 내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단 난 주변을 의식해 엄마와 그 녀석을 데리고 지구대로 갔고 팀장님에게 사실을 보고 드렸다.
내 입술은 살짝 터져 피가 났고 창피함과 뒤늦은 아픔에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엄마의 반응이 놀라웠다.
"그냥 유치장에 넣어주세요"
왜 그 녀석의 엄마는 그런 얘기를 했을까? 나중에 안 사실은 그 녀석이 앓던 정신병은 약을 먹지 않으면 흥분하며 공격적 성향이 나온다고 했다.
엄마는 그날 그 녀석에게 약을 먹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20년간 정신장애인 아들을 돌보며 수많은 아픔을 겪었을지 가늠할 수 없다.
본인의 삶을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지,, 지옥 같은 현실을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는지,, 매일마다 가슴 찢긴 하루를 견뎌야 했을 것이다.
자신이 포기하면 아들도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더 괴로웠을 것이다.
알면서도 약을 먹이지 않고 하루만이라도 정상적인 아들과 시장에서 장을 보는 평범한 일상을 겪어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팀장님은 그 녀석의 엄마에게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고 더 이상 사고가 없도록 약속을 받았다.
나는 그 녀석을 훈방 조치하고 엄마에게 인계를 하였는데,,
모자가 손을 잡고 지구대 밖을 나서는 그 모습이 그렇게나 쓸쓸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