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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머리 Jul 24. 2020

386 컴퓨터 세대의 기억

급변하는 기술 발전에도 우리가 두렵지 않은 이유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나중에 시대에 뒤쳐질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가정용 컴퓨터도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시기였는데

우리 반 부자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성능의 가정용 컴퓨터가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구나하며 뛰어놀던 아이들이 컴퓨터 학원을 다니겠다며 하나둘씩 보이지 않기 시작 건 이 시기 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학원을 다녔던 것 같다.

그 당시 컴퓨터 교육의 엄청난 인기로 학원생들은 정말이지 넘쳐났다.

개그맨 전유성 아저씨의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처럼 한다'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유행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 주로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였는데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한메타자 연습한다

타닥타닥 하는 키보드 소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강의실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빽빽이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었고,

'컴퓨터를 배워야 시대를 앞서간다'라는
 어른들의 압박으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어린 친구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격증 공부보다는 주로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마련이었다.

  

<이 게임을 기억한다면 당신도 옛날 사람ㅎㅎ>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리 집도 컴퓨터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매직스테이션'이라고 삼성 386 슈퍼컴퓨터로 가격이 어마 무시했었다. 학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로 게임용으로 썼었는데 당시 텔레비전에는 컴퓨터가 뭔가 아이들의 학습에 이용하는 것 마냥 광고를 했었다.

하여튼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가 대세인 분위기는 쭉 이어졌다.


그러다가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이 컴퓨터 때문에 인류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 시대가 돌입하면 모든 전산시스템이 종료되어 혼란이 있을 것이고, 핵폭탄이 터져 지구의 절반이 날아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당시에는 중요한 사회 문제로 야기되기도 했다.

그 후에도 현재까지 컴퓨터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우리가 잡스 형님의 엄청난 혁신으로 컴퓨터를 핸드폰에 넣고 다니는 세상에 살게 될 줄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요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난리이다.

미래산업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로봇기술 빅데이터 블록체인 전기자동차 등 혁신적인 변화에 맞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넘쳐흐른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의견들도 많이 보인다.


문득 어린 시절 컴퓨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시대에 뒤쳐진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런데 말이다. 컴퓨터를 배우지 않아도(사실 배운 것도 없었다..)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을 난 본 적이 없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도 20년 전 똑같은 레퍼토리이다.


미래와 기회는 대비하고 잡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일부분 올라갈 순 있어도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처럼 예측하는 것은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불확실한 논리일 뿐이다.


속히 변화되는 세상에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조바심을 가질 필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시대 삶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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