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학기
학기가 끝이 났다. 나이가 든 탓인지 요즘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LAVC의 미술 클래스는 초급, 중급, 고급반이 모두 한데 모여 수업을 듣는다. 기초 이론은 초급반에서 거의 다 배운다. 한 번 들어 다 배워지지 않으니 중급, 고급반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듣는다. 물론 새로운 것도 배우고, 과제는 클래스 수준에 따라 다르다.
이번 학기 우리 반에는 고급반은 없었고, 중급반에는 나를 포함 두 명이 있었다. 중급반의 마지막 학기말 과제는 캔버스가 아닌 3D 물체에 물감을 입혀 원형과는 다른 모습을 만드는 것이었다. 교수가 과거 학생들이 제출했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돌멩이에 뱀이나 생쥐를 그리거나 바나나를 오이를 바꾸어 놓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빈병에 열대어와 수초를 그려 어항을 만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다. 유리에는 물감이 잘 발라지지 않는다. 엷게나마 발라지는 색이 있는가 하면, 발라놓은 물감이 붓에 묻어 나는 색도 있었다. 일단 초벌을 하고 마른 후에 다시 바르기를 반복했다.
물고기의 눈은 마지막에 그려 넣었는데, 까만 점으로 눈을 그려 넣는 순간, 물고기가 살아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생물은 눈을 떴을 때 살아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병에 물을 넣고 다시 한번 놀랐다. 물이 오목과 볼록 렌즈 역할을 해 마치 물고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작가도 예상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예술의 세계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작품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누군가 사온 도넛을 먹고, 그렇게 한 학기를 마감했다.
다음 학기에는 유화를 들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