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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an 27. 2018

잔돈이 없는데요

이 아침에...

가끔 부모님이나 식구들과 함께 병원에 가게 될 때가 있다. 낯선 병원이나 늘 가던 병원이라도 나를 잘 모르는 간호사나 의사를 만나게 되면 내가 보호자의 자격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환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눈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이 환자로 보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수년 전의 일이다. 이른 아침 장을 보기 위해 마켓에 갔는데 마침 동부의 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마켓 입구에서 누이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중년의 백인 여성이 내 곁을 지나가며 잔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자기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허름한 청바지에 수염도 깍지 않은 사내가 휠체어에 앉아 뭐라 뭐라 하니 동냥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흑인 부부에게 백인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젠가 LA 타임스에서 백인의 피부색을 가진 아이를 둔 흑인 남성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은 그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고 한다. 병원에 데리고 가면 아이의 보호자는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왜 굳이 백인아이를 입양했느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는 흑인으로 자라며 받았던 편견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아이는 피부가 희기 때문에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게 자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이는 흑인들로부터는 백인이라는 편견을 받으며 자라게 될 것이다.

과거 한때 한국에서는 재미동포를 보는 시각이 매우 부정적인 때가 있었다. 몇몇 사람의 못된 짓과 TV 드라마의 탓이다. 요즘도 한국에서 이민오는 사람들은 미주 한인사회에 대하여 다소 부정적이며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늦은 밤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데 허름한 차림의 흑인이 길을 건너오면 나도 모르게 차 문은 잠겨있는지 옆으로 빠져나갈 공간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전공이나 능력보다는 출신학교로 개인을 평가하는 것도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다.

문제는 이런 편견이 본인의 경험보다는 대충 보고 들은 내용에서 만들어진다는데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세금 인상이다. 과연 세금 인상은 나쁘기만 한 것인지. 일단은 수입에서 내는 세금의 액수가 올라가면 손해라고 느껴 많은 이들이 이를 반대한다. 그러나 줄어드는 세수 때문에 삭감되는 예산으로 인해 우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나 불편함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너무 많아 과연 어떤 것을 보고 들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많은 양의 상반된 의견이 있으며 들어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편견을 갖고 정보를 찾다 보면 우리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정보가 너무나 많이 널려있기 때문에 그 생각이 더욱 굳어지게 된다.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고 보고 싶은 것만 찾아보게 된다. 그래서 편견이 해소되기보다는 도리어 그 골은 깊어만 간다.

언론이나 남의 의견을 무조건 믿고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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