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맛의 기억 03화

짜장면과 탕수육

맛의 기억

by 고동운 Don Ko

외할머니는 밀가루 음식과 돼지고기를 잡숫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장면에서 면을 짜장과 소고기 탕수육을 좋아하셨다.


요즘 한국에서는 전화 통이면 온갖 것을 배달해서 먹을 있지만 그때는 중국집이 유일하게 음식을 배달했다. 어쩌다 갑자기 집에 손님이 들이닥치면 짜장면을 주문했고 조금 쓰면 탕수육을 접시 추가했다.


나중에는 중국집에 짜장밥 짬뽕밥도 등장했고 볶음밥을 시키면 옆에 짜장도 곁들여 주게 되었지만 그때는 짜장 인심이 무척 박했다.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며 짜장을 따로 팔라고 해도 절대 팔지 않았다. 짜장이 먹고 싶으면 짜장면을 시켜 먹으라는 것이었다.


스스럼없는 손님이 날이면 할머니는 손님이 짜장면을 비비기 전에 짜장을 조금 덜어내서 밥에 비벼 맛있게 드시곤 했다.


할머니가 탕수육을 드시기는 쉽지 않았다. 소고기 탕수육은 돼지고기 탕수육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언젠가 설을 지내고 주머니에 세뱃돈이 남아있을 동생과 나는 큰 맘먹고 할머니께 소고기 탕수육을 드렸다. 맛있게 드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언제부턴가 설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주머니에는 할머니께 탕수육 사드릴 만큼의 돈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때는 할머니가 이상 곁에 계시지 않았다.


요즘 중국집에 가면 돼지고기 탕수육을 시킨다. 탕수육은 역시 돼지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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