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이번 여름 온열질환 피해
이번 여름, 정말 더웠죠?
오늘은 8월 30일,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다가오는 가을을 실감하는 요즘인데요! 지난 기억을 되짚어 보면, 이번 여름은 유달리 더웠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뉴스에서도 올해가 역대 최고 더위라며 여러 번 이슈가 되었던 걸 생각하니 기분 탓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기운이 빠진다고 느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더위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흔히 ‘더위 먹었다’는 관용 표현을 쓰고는 하는데요. 극심한 더위가 단순히 힘이 빠지는 것에서 나아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더위가 병으로 이어져 생기는 질환을 바로 ‘온열질환’이라고 하는데요! 온열질환은 더운 날씨에 몸의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발생하며, 일사병, 열사병, 열실신 등으로 구분됩니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질수록 온열질환자는 증가하는데요. 올해 여름의 시작인 6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의 온열질환자 총계를 작년 동기간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니 무려 77%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도대체 이번 여름이 얼마나 더웠길래 온열질환자가 증가한 건지, 어떤 사람이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한지 궁금해졌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온열질환 피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가장 먼저 더워진 날씨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세계 기상 기구(WMO)는 올해 7월을 지구 표면 온도와 해수면 온도가 역대 가장 뜨거웠던 달로 기록했다고 발표했어요.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더웠던 달이라는 말인데요! 차트로 기온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라인 차트는 기후 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에서 1940년 1월 1일부터 2023년 7월 23일까지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을 관측한 결과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x축은 열두 달, y축은 섭씨온도를 의미하고, 각 선은 1940년대부터 2023년까지의 연도를 의미해요. 그중 밝은 빨간색의 굵은 선이 2023년의 지표면 평균 기온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2023년 7월에는 이 선이 맨눈으로 보기에도 역대 지표면 평균 기온을 웃돌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차트 영역에 그려진 회색의 영역은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에서 지표면 온도 상승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산업화 이전(1850~1990년) 대비 1.5도 상승한 온도’를 표현한 것인데요. 2023년 7월의 온도는 ‘역대급’ 기온이었을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가 정말 심각한 단계까지 도달했음을 뜻하는 기준점에 근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2023년 여름도 1940년 이래로 가장 뜨거웠을까요?
앞서 떠올린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전국 평균 기온 데이터를 찾아보았습니다. 전국 평균 기온은 전국의 서울, 인천, 수원 등 62개 지점의 기온 데이터 평균을 계산한 값을 의미하는데요! 이번에는 1940년 1월부터 가장 최근 달인 2023년 8월까지의 월별 전국 평균 기온을 구한 후 라인 차트를 그려 보았어요.
위 라인 차트의 x축은 열두 달, y축은 평균 기온을 나타내며 연도별로 다른 색으로 구분된 선을 통해 기온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2023년 7월은 가장 기온이 높았던 달이 아니었어요!
동일한 라인 차트의 연도별 색을 바꾸어, 2023년 데이터만 빨간색으로 강조해 보았습니다. 다른 해와 비교하여 2023년의 선이 상단에 위치한 것을 보아 평균 기온이 높은 편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7월의 경우 2023년보다 높은 선들이 있어, 2023년보다 여름의 평균 기온이 높았던 해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7월의 평균 기온은 25.99도로 2023년의 25.55도보다 0.44도 높았어요. 8월 데이터를 보면 2023년의 기온이 7월보다 크게 올랐는데요! 8월을 기준으로 2023년은 1940년 이래로 7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7월, 8월 개별 데이터를 살펴보았는데요. 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었을 때 여름에 해당하는 6, 7, 8월의 평균 기온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연도별 여름(6, 7, 8월) 평균 기온이 높았던 순서대로 나열해 보니, 가장 더웠던 여름은 2018년이었어요. 2023년은 1940년 이래로 2018년, 2013년, 1994년에 이어 4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였습니다. 2023년의 여름은 지금까지의 여름 중 ‘가장’ 더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에 꼽는 더운 여름이었다고는 할 수 있겠어요!
올해가 손에 꼽을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온열질환자 수도 증가했을 텐데요. 온열질환자 수에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요?
온열질환자 수가 증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의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질병관리청이 협력해 운영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 사이트 제공 온열질환자 수와 추정 사망자 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아쉽게도 세부 데이터의 제공 기간에 한계가 있어 2015년부터 2023년까지의 기간 중 6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의 데이터만을 연도별로 시각화해 볼 수 있었어요.
위 시각화는 막대 차트와 선 차트를 동시에 표현하는 콤보 차트인데요! 연도를 나타내는 x축이 동일하지만, 왼쪽의 y축과 파란색 막대는 온열질환자 수, 오른쪽의 y축과 주황색 선은 추정 사망자 수를 나타내고 있어요. 온열질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2015년 이래로 2018년에 급격하게 증가 후 감소했다가 2023년에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데요! 앞서 우리나라의 연도별 평균 기온 변화 추이를 보았을 때 여름(6월, 7월, 8월)이 가장 더웠던 2018년에 온열질환자 수가 가장 많았고, 2023년이 뒤를 잇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열질환 피해는 주로 언제 발생할까요? 하루 중 가장 더운 한낮, 그리고 야외 활동이 잦은 주말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위 막대 차트는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제공하는 2023년 5월 20일부터 8월 22일까지 시간대별 온열질환자 수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x축은 온열질환자 수, y축은 시간대를 나타내며 막대가 길수록 해당 시간대에 온열질환 증상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예상과 같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의 온열질환자의 수가 294명, 전체 환자 중 11.2%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편, 오전 6시에서 10시, 오전 11시에서 12시의 경우 한낮에 해당하는 오후 1시에서 2시, 오후 12시에서 1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의 온열질환자 수가 발생했다는 점이 의외였어요. 가장 더운 낮 시간대만 유의한다면 온열질환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요일별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역시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제공하는 2023년 요일별 평균 온열질환자 수를 막대 차트로 그려 보았는데요! 놀랍게도 야외 활동이 잦다고 생각한 토요일, 일요일보다 평일인 월요일에 온열질환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주중과 주말을 나누어 평균 온열질환자 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는, 주중의 평균 온열질환자 수가 31.3명, 주말의 평균 온열질환자 수가 30.6명으로 근소한 차이지만 주중의 온열질환 환자 수가 조금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알아본 사실을 종합해 본다면 온열질환은 아침부터 낮 시간대와 주중, 그중에서도 월요일에 많이 발생하는데요! 해당 시간을 똑같이 주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니 온열질환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요? 어떤 사람들이 유독 온열질환에 취약할까요?
2023년 5월 20일부터 8월 22일까지의 데이터 기준 온열질환자 수를 연령, 직업, 지역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어떤 사람들이 온열질환에 취약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온열질환자 수를 연령대별로 나누어 막대 차트로 시각화해 보았는데요! 50대의 온열질환자 수가 539명, 60대의 온열질환자 수가 475명으로 가장 많은 것이 눈에 띄었어요. 각종 질병에 취약한 70대 이상 고령층보다도 확연히 높은 숫자였습니다.
이번에는 직업을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부 직업을 알 수 없는 ‘미상’. ‘기타’ 항목과 직업이 없는 ‘무직’ 항목을 제외하고 직업별 온열질환자 수를 시각화해 보았는데요! ‘단순 노무 종사자’의 온열질환자 수가 540명으로 다른 직업의 온열질환자 수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연령대별 온열질환자 수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았을 때, 단순 노무 종사자 직업을 가진 사람의 연령대 중 50대와 60대가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2년 기준 연령별 직업별 취업자 수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았습니다.
2022년 단순 노무 종사자 전체를 100%로 두고, 15세부터 60세 이상의 연령대를 6개로 구분한 연령대별 조각으로 나누어 표현했는데요! 조각의 크기로 연령대별 단순 노무 종사자 인구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차트를 보면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50대 인구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연령별 온열질환자 수 데이터와 단순 노무 종사자 연령대 비율을 종합해 보면, 50~60대의 단순 노무 종사자에게서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치형 데이터의 크기를 원의 크기로 표현하는 버블 차트로 장소별 온열질환자 발생 건수를 표현해 보았는데요! 전체 발생 건수를 보았을 때 실내보다 실외에서 온열질환자가 더욱 많이 발생했고, 그 중에서도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무려 32.7%로 가장 높았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실외 노동자 중 폭염에도 일을 쉬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사례가 많았어요. 실외 작업장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폭염 시 무더위 시간대에 해당하는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옥외 작업을 중지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실내 온열질환자 발생 건수만 따로 보았을 때 가장 높았던 장소는 실외와 마찬가지로 ‘작업장’이었습니다. 실내에만 있는 사람들 역시도 온열질환 발생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인데요! 심지어는 작업장 다음으로 ‘집’에서의 온열질환자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냉방이나 환기가 어려워 외부 기온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영향을 크게 받는 경우에는 실내에서도 햇빛을 차단하거나 수시로 물을 마시는 등 온열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겠어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극심한 더위를 안겨다 준 세계, 국내 기온 변화와 그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특성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았는데요! 저는 온열질환자들이 단순 노동자, 50~60대 등 특정 직업이나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기억에 깊게 남았습니다. 더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더 악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안타깝고,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어요. 우리가 모두 이 사실을 인지하고 폭염에 대비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우리에게 ‘약자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남기고 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요!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대비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는 온열질환 피해가 줄어들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 참고자료
- 윤혜진, 지구온난화→열대화… 세계기상기구 “올 7월, 가장 뜨겁다”, 2023-07-28, 매일경제
- 이은수, 건설현장 야외근로자 “35도 웃도는 폭염에도 휴식없어”, 2023-08-02,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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