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방법
여러분, 2024년에 세운 올해의 목표, 모두 잘 지키고 있나요?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소홀해지지 않았나요? 저도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 곁에서 흐르는 것은 시간뿐만은 아닙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구름처럼 사소한 것부터 기업 내 인사, 물류 이동처럼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이 보이지 않는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무언가 잊고 모르던 사실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시각화’한 사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싱그러운 꽃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중국과 몽골에서 넘어온 작은 모래 알갱이들, 황사인데요. 황사는 기관지에 나쁜 영향을 주는 만큼 주의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황사는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어,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화를 활용해 본다면 어떨까요?
위 시각화는 지도 위에 대기질 상태와 대기의 흐름을 표현한 지도 시각화입니다. 한반도 영토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의 지도가 있고, 그 위에 대기질 상태에 따라 색을 표시해 두었어요. 대기질의 상태가 좋으면 초록색, 보통이라면 노란색, 나쁘다면 빨간색에 가깝게 나타내었습니다.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움직이는 작은 화살표들을 볼 수 있는데요. 대기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나타냅니다. 화살표의 이동 방향은 대기의 방향을 뜻하고, 화살표의 길이는 대기의 진행 속도를 나타내요. 화살표가 길수록 대기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위 이미지를 보면 한반도가 노란색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전반의 대기질은 보통 수준이며, 내륙에서는 화살표의 이동이 비교적 적은 것을 보아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시각화는 이미 공공연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분주한 아침 시간 기상 예보에서 많이 쓰이고 있어요. 위 영상을 보면 소리가 없더라도 바람과 황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 어디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로, 태풍 경로를 예측한 시각화도 있습니다. 태풍은 조금이라도 미흡하게 대처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태풍의 예상 경로와 피해 지역을 예측해 시각화로 볼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23년 8월에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카눈'의 예상 경로와 영향권을 나타낸 시각화입니다. 지도 위 검은색 태풍 마크는 이미 지나온 태풍 경로를 나타내고 붉은색 태풍 마크는 태풍의 예상 경로를 나타내고 있어요. 붉은색 태풍 마크 주변에는 보라색 영역이 표시되어 있는데, 색이 진할수록 태풍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풍 카눈은 갑작스럽게 경로를 바꾸어 한반도를 덮쳤음에도 예상보다 피해가 작았다고 해요. 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만반의 준비를 한 덕도 있지만, 태풍의 흐름을 예측하고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기상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이 이동하는 흐름을 시각화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우리 개인으로서는 어느 지역에 유동 인구가 많다, 적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인구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는 알기 쉽지 않은데요. 인구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시각화하면 인구의 흐름 역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특정한 지역을 기준으로 생활인구 유입이나 교통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들 시각화는 실시간 데이터를 표현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지는 데이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원하는 지역의 교통량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카카오맵의 교통량 정보 지도입니다.
차량이 많이 이용하는 큰 도로 위주로 화살표를 이용해 통행량과 방향을 표현했습니다. 화살표가 초록색이라면 원활한 편이고 노란색이라면 서행, 붉은색이라면 정체 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지도에 빨간색 핀이 꽂혀있는 지점은 성수동 뉴스젤리 사무실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평일 점심시간 이후인데요! 회사 근처에는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 빨간색 화살표로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동부간선도로를 나타내는 노란색 핀 근처는 현재 교통 상태가 원활한데요! 주로 출퇴근 시간대 이용되는 도로이기 때문에 한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교통량을 나타낸 시각화는 바쁜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시각화입니다. 만약 제가 뉴스젤리 사무실에서 파란색 핀이 위치한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업무차 다녀와야 한다면 어떤 경로로 가야 할까요? 교통량 시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빨간색 핀의 바로 왼쪽 도로를 통해 갔을 것 같아요. 하지만 교통량 시각화를 통해 어느 길에 통행량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우회하더라도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길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좋아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 인구 수의 변화를 데이터 시각화로 표현한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위 시각화는 2021년 8월 코로나19 확산 후 서울의 시간별 유동 인구 변화 히트맵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다면 빨간색에 가깝게, 인구 밀도가 적다면 초록색에 가깝게 표현했어요. 왼쪽 위에는 1시간 단위로 시간을 표시해 현재 지도에 나타난 시각화가 어느 시간대의 데이터인지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정오에 가까울수록 종로구와 강남구의 인구밀도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늦어질수록 종로구와 강남구의 붉은색이 옅어지는데요! 낮 시간에 업무 혹은 여가를 위해 종로구와 강남구를 찾은 사람들이 많지만, 저녁 시간에는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합니다.
유사한 데이터이지만 지도를 활용하지 않은 시각화 사례도 알아볼까요? 위 시각화는 ‘서울시 생활이동 데이터 시각화 서비스'에 수록된 버블 타임라인 차트입니다. 차트 내 원의 크기가 클수록 유입 인구가 많다는 뜻인데요. 2024년 3월 종로구에 유입된 생활인구 수를 요일별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로구는 평일 오전 시간에 유입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과 오후를 구분하지 않고 방문하는 인구가 꾸준히 존재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시각화 사례가 특정한 지역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보여주는 시각화였다면, 다음으로 살펴볼 사례는 지역 간의 인구 이동을 보여줍니다. 지역 간의 이동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시각화에서 선이 사용된 것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이처럼 지역 간 데이터의 이동을 선으로 표현한 시각화를 플로우 맵(Flow map)이라고 하는데요. 종로구로 모여들고 있는 화살표를 보면 종로구로 유입되는 인구가 어느 자치구에서 많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화살표의 두께는 방문자 수 크기에 비례해 표시되어 있고 화살표의 끝에는 방문자의 수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종로구에서 종로구로 돌아오는 굵은 화살표가 있는데, 이는 종로구 내에서 벗어나지 않고 생활한 인구를 뜻합니다. 종로구 내에서만 움직인 시민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중구와 성북구에서 종로구를 방문한 시민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일상과 관련된 흐름을 시각화한 사례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조금 더 큰 범위의 흐름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작은 자영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우리가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에서 흐름이 있기 마련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흐름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공급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공급망이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부터 완제품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뜻해요. 앞서 잠시 언급했던 작은 요식업을 예로 들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구해오고 손님에게 제공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성장할수록 공급망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또한, 최근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평가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개념이 등장해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공급망 중 일부에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가 생긴 기업과 얽혀있는 많은 타 기업의 ESG 평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기업은 문제가 생긴 공급망의 관리가 필요한데요. 공급망 관리를 위한 시각화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사례로 Trustrace 사의 대시보드 화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캔버스 위에 하얀색 카드가 여럿 보이는데요! 카드 위에 기업의 이름과 정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카드와 카드 사이를 보면 화살표로 이어져 있는데 이 화살표는 기업 사이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화면을 축소해 전체 기업의 공급망을 조회할 수도 있고, 확대해 특정 단계의 공급망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화에 이상 현상 및 위험이 감지된 공급망 기업을 다른 색으로 표시하면 문제 상황을 사용자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한편, 위 시각화는 기업의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기업을 단순히 나열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된 기업들을 한눈에 찾아볼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해 지도를 배경으로 한 공급망 시각화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땅콩버터 초콜릿 브랜드 리세스(Reese’s)의 공급망을 나타낸 플로우 맵 차트입니다. 세계 지도 위에 원과 화살표를 이용해 공급망을 표현했는데요. 범례에 따르면 녹색 원은 공장(Factory), 분홍색 원은 공급망 기업(Supplier), 보라색은 협력사(Cooperative), 주황색은 프로젝트(Project)입니다. 재화 및 서비스가 움직이는 흐름에 따라 화살표로 이어 두었어요!
이 시각화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첫 번째 사례와 다르게 공급처의 위치를 지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요. 물리적 위치를 표현함으로써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 시간과 거리, 거래처 간 시차 등 현지의 지리적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특성을 눈으로 쉽게 확인한다는 것은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알아차리는 것은 물론, 대처까지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 아프리카에 있는 카카오 재배 업체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업체와 지리적 특성이 유사한 업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요!
오늘은 우리 곁에서 항상 존재하는 흐름을 데이터 시각화로 표현한 사례를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글에서 언급된 사례 모두 한눈에 볼 수 없는 흐름을 시각화하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단순하게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시각화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를 막아 줄 수 있는 시각화까지, 쓰임과 가치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저는 특히 공급망을 시각화한 대시보드와 플로우 맵이 흥미로웠습니다. 본문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ESG와 관련된 공급망 규제를 시작했다고 해요. 하나의 기업과 관련된 모든 공급 업체를 조사하고 ESG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다면 나쁜 평가를 내린다고 합니다. ESG와 관련된 평가가 저조하다면, 기업은 결국 경영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는데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더더욱 필요해질 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써 시각화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본문에서 소개해 드린 시각화들은 화면에서 마우스로 클릭해 보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인터랙티브 시각화들입니다. 출처 링크에 직접 접속해 이것저것 조작해 보는 것을 추천 드리는데요! 제가 글을 통해 전해드린 인사이트 이외에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