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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Aug 30. 2023

자율휴업일이 뭐길래 - 파면을 앞둔 선생님들에게 묻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에게 묻다

선생님 여러분.

감히 신성한 자율휴업일을 지정하겠다고 논의하셨습니까? '파업'이라도 하려고 하셨습니까?




5월 4일하고 5월 6일에 휴업일을 해야 연휴가 길어져서,


10월 11월에 하루씩 넣어야 좀 숨통이 트이니까,  


우리 그런 숭고하고 중요한 이유를 들어 연초에 학부모님들과 심사숙고해서 휴업일 정하지 않습니까.


근데 나와 동료들이 몸과 마음의 병을 얻고 나가떨어진다고, 나의 후배 교사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고, 이제라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진지한 사유로 자율휴업일을 하시겠다고요?


심지어 학교 구성원 모두 오케이를 하셨다고요?


하지만 아쉽네요,


 


이해는 안 가지만


'교육'부가


그 자율 휴업일은 '불법'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애초에 언제부터 학교별 휴업일을 학부모님도 교육청도 아닌 교육부가 관심을 가졌나요?


매년 190일 수업일 제외한 남은 날을 언제 붙여서 휴업일을 할까, 추석에 붙일까, 11월에 넣을까, 그 정도 무게로 고민하던 자율휴업일이 언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며 파면을 받아야 할 일이 되었습니까?


 


곧 지정될 10월 2일 휴업일은 얼마나 중차대하고 엄중하고 심각하게 논의하여 지정해 주실 건가요?


 


교육청별 자율성, 학교별 자율성을 강조하던 우리 교육이 언제 후퇴했지요?


요즘 심지어 학교가 아니라 더 미시적으로, 교사 교육과정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트렌드 아니었나요?


 

 

 


학교 현장이 급작스러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혼란의 혼란을 더할 때


정확한 지침도 없고 학사일정 결정에 책임을 질 곳도 없어 곤란할 때


교육부와 교육청에 지침을 달라고 그렇게 부탁드릴 때


그때는 그렇게 학교의 판단과 자율을 존중해 주셨잖아요. 책임도 저희에게 주셨잖아요.


그때는 저희를 믿으셨고 지금은 저희를 믿지 않으시나요?


 


 


심지어


 


우리를 파면한다고요?


 


우리가 혹시 학생과 수업을 볼모로 하루 3천 원 꼴 부장수당을 올려달라고 파업한다고 했습니까?


 


우리가 반토막난 연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다고 했습니까?


 


저희가 저희 집단을 “예비살인자”라고 모욕했다고 파업을 합니까?


   


현장체험학습 차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보험과 법으로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지만 현장학습은 가라고 하였다고 파업한다고 했습니까?


 


우리가 혹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싫다고 파업한다고 했습니까?


 


우리가 혹시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특정 정당 또는 집단을 옹호하고 있습니까?


 


저희가 혹시 우리 집단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가 혹시 지금 학생들을 대충 가르치고 싶다고, 문제 행동이 있든 없든 수업이 침해되든 말든 대충 시간만 때우고 싶다고 파업한다고 했습니까?


 


 


저희가 혹시 9월 4일부터 무기한 파업한다고 했습니까?


 

    


애초에 우리가,


   

    


'파업'을 한다고 하고 있습니까?

   


   


파업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대체불가능함을 보여주고 현장을 마비시키기 위함일진대


이 집단은


학교의 혼란 대신 휴업 논의가 나오고 나서 오히려  안심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었습니다.


   


9월 4일을 휴업일로 지정하여도


 


1년에 가르쳐야 하는 수업일수와 시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휴업일 하루 생긴다고 큰일이 났다면 작년 태풍 휴업이든 10월 2일 휴업이든 큰 일이었겠죠)


  


 

   


무기한도 아닌


딱 하루!

.

.

.


그런데 그날 휴업일을 지정하는 교장교감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니요?


그날 연가 병가를 쓰는 사람들도 해임, 파면할 수 있다니요?


    


그동안 우리의 뜨겁고 비통한 메시지를 듣고 도와주겠다던


우리 집단의 수장인 교육부가 보낸 메시지가 맞습니까?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 휴업일을 어째서 막으시는 겁니까?


 


 


그동안 저희를 지켜주지 않은 관리자들에게는 아무런 벌도 주지 않으셔놓고


 


저희를 도와주겠다는 분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불이익을 예고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육부가 바라는 것은 학교의 파행입니까?


 


학교의 파행을 통해 교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함입니까?


 


또는 학교 구성원 간의 분열을 유도하여 다시는 뭉치지 못하게 하려 함입니까?


 


 


저는 교육부장관님께서 우리의 외침을 듣고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우리를 지지하고 계신다 믿었는데 제가 크나큰 착각을 했나요?


  


고생했다, 수고했다, 미비했던 부분이 미안했다 는 얘기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왜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저희를 법을 어기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공개적으로 파면과 해임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나요?


    


끝까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 속에서


굳이


저희를 불법 교사로 규정하실 건가요?


    


 


우리는 이제


악성민원인에 더해


우리의 수장으로부터 불법 교사의 낙인을 받지 않기 위해


우리, 다시 각개전투 속으로 들어가서 언제 밟을지 모를 지뢰밭을 지나면서


누구의 책임과 도움도 법과 문서로 보증받지 못한 채


언제 끓어버릴지 모르는 솥 속의 개구리 신세로 다시 살아야 하나요?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우리 수장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을 줄 몰랐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저희를 특정, 적폐, 선동된, 일부, 부적응자, 마음이 약한 자들, 불법 애호가, 연가 병가 애호가 등으로 오해하지 마시고


제 발


협박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 이미 일터에서 협박과 겁박이라면 들을 대로 들는 사람들인 것 아시잖아요.


 


 


이미 많은 분들이 스러져 가는 이 시국


교육부에서 저희에게 칼을 들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로부터 교육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던 교사들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파면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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