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초 Aug 21. 2019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 날

20190810
엄마에게 엄마의 일기를 묶은 책을 선물로 드렸다. 제목은 '김○○와 하숙생 BB'이다. '김○○은 우리 엄마의 이름이고, 하숙생은 우리 아버지, 알파벳 B는 아버지 이름의 이니셜이다. B가 아닌 BB로 쓴 이유는 엄마가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나 얄미움이 클 때엔 아버지 이름을 경음화해서 부르시기 때문이다.

엄마의 책을 보자 가족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엄마의 일기 속 최다(最多) 등장인물인 아버지는 조금 놀라시는 것 같았다.(나를 도대체 뭐라고 써 놓은 거지? 하는 불안함?ㅎㅎ)

엄마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책을 물끄러미 보기만 하셨다. 가끔씩 책을 쌓아둔 모양이 흐트러지면 가지런하게 매만지시기는 했지만, 선뜻 펴서 읽어보시거나 하지 않으셨다. 혹시 이 선물이 별로인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선물 앞에서 표현이 없으셨다. 

이 일기의 탄생과정을 들은 독서모임 친구의 표현처럼, 팔순 넘어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신 것'에 대한 벅차오르는 마음 때문이었으려나 짐작해본다.  

엄마는 내게 주시는 책에 사인을 하시면서 '고마운 딸'이라고 써 주셨다. 이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엄마의 일기책, '김○○와 하숙생 BB'를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엄마에게 많이 고맙다. 7,8년 전 처음, 엄마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기록해 보라고 했던 나의 말을, 사실은 잔소리(^^)를 흘려듣지 않고 기억해 둔, 그리고 결국엔 일기를 쓰는 것으로 실천에 옮긴 엄마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위 사진 : '저자 사인회' 중인 우리 엄마^^

매거진의 이전글 부드러워진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