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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평강 Mar 01. 2024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효율이 아니라 무의미한 '포옹'이다

관.계에 대한 해답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워왔다. 떠올리기 싫은 국.영.수를 넘어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법, 연애하는 방법.

돌아보면 누구도 관계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슬프게 한 날도 가장 기쁘게 한 날도 전부 관계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 날이 가장 슬펐고, 

상대가 온전히 나만을 위해 내어 준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던 순간 황홀했다. 

우리는 관계 때문에 울고, 웃고, 신문 기사엔 관계 때문에 서로를 칼로 찌른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까지 몰고 가는 관계인데, 왜 우린 관계를 배우지 못했을까?


인스타그램을 떠돌아다니다 보면 관계에 대한 릴스들이 자주 등장한다. 

자극적인 문구들도 많다. 

인생에서 쓴맛 좀 봤다는 작가들이 쓴 관계에 대한 해답은 유행 같았다.

'나에게 집중할 것' 혹은 '단호하게 끊어낼 것' 


불필요한 관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관계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는 조금 불편하다.


사랑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보다 4살 어린 대학원 동기다. 

지도 교수님께 쫓겨나다시피 연구실을 나오고 망연자실하게 도서관 벤치에 앉아 있던 날이었다. 

친구에게 내가 연락을 했던 건지, 그 친구가 내게 우연히 연락을 했던 건지 정확하진 않다.

그저 전화로 대화가 시작됐고, 나는 허망한 표정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위로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원래 힘든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각자가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너무 답답해서 시작한 대화였다. 

내 사정을 다 들은 친구가 말을 했다. 


"그래서 언니 어디야? 내가 갈게."



그리고 그 친구는 한 걸음에 내가 앉아 있는 벤치로 뛰어왔다. 

그날, 나는 다짐했다. 어느 날 이 친구의 바닥을 보게 되더라도 이 친구 옆에 있겠다고. 

시간이 흘러 친구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있잖아. 정말 나중에 네가 100억을 횡령했다는 기사를 보더라도. 

나는 네가 그럴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게."


뜬금없는 말이지만, 진심이었다. 


모두 바쁘다. 교수의 뒤처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연애는 잘 안된다. 내 가족 중 한 명이 아프고. 카드 값은 연체됐고. 어제는 이별을 했을지 모른다. 오늘은 직상 상사가 기분이 태도가 되어, 그날 부부싸움을 하고 와 내게 화풀이를 하고 있을련지도. 그날그날 각자의 사정이 있다. 

관계란, 사정을 뒤로하고 나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쏟는 일이다.


나는 그날, 망연자실한 채로 하늘을 올려보던 날 

횡설수설하는 내 옆에 있어준 그 친구를 통해 배웠다.

'효율'을 통해선 '관계'가 얻어지지 않는다.

나를 넘어선 결정을 내릴 때 관계는 뿌리를 내린다. 


관계란 원래가 효율적이지 않다.

라인홀드 니버는 '인간은 인간 자신에게 하나의 문제'라고 했다.

우린, 모두가 문제다. 


문제 많은 인간들이 문제없는 척. 효율을 따져 최선을 낼 수 있다는 환상이 적어도 관계라는 영역에선  사라졌으면 좋겠다. 


인간 사이에 필요한 건 효율이 아니라, 무의미한 포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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