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Feb 17. 2024

정이현과 장류진

KBS안동에서 보내드리는 <즐거운 라디오 여기는 안동입니다>

함께하고 계신 지금 시각 4시 ---분 지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즐거운 북카페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일’ 하는 우리의 모습을 소설로 살펴볼 텐데-

오늘도 김미향 출판평론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책 함께 읽어봅니까?

다음 주 월요일인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우리들이 일하는 모습을 다룬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집,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소개한다.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과 경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일의 희로애락을 건드리는 여덟 편의 소설들로 엮여 있다.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각각 사무실 내에서 펼쳐지는 정치, 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일상적인 어려움과 도전, 소소한 성취들을 엿볼 수 있다.      


2. 아까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집’이라고 이 책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소설집은 다른 한국문학 작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야기들이 매우 사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였다. 마치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 두고서 들려줄 법한 이야기들, 또는 네이트판이나 블라인드에 올라올 법한 이야기들이라는 거다. 이 책 이전의 한국소설들은 주인공이 사회 시스템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등의 거대서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게 소설이 된다고?’ 식의, 아주 작은, 개인에게 일어나는 미시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물론 출판사의 마케팅도 한몫했겠지만 그전의 소설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정점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소설집을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와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 소설집을 읽다 보면 과거 정이현 작가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서울 강남에서 중산층으로 살면서 여대를 다니는 사람이 정이현 소설의 화자라면, 장류진 소설집에서는 그 서울 깍쟁이 학생이 자라서 판교에 있는 IT 회사를 다니면서 신입 시절부터 5년 차쯤 됐을 때까지 겪은 일을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3. 그러면 이 책 속엔 IT 회사 직장인들의 일하는 모습이 잘 담겨 있겠네요?

맞다. 사실 작가가 이 소설들을 쓸 때 판교에 있는 IT 회사에 다녔다고 한다. 이 소설집이 뜨거운 인기를 얻자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었다.(웃음) 작가의 말을 보면 “여기 실린 소설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표”했다고 한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는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고. 재미있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소설 속엔 판교 IT 회사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꾀한다며 대표, 임원, 직원 할 것 없이 영어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웃긴 건, 대표님을 부를 때는 “데이빗 님께 전달해 드립니다” 하는 식으로 극존칭을 쓴다는 거다. 이름만 영어로 바꿨을 뿐 조직문화 자체는 바뀐 게 없는 거다. 또 IT 회사에선 이천년대 초반부터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애자일 방법론의 필수 요소인 ‘스크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원칙상 15분 정도로 간략하게 해야 하는 이 스크럼을 한 시간 이상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회의를 회의하게 되고 마는 순간이랄까.        


4. 정말 ‘하이퍼 리얼리즘’이네요. 깨알 같습니다.(웃음) 자, 그렇다면 이 책에서 한국사회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습니까?

주는 만큼 돌려받는 곳. 한 만큼만 대가를 치르는 곳,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에누리 없이 계산되는 곳, 합리적인 인간을 상정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삼아 작동하는 ‘웃픈’ 자본주의 사회. 이 소설집에 기본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세계다. 이 세계는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사회이기도 하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 책 속 세계에서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우리는 다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우리가 서 있는 각자의 제 자리에서 오늘의 일을 해야 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일의 본질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요?

결혼식 직전 청첩장을 개별적인 점심모임을 통해 받았다면, 반드시 '봉투'라도 보내야 하며, 실수로 그룹 아이디 계정에 전체회신을 했다가는 전 직원이 나의 부서이동 계획을 알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밥을 사기로 한 동료가 8,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했는데,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12,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하는 건 상도에 어긋난 일이다. (<잘 살겠습니다> 中)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묘한 경계가 파티션 위를 거미줄처럼 얽고 지나가고, 일의 기쁨과 슬픔 역시 경계를 따라 교차한다. 일을 하다 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던 동료의 짜증까지 기어이 이해하게 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고, 친하지도 않은 그를 위해 생일선물을 충동구매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일의 기쁨과 슬픔> 中) 비효율과 굴욕으로 점철된 생활, 그러나 월급을 받아 항공권을 결제하면 다시 다음 달이 시작된다. 동료의 한숨 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 동료의 슬픔을 이해하기에 '쉴드' 치기도 하는 나날. 이번 주말부터 근로자의 날까지, 이야기가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우리네 삶 있는 그대로의, ‘그 모든 일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을 만끽해 보면 좋겠다     



네. 일상의 무게에도 끝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들을 품고 있는 책

《일의 기쁨과 슬픔》

함께 잘 읽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즐거운 북카페>, 김미향 출판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2023년 4월 28일(금) KBS 라디오 <즐거운 라디오 여기는 안동입니다> '즐거운 북카페'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https://andong.kbs.co.kr/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온라인서점 외에도 쿠팡, 위메프 등 각종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채식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