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을 좋아한다. 2000년에 제작된 이 영화를 지난해에 처음으로 보게 됐다. 마침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라 물기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진 뒤, 평온하던 가족들의 삶은 각자의 이유로 요동친다. 에드워드 양은 어린아이인 양양의 말을 빌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삶의 뒷면"을 보여주려 한다.
주인공 NJ의 처남 아제가 결혼하던 날, 장모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쓰러져 의식불명이 된다. NJ는 딸 팅팅에게 쓰레기를 버리라고 했지만 팅팅은 그날 쓰레기를 비우지 않고 집을 비웠다. 팅팅은 가족들 모르게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가족들은 쓰러진 할머니를 간호하며 매일 할머니의 귓가에 각자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유일하게 양양만이 할머니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말하면 뭐해요? 할머니는 볼 수도 없는데." 양양은 끝끝내 말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간병에 가족들은 지쳐만 간다.
할머니의 딸이자 NJ의 아내인 밍밍은 너무나도 지쳐버려 절로 가 버린다. 한편 팅팅은 이웃집 친구 리리의 전 남자친구 패티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팅팅과 잠시 관계를 맺었던 패티는 다시 리리에게 돌아가고 팅팅은 첫사랑의 아픔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패티가 리리 어머니의 남자친구였던 영어 선생을 살해해 경찰에 끌려간다. 참고인 조사를 받고 돌아온 팅팅은 꿈속에서 할머니를 만나 용서받는다. "저를 용서하셨으니 편히 잠들 수 있겠어요." 팅팅은 그렇게 꿈을 통해 치유된다. 그리고 그 시각, 할머니는 옆방에서 이승을 떠난다.
할머니의 곁을 떠나 있던 NJ, 밍밍, 팅팅 등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의 장례식에 모인다. 주변 사람의 뒷모습을 찍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던 어린 양양은 한 뼘 성장해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추도사를 읊는다. 그 애는 늘 달라붙어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뒷면을 찍어 각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팅팅이 꿈을 통해 할머니에게 용서받는 장면을 보며 나의 꿈에 등장하는 엄마를 떠올렸다. 하나(一, Yi)에 하나(一, Yi)가 더해져 둘(二)이 되기에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하나 그리고 둘>이라 지었다. 하나의 개별적인 삶(一)은 또 다른 누군가의 개별적인 삶(一)에 흘러들어 가 어우러지고, 그렇게 우리(二)의 삶이 된다. 영화 속 할머니가 그랬듯 우리 엄마도 섬 같던 우리 가족을 그러모은 중심축이었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겪는 사건이더라도 우리 기억 속의 그 사건은 세상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온전한 자신만의 일로 새겨진다는 것이다. 출장을 떠나 첫사랑과 재회한 NJ의 스토리는 팅팅의 첫사랑 스토리와 병치된다. 누구나 언젠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죽음이라는 사건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일로 새겨질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시는 순간, 나는 중환자실에 있었다. 애틋하고 뭉클하게 엄마의 귓가에 동생이 사랑을 속삭이던 순간, 아빠와 나는 저만치 떨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어머니께서는 고인 가시는 길에 이야길 많이 들려드려야 한다고,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가장 생생하게 발달해 있는 감각이 귀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울음을 울었다. 엄마의 죽음이 처음이었기에, 라는 말로는 끝내 이야기할 수 없는 당황과 혼란과 슬픔이 내 안에 뭉쳐 있었기에 나는 결국 우물우물 하고 싶은 말을 내뱉다 씹어 삼키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모두를 울린 영화 속 양양의 추도사는 중환자실에 있던 엄마께 제대로 작별을 고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대변한 듯했다. 양양의 말을 빌려 2018년 5월 25일 이른 9시,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제야 전한다. "엄마, 전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커서 뭘 하고 싶은 줄 아세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날마다 재밌을 거예요. 엄마가 계신 곳도 알겠죠. 그럼 엄마께 가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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