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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LAB Sep 08. 2018

3. 무기력한 삶에게 하는 말

지금 지친 당신에게 김창옥이 왔다 갔다



안녕하세요, 소통 전문가 김창옥 교수입니다.


제가 예전에 귀신사 주지스님을 한번 만나본 적이 있어요. 돌아올 귀, 믿을 신. 믿음으로 돌아오라는 절이에요. 누가 소개를 해줘서 주지스님을 만났는데, 저랑 얘기가 잘 통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주지스님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고 이제 가려는데 스님이 "저녁 공양하고 가시겠습니까?"라고 하셨어요.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주지스님이셔서 스님이 직접 음식을 만들지는 않으시고 도와주시는 보살님들이 음식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더운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음식이 준비되고 이제 딱 음식을 먹으려는데 

주지스님이 "제가 기도하겠습니다" 하시더라고요.


교회도 아닌데 스님이 기도..? 저는 스님이랑은 기도 안 하는데요? 이럴 수 없잖아요ㅋㅋ 네. 하고 기도를 했는데 이렇게 기도를 하셨어요.


이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은 저 멀리 태양의 에너지와 농부의 수고, 유통업자들의 노력, 이 무더운 여름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신 사람들의 노력. 이 모든 게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우주의 온갖 에너지이고, 사람의 정성입니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실 때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삶에 감사하게 도와주십시오.


정확하게 이렇게 기도를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약간 눈을 떴다가 저한테 "아멘-" 이러셨어요 ㅋㅋ 스님인데! 그 날 무슨 밥을 먹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먹고 똥으로 다 나갔겠죠 ㅋㅋ


이 만남이 10년 전인 것 같은데 저는 기도 문맥을 다 기억합니다. 사실 전 그 스님 얼굴도 모르겠습니다. 기억나는 건 딱 두 가지, 절 이름과 기도문. 이 기도문은 죽을 때까지 잘 안힞혀질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대사를 외운 게 아니라 이 문맥에 동의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차나 커피를 마실 때 럭셔리하게 마시잖아요. 특히 막 스타X스에서 딱 멋있게 다리 꼬고~ 럭셔리하게요. 품위 있게 ㅋㅋ 


그런데 제가 이번에 스리랑카 와서 짧게 녹차 따는 것을 해봤거든요. 한 포대가 18kg짜리인데 하루 만에 따야 해요. 그리고 하루에 받는 임금이 4불입니다. 그럼 뭐 한국돈으로 5천 원이에요. 그러면 25일 일한다고 치면.. 이게 무슨 생계가 되겠습니까.

 

녹차 따는 걸 해보고 느낀 게, '이 녹차 잎을 따는 사람들의 모든 수고가 나의 이 한 잔의 여유 안에 들어 있구나'였어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먹는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가끔은 알고 먹고 마시는 게 내가 삶의 우울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겠다.


저는 사실 녹차랑 홍차가 어떻게 다른 건지도 몰랐어요. 그리고 실론티는 브랜드 이름인지 알았어요 ㅋㅋ 그런데 실론은 스리랑카라는 말이고, 스리랑카에서 나온 녹차, 그리고 그 녹차를 가열시키고 발효시키면 홍차가 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여기 와서 처음 알면서 제가 살짝 부끄럽더라고요. 내가 먹는 게 어떻게 되는 건지 너무 모르는 거예요. 초등학생도 책으로으로 보면 알법한 이거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 알지를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내가 늘 경험하고 먹고 쓰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산이 됐는지 현장을 볼 수 있다면 나는 나의 우울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깨달음'이나 '고마움'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 삶이 어디에서 와 있고, 내가 쓰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타는 건 무엇이고, 내가 입고 있는 건 무엇이고, 내가 먹고 있는 건 무엇이다를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면 자기 일상에서 그걸 찾지 못하면, 자꾸 어마어마한 어떤 것에서 찾으려고 하면, 되게 희망적인 것 같지만 결국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먹는 음식, 옷, 차, 집, 나에게 기회로 주어진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것을 처음을 경험할 때. 이 정체돼있던 우울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 어디서 드셨어요?
무기력한 나를 건져 줄 나만의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브런치에서 읽은 글은 YOUTUBE에서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창옥's 스리랑카 녹차 따기 체험 현장 https://goo.gl/KrmY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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