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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Park Dec 28. 2021

스웨덴 생활에서 필수

PN과 ID CARD

나는 운이 좋게도 거의 99%의 확률로 일자리를 구한 상태로 스웨덴으로 오게 되었다. 사실 같은 회사이기에 거의 트랜스퍼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미 스웨덴에 도착 전에 회사 HR 담당자가 요구한 대부분의 서류를 다 건넨 상태였고, 형식적인 인터뷰만을 앞두고 있었다. 스웨덴에 도착하고 약 한 달이 되어갈 무렵 드디어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덴마크 회사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받은 덕분에 인터뷰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다만, 나는 덴마크 공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했었는데, 스웨덴의 내가 일하게 될 회사에서는 스타벅스가 우리 회사의 소속이 아니었다. 그래서 담당자는 다른 포지션을 오퍼를 했다.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게 약간 걱정이 되었으나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는 그 힘든 스웨덴에 왔는데, 기회를 뻥 차 버릴 수가 없었다. 아직 퍼스널 넘버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일을 시작할 수는 없었는데, 다행히도 담당자가 그 점은 이해해줬다. 퍼스널 넘버가 나오면 일을 시작하기로 하고 인터뷰는 마무리를 했다.


두 달 가까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나의 퍼스널 넘버는 깜깜무소식이었다. 네다섯 달 전 즈음에 미리 예약해둔 포르투갈 여행이 코앞에 있었는데, 바로 출발 전 주에 드디어 Skatteverket(세무서)에서 우편물이 왔다. 퍼스널 넘버인가! 하며 열어봤는데 케이스 오피서가 배정이 됐는지 이름과 연락처가 있었고, 내용은 퍼스널 넘버가 아닌 그전에 살았던 노르딕 국가 소셜 시큐리티 넘버가 있으면 적어서 보내라는 레터였다. 퍼스널 넘버가 적힌 레터가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거절 레터는 아니었기에 조금 초조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애써 하며 덴마크에서 썼던 CPR을 적어서 보냈다. 아니 심지어 편지는 굉장히 불친절했던 게, 우편으로 보내라는 건지 메일로 보내라는 건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고 그냥 보내라고 쓰여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모르겠다 싶어서 작성한 내용을 사진 찍어 pdf 파일로 만들어서 케이스 오피서에게 보냈다. 제대로 보낸 건지 모르겠어서 이 메일 주소로 보내는 거 맞냐고 내용에 문의까지 해서 보냈더니 담당자는 이번 주는 오피스로 출근을 안 한다며 다음 주에 오피스 출근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장이 왔다. 그렇게 나는 포르투갈을 일주일 다녀왔고(유럽에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직전), 스웨덴에 도착한 다다음날 세무서에서 우편물이 왔다. 드디어 퍼스널 넘버가 나온 것이다. 퍼스널 넘버는 yymmdd-xxxx 구성의 번호로 이루어져 있는데, 똑같은 우편물이 와도 생년월일 뒤의 임의의 숫자 xxxx가 0000으로 온다면 리젝이라고 한다. 그동안 퍼스널 넘버 때문에 일도 못하고 두 달을 그냥 놀았던 거 생각하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퍼스널 넘버를 받았으니 바로 은행 계좌를 열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스웨덴 은행은 스웨디쉬 아이디카드를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인 셈이다. 아이디카드가 없으면 불편한 일들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기에 고민 없이 바로 아이디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디카드 또한 Skatteverket(세무서)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모든 세무서에서 신청 가능한 게 아니고, 스톡홀름에서는 Kungsholmen에 위치한 세무서에서만 신청 & 픽업이 가능하다. Skatteverket 홈페이지의 아이디카드 신청 페이지를 잘 읽어보면 예약 가능한 링크를 찾을 수 있다. 신청 예약 조차도 경쟁이 참 치열하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잡기가 쉽지가 않다. 심할 때는 몇 주 후에나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누군가가 취소한 듯한 예약 가능한 슬롯이 다다음날 있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면, 400 크로나를 미리 지정된 계좌 번호로 입금해야 한다. 해외계좌에서도 보낼 수 있도록 계좌 번호가 나와있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ocr/reference 란에 신청자의 퍼스널 넘버와 이름을 써야 한다. 나는 당장 다다음날이 예약 날짜였기에 해외송금으로 보내면 혹시 늦게 입금이 될까 봐 시내의 Forex bank를 가서 입금을 하려고 했는데 수수료가 100 크로나라고 해서 식겁하며 나왔고 결국은 스웨덴 계좌가 있던 플랏 메이트에게 부탁을 했다. 


거주 허가증과 여권만 가지고 창구에 갔더니 직원이 송금 확인증 같은 게 있냐고 물어봐서 친구가 대신 보내줬다고 하니 스크린숏이라도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바로 확인될 줄 알았기에 당황해서 없다고 하니 ocr란에 내 이름만 잘 썼으면 확인될 거라고 하고 했다. 키를 물어봐서 알려주고, 아이디카드에 들어갈 사진을 찍었다. 한 번 찍고 다시 찍을래? 이래서 다시 찍었는데 이러나저러나 참 별로였다.

확인증 같은 종이 한 장을 프린트해주며, 내가 카드를 신청한 날이 금요일이어서 그다음 주 월요일에 카드 제작에 들어가고 카드가 나오면 문자로 연락이 갈 테니 이 프린트한 종이를 꼭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 종이를 가져오지 않으면 카드를 받을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보통 2주 정도 걸린다고 들었는데 나도 딱 신청일로부터 열흘 후에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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