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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Sep 22. 2021

재미의 발견 3

재미의 완성 -기획의도, 더하기


"기획의도란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갈 것인지를 적어놓은 '큰 그림'입니다.....(중략)..... tvN 예능 <렛 미인>의 기획의도에는 "콤플렉스를 당당한 자신감으로! 지원자들의 치유와 성장을 통해 보여준 인생 변화"라고 적혀있습니다. 외모 콤플렉스를 성형수술을 통해 크게 변화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세계 최고의 소설가가 된 스티븐 킹의 영업비밀은 단순했습니다. "주인공을 끊임없이 곤경에 빠트려라.".....(중략)..... 신원호 PD가 연출을 맡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참 나, 하나님이 저 위에서 큐사인을 주시나? 시련하나 끝나면 기다렸다가 바로 다음 시련 던져주고. 인간 하나를 가만 두지를 않네. 가만 두지를 않아"


김승일 저, <재미의 발견>중 재미의 완성 파트에서 발췌


이제 재미는 특이, 전이, 격변의 시작점에서 완성을 향해 달려간다.  내 삶의 특, 전, 격이 제3의 시각의 객관화를 거치고 나면 내 인생 시나리오의 기획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며 마치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뭐라고 한마디 남기고 싶나.라는 질문을 들은 것 같다. 내 삶의 다큐 한 편을 만든다면 제목과 기획의도는 뭘까. 다큐의 엔딩 장면에 나는 뭘 넣고 싶은가. 삶의 재미를 찾기 위한 질문들이었는데 또 무거워졌다. 이 재미없는 사람 같으니.


주인공에게 끊임없는 시련을 주는 게 스티븐 킹의 흥행의 비밀이었다면 내 삶의 PD는 이미 그 비밀을 터득한 것만 같다. 깜빵에만 시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각기 다른 시련의 무대에 우리는 주인공으로 올라와있다. 내 인생의 PD님은 기가 막히게 내 인생의 격변을 연출해내고 있다.


2019년 하반기의 나는 중국에 잡 오퍼를 받고 비행기를 탔다.  중국에 집을 구하고, 낯선 나라의 직장에서 적응기를 가지며 아이와 남편을 중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던 중,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황급히 한국에 들어와 중환자실에 있는 엄마의 곁을 지키는 도중, 코로나가 터졌다. 2020년 초반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사 준비를 하고, 남편 직장 정리까지 끝내고 중국으로 나가기 위해 살던 집을 세를 준 상태였다. 그리고 중국의 국경이 막혔다.


그때 나의 유일한 위안은 엄마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활병원도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그 무엇도 쉽지 않았지만 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살던 집을 세를 놓았던 탓에 당장 머물 곳도 없었고 모든 살림살이는 중국 부둣가 컨테이너에 묶여있는 상태.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생각지도 않던 제주 한달살이를 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2020년 10월에 드디어 중국 초청장을 발급받아 가족이 중국으로 갈 수 있었다.


2020년 말, 회사는 유례없는 코로나에 휘말려 전례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일하며 집세 보조까지 받는 내 입장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비싼 외국인 용병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구사일생으로 구조조정의 리스트에서 살아남았을 때 나는 중국일 20%, 본사 프로젝트 80%로 한 직장에서 마치 투잡을 뛰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조직 변경으로 인해 본사 프로젝트 팀에 투입이 되었고 (중국일은 20% 유지한 채로) 본사 TF의 대부분이 미국인이었던 관계로 시차 때문에 근무시간이 오후 2시에서 밤 11시로 조정되었다. 중국으로 어렵사리 출국한 지 반년만의 일이었다. 낮에는 중국어로 일을 하고 밤에는 영어로 일을 해야 했다. 그 프로젝트에 나는 한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일하는 유일한 아시안이었다.


그렇게 2021년, 중국어에 좀 익숙해진다 싶었더니 이번엔 본사 프로젝트에 영어에 정신이 없었지만, 아들이 한인 유치원에 적응을 잘하고 있었고  남편도 상해의 생활에 엄청난 적응력과 생활력을 보여주고 있어 감사할 무렵이었다. 회사에서 계속되는 구조조정과 상해에서의 집세 지원은 2022년 말이면 끝나는 상황이어서 그다음 커리어에 대해 슬슬 생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어차피 본사 프로젝트 일 때문에 밤에 일하는 터라 거의 재택이니 이 참에 한국을 좀 길게 다녀오자고 했다. 상해의 주변 한국 이웃들이 그렇게 재택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한국도 갈 수 있고 부럽다고 했다. 삶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우리가 살 집이 없어져 제주도 한달살이를 마이너스 통장 파면서 갔을 때도 사람들은 우리를 부러워했다.


이 쯤되면 삶의 재미의 완성은 내 맘 속 PD님에게 달린 것 같다. 나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고난 속에, 남들의 걱정과 우려 속에 쓰러지는 불운의 아이콘이 되게 할지, 각종 시련 속에서도 감사와 긍정을 찾고 또 새로운 시련에서 재미를 찾아나가는 캔디 같은 주인공이 될지.


By the way, 진짜 재미있는 게 뭔지 아나?

기회와 시련은 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 재이의 재미의 발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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