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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르테미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지루함의 90분

by 뭅스타

<아이언맨 3>,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각본 작업에 참여한 드류 피어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호텔 아르테미스>를 관람하였다.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한마디로 굉장히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상영관을 나서면서도 대체 내가 뭘 본 건지 모를 정도로 아무 감흥도 선사하지 못한 영화였달까.


영화는 사상 초유의 폭동이 일어난 2028년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범죄자들을 치료하고 그들이 머물 숙소를 제공하는 호텔 아르테미스의 운영자이자 간호사 진은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 에베레스트와 함께 어느 날처럼 범죄자들을 돕는다. 그러던 중 진의 과거와 연관 있는 한 인물과 LA를 주름잡는 범죄 조직의 보스 울프킹이 연이어 호텔을 찾아오면서 22년간 지켜오던 호텔의 룰을 하루아침에 깨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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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을 셀 수 없이 많다는 이유로 범죄자들을 돕기로 마음먹은 진이 발달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돕는 초반부만 해도 영화는 나름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작품처럼 보인다. 니스, 나이아가라, 와이키키, 아카풀코 등 다양한 도시의 이름을 딴 각각의 방에서 본명 대신 그 이름으로 불리는 범죄자들이 한 명 한 명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 또한 앞으로 이들이 어떤 활약을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불러 모은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초반 10분 여의 시퀀스가 가장 매력적인 순간처럼 다가온다.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범죄자들이 모이는 호텔이라는, 아르테미스 호텔만의 독특한 설정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텔에 머무는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그들 각자의 개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며, 영화 전체에서 이들이 '활약'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선보이는 것은 1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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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주인 진의 과거와 관련된 에피소드 역시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22년간 호텔의 룰을 굳건히 지켜오던 그녀가 냉정함을 잃고 룰을 어기는 모습, 그리고 그 이후 그녀의 과거와 관련된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모습은 결국 그것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만큼 그저 심드렁하게만 다가온다. 그리고 이렇게 과거와 관련된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 못하다 보니 전혀 궁금하지 않은 사족처럼 느껴지며, 로스앤젤레스의 전례 없던 폭동이 발생했다는 설정 또한 그것이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와 큰 관련이 없기에 불필요한 설정처럼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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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물론 감독으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조디 포스터를 비롯해 소피아 부텔라, 스털링 K. 브라운, 데이브 바티스타, 그리고 제프 골드브럼, 재커리 퀸토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배우진들이 총출동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익숙한 연기, 익숙한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에 그치고 만다. 이는 결국 영화가 이 배우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고, 인물들은 그 누구에게도 이입할 수 없는 데다 이렇다 할 볼거리마저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 볼 일 없이 소비되고 마는 배우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지경이다. 94분이라는 짧은 편에 속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감흥도 선사하지 못하는 전개 탓에 무척 루즈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대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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