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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l 16. 2019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시리즈의 마지막이기에 더더욱 아쉽기만.

19.06.10. @CGV평촌


밀린 개봉작 관람에 나선 오늘의 첫 영화로 어쩌다 보니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엑스맨 : 다크 피닉스>를 관람했다. 몇 번씩 재촬영을 하며 개봉이 연기될 때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개봉 후 처참한 평가를 받고 있는, 그럼에도 시리즈의 팬으로서 최소한의 기대를 품고 관람한 이 영화는, 황당하고 지루하며 당혹스럽고 처참했다.

영화는 프로페서 X의 지휘 아래 다른 엑스맨들과 함께 우주에서의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진 그레이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억눌려왔던 어둠에 눈을 뜨는 것으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 프로페서 X에게 극도의 분노를 품게 된 진은 스스로도 통제 못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동료들을 위기에 몰아넣기 시작하고, 한편 우주를 통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는 부크는 실의에 빠진 진에게 접근한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장점은 극히 적다. 사운드트랙만은 두고두고 듣고 싶게 만드는 한스 짐머의 음악, 그나마 캐릭터성을 톡톡히 살린 매그니토의 활약, 그리고 최소한 114분의 러닝타임이 마냥 루즈하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는 딱 그 정도일 뿐, 마찬가지로 혹평을 많이 받았던 <엑스맨 : 아포칼립스>조차 나름대로 흥미롭게 봤던 나에게 이 영화는 오랜 시리즈의 피날레로써 특별한 매력을 안겨주지 못했다.

먼저 영화에서 가장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진 그레이의 성격 변화가 큰 이해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겨온 자비에 교수에게 어느 정도의 분노나 배신감이 느낄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리고 진이 우주에서 얻게 된 힘이 그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고는 하더라도, 과연 진이 그녀를 지금까지 성장시켜 준 자비에 교수에게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인지가 크게 납득되지 않을 뿐더러 갈등이 회복되는 과정은 더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다.


또한 주인공 진 그레이의 어마어마한 활약이 이어지는 와중에 앞서도 말한 매그니토의 활약만이 그나마 인상적으로 다가올 뿐, 이전까지 각자의 능력을 훌륭히 살려냈던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철저히 소모적인 존재로 그려낸 점도 아쉽게만 느껴진다. 특히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이후 새롭게 시작된 프리퀄 시리즈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던 미스틱과 퀵실버를 이렇게밖에 활용하지 못 했다는 것은 이 시리즈에 애정을 갖고 기다려 온 팬으로서 꽤나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더불어 전작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도 과연 이 역할을 오스카 아이작이 해야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던 빌런은,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 루크에서 더더욱 큰 아쉬움을 선사한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트렌드에 맞춰 영화의 주인공과 빌런을 모두 여성으로 설정한 것을 인상적으로 느끼기엔, 첫 등장부터 퇴장하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하는 빌런에 대한 설정은 가장 재미가 극에 달해야 할 클라이맥스를 아무런 감흥도 선사하지 못하는 마무리로만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지난 2000년 개봉한 <엑스맨> 1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편 가까이 이어진 시리즈의 피날레라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봤을 때 끝날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져 온 오랜 시리즈의 완결로써 이 영화가 캐릭터들을 퇴장시키는 과정은 많은 의미에서 황당함을 넘어 무책임하게까지 느껴진다. 더불어 엔딩을 보고 있자면 대체 놀라운 쾌감을 선사했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마무리는 어디로 증발해 버린 것인가에 대한 찝찝한 의문만을 남길 뿐이다.

몇 번씩 재촬영을 거듭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무난하게 느껴진 영화였지만, 한 편의 독립적인 영화가 아닌 오랜 시리즈의 연장선상이자 피날레로 접근했을 때 이 영화가 그려내는 전개와 인물들의 활약상은 정녕 이게 최선인 걸까 싶을 만큼 아쉽고 또 아쉽다. 정말이지 이 시리즈는 오랜 팬들을 위해서라도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끝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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