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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 또는 예술가 Jun 18. 2023

산중여유인대작

이백


그대와 내가 만나자

산꽃들도 반가와 피네

  들게   주게

  ,  지는  모르고

나는 이미 취해서

풀밭에서 한잠 자려고 하니

그대는 마음대로 갔다가

내일 아침 거문고나 안고 오게.




 


 이백보다 두보의 시를  좋아하지만,  봄날에 피는 꽃들 사이에서 헤매는 나이가 되고 

꽃향기에 취하니 이 시가 마음에 사무친다.


산중에서 그대와 함께 술을 마시다. 상황 자체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천지에 봄이 가득하고 꽃들이 지천에서 살랑거리는 계절.

 아름다움 속에 벗이 찾아와 주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그 마음을 꽃들이 피어나며 반겨준다고 하는데 그럴 리가 있겠는가.


꽃은 사방에서 피지만, 마음에서 피는 꽃도 있는 법이다.

 사이에 앉아 그대와 나는 잔을 비운다.

한 잔, 또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해는 이미 기울어 버렸다.


정철의 <장진주사>에서 꽃나무 가지를 꺾어 수를 헤아리며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

옛사람들은 이런 멋들어진 정취가 있었나 보다.

향긋한 꽃내음이 바람을 타고 온몸으로 스며드는 아름다운 계절.

그대와 나는 꽃에 취하고 술에 취했다. 아니, 우리는 모두 봄에 취한 것일지도.​


나는 이미 취해서 풀밭에서 한잠 자려고 하니 그대는 마음대로 가라고 한다.

나는  '마음대로'라는 단어에 공감했다. 그대가  곁에  있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그대의 행동에 제약을 걸지 않는 마음 씀이 보여 넉넉한 사랑과 우정의 깊이를 감지한다.

내일 아침 거문고나 안고 오라니. 마지막 구절에서 눈물이  돈다.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그대. 거문고를 안고 오면 우리 우정과 사랑의 깊이는 더 하겠지?


봄이 오면 나는  시를 가슴에서 꺼낸다.

메마르고 팍팍해서 꽃내음을 충분히 누릴  없는 시대.

한잔 주거니 받거니 마시며 취할 때까지  이야기를   있는 그대.​

그런 그대가,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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