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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계에이방인 Dec 25. 2023

모든 끝에는 시작이 있다

2022년 UTNP 9peaks


2022년 10월 가을

생각보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 펜데믹. 긴 공백을 뚫고 오랜만에 열린 대회였다. 하반기 부터 코로나의 규제가 점차 풀려 오프라인 행사가 열린것이다. 2019년 동동이가 태어니면서 부터 육아로 인해 운동이고 뭐고 제대로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일과 육아에만 시간이 집중되었다. 조그맣고 소중한 생명체가 어느덧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망기질대로 망가진 몸상태와 정신은 쉽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22년이 시작되며 변화의 몸부림을 시작했다. 그 시작인 2022년의 마무리가 장거리 대회의 완주였다.


움직이지 않던 돌을 굴리려고 하니 좀 처럼 쉽지 않았다. 꿈틀꿈틀 되다 9월이 되서야 조금씩 움직여 졌다. 약 한달간 정신없이 달렸다. 일단 굴러가기 시작했다.


울주에서 열리는 울트라 트레일 나인피크(UTNP)는 영남 알프스 9봉우리를 제한시간 39시간만에 넘어야 하는 국내에서도 아마 가장 빡센 대회다. 거리 121.5km 상승고도 9190m .

나의 경험과 상식을 넘어서는 레벨이다. 그래서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될지, 어느정도까지 견딜수 있을지. 모든것이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회피하거나 빠르게 결론을 내려 버린다. ‘불가능한 일이다’. 무언가를 시작 하기도 전에 안될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다. 성장을 원한다면 위험에 노출 되어야 한다. 능동적으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을 ‘도전’이라 부른다.

위험, 불확실성을 피하는 즉 새로운은 일을 피하게 되는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여전히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이유다. 현재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가기 위한 나만의 일종의 의식이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카카로트)가 강해지기 위해 목숨을 걸듯이. 물론 나는 목숨을 걸지는 못한다. 어떻게든 살아있어야 한다. 위험이라고 해봤자 내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뿐이다. 기록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끝까지 피니시 라인을 통과 하느냐 못하는냐.


연습이 충분했는지 부족했는지는 이제 과정을 통해서만 느낄수 있을거 같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선택권도 있다. 고민하는 사이 이미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여전히 포기라는 선택권이 있다. 출발선 바로 뒤에 섰다. 출발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됐다. 이제는 갈수밖에 없다. 출발선을 통과하기 까지가 가장 어렵다. 일단 통과하고나면 앞으로 가는거 밖에 생각이 나지않는다. 그냥 간다. 그냥 달려간다


UTNP 공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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