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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y 28. 2023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조금씩 천천히>

< 이 글은 5/21 작성되어 오늘 업로드하네요^^;>


브런치에 아이가 오랜만에 큰 병원에 간 이야기와 병원에 갔다가 읽은 그림책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브런치에 ▼ 담겨있다.


https://brunch.co.kr/@nowtoday/249


그때의 경험 이튿날 입원한 과정을 적으며 느낀 점을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앞에 글을 보면 알겠지만 첫째는 낯선 상황에서 불안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첫째는 둘째보다 겁이 많다. 겁이 많다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말 그대로 둘째보다 겁이 조금 더 많은 아이라는 것이다. 첫째의 이런 모습은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경험을 통해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일까? 아이의 겁 많음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내 아이로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겁 많음'이 어떤 어른들한테는 '미숙함'으로 비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어른들한테는 '불편함'으로 다가가는 것 또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너무 아쉽다. 겁이 많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쉽게 낙인을 찍는다.

"피곤한 아이" "예민한 아이" 등등.

하지만 이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을 더 많이 느낄 뿐이다.

그래서 더 경험한 어른이 조금만 설명해 주면 된다.

설명한다고 해서 바로 진정된다는 말이 아니라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아이가 낯설고 무서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익숙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조금씩 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


열이 떨어지지 않아 첫째가 링거를 맞았던 병원 이틀 후 다시 방문했다.

인기 있는 병원이라 대기가 30명을 넘어간다.

첫 째에게 의사 선생님 진단 후 병원에 입원을 할 수도 있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딸은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하는 듯했다. 힘들었던 링거를 다시 맞아야 하고,

저번에 했던 검사를 또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대기가 15명쯤 남았을 때 갑자기 우는 아이를 보고 첫째가 "왜 저렇게 우는 거야! 나는 잘 받을 수 있는데"라고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스스로 겁을 이겨내려는 것 같아서 대견하다.

동생을 상대로 큰 소리를 치는 게 웃겼지만 "맞아! 동생은 무섭나 봐~ 동생은 무서울 수 있겠다"라고 말해주었다.

예상은 했지만 결국 입원을 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리고 대망의 링거 맞는 시간. 다행히 저번에 화냈던 간호사님이 아닌 다른 간호사님에게 링거를 맞게 되었다.

나는 좋았는데 익숙한 것이 편한 첫째는 저번에 주사 놓아준 간호사님께 가고 싶다는 것이다.

저번에 간호사님이 큰소리 내는 모습을 못 보았나? 아니면 첫째는 단순히 익숙한 (보장된) 장소가 좋은 건가 긴가민가하다. ]하긴 그때 정신없이 운다고 화내는 간호사님을 본 것 같지 않긴 했다.

모든 상황은 주관적인 거니까 딸이 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내가 예민했나 싶기도 하다.

다른 층 링거 맞는 곳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과 비슷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엄마는 미세하게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우리 아이는 솜으로 닦는데도 울지만 저번보다 훨씬 진정된 느낌이다.

하지만 손도 대지 않았는데 운다.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나중에 포켓몬 카드를 주겠다고 딜을 했다.

'그건 알겠지만 지금은 겁나!!!'라고 말하듯 발을 동동 구르며 간호사의 무릎과 부딪힌다.

발을 동동 구르면 바늘을 잘 못 넣어 다칠 수 있다고 간호사님이 알려주신다.

간호사님이 불안하다며 다른 간호사님에게 아이의 다리를 잡아주길 요청했다.

그때 첫째가 울면서 "지금 맞을래. 지금 당장 주사 놓아줘"라고 말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나 보다.  

다행히 나름대로 참아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면 참는 모습이 아니었겠지만 엄마라서 볼 수 있는 미세한 성장을 보았다.


이 일을 적으면서 주사 맞는 것이 일상인 엄마가 보면 마음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 것 같고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은 주사에 대해 적었지만 주사 맞은 에피소드를 전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사실 이 글은 아이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의 두려움에 관한 설명을 주사를 맞은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이 순간 엄마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은 < 조금씩 천천히> 다.  

유아전집 스텝스 중 한 권인데 예전에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도 대여해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기찬왕자는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기찬왕자의 두려움을 해결해 준 것은 누구일까?

의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다. 기찬왕자의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건 어릿광대다.

먼저 기찬왕자가 아주 멀리서 강아지를 지켜보게 했다. 그리고 기찬왕자의 자리를

아주 조금씩 천천히 강아지의 옆으로 옮긴다. 마침내 기찬왕자는 강아지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림책에서 보여준 어릿광대의 테라피는 '체계적 둔감법'이라는 테라피다.

기찬왕자가 조금씩 천천히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극복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강제적으로 두려움과 대면하게 하거나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천천히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배려하면서도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

물론 살다 보면 마음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기 힘든 순간이 있다.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 순간처럼)

그러면 아이와 마음을 함께 해주는 것이다. 아이의 속도를 알고 인정해 주면서 아이에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언젠가 스스로 두려움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 믿는다.


의외로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이라 생각한다.

큰 대회에 나가서 떨지 않고 말하는 등의 대단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일상에서 아이가 무언가를 조금씩 극복해 나갈 때

자기 효능감이 커나간다고 생각한다.


육아할 때는 마음먹소 실천해 나가다가도 삶에 치이면 또다시 이런 중요한 것들을 잊고 만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상기시켜 줄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독서다. 독서를 하면서 자신을 계속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림책은 독서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치료제다.


엄마로서의 나,

개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고

건강하게 멋진 육아를 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공부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노력하고 다른 엄마들에게서도 배우면서 하루를 보내보려고 한다.


오늘도 1cm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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