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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un 23. 2023

'의미부여' 병에 걸린 아줌마

이번에는 또 무슨 의미부여를?

난 MBTI가 S와 N 중에 N이다. 내 생각에 N은 의미부여를 잘하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는 넘어가지를 못한다.


이번주에도 또 의미를 부여할 게 생겼다.

지난 목요일부터 어제까지 앓아누웠다.

23년 상반기에 마스크를 벗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이 아프던지 내가 아프던지 한다.

태어나서 걸려본 적 없는 결석도 생기고, 생리통이라고는 모르던 내가 PMS를 매달 겪고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는 독감증상에 열은 나고 몸살로 끙끙 앓았다.

열이 39도 가까이 오르고 몸도 으슬으슬 떨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출산 후 처음으로 링거를 맞으러 달려갔다.

순식간에 잠들었다 깨니 개운해졌지만 약발이 떨어지니 곧 다시 제자리다.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틈만 나면 잤다. 아프지 않으면 낮잠도 안 자는데 틈만 나면 자고 계속 계속 잤다.


아이들 밥은 직접 만든 반찬으로 해주려고 했는데 저번주 금요일부터 배달음식 아니면 원푸드다.

미역국에 밥 혹은 소고기 구워서 밥 짜장면 아니면 주먹밥.

부족한 섬유질은 섬유질이 섞인 영양단백질셰이크나 유산균 젤리 등으로 채워주었다.

몸이 아픈 것이 먼저였는데

오랜 시간 낫질 않으니 마음이 고장 나서 몸이 고장 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며칠 전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뭔가 피곤하고 힘든데 콕 집어서 뭐가 힘들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누군가에게 엄청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애매해. 근데 힘든 건 맞거든?

 근데 생각해 보면 다 이렇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랬더니 친구가 말했다.

"난 왜 그런지 알겠다"

"뭔데 뭔데??? 말 좀 해대"

"다~~~니가 자초해서 일을 만들어서 그렇다. 누가 니보고 가계부를 쓰랬나? 자기 계발을 하랬나?

 투자공부를 하랬나? 책을 읽으랬나? 육아를 그렇게 하랬나? 아무도 너한테 시킨 적이 없다.

 그러니까 네가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하기가 애매~하지. 다 니가 자초한 거라.

 내봐라. 아무~~ 것도 안 한다. 나는 애 키우는 것만 해도 대다.

 자기가 할 만큼 하면 되는 거라"


맞는 말이다. 나는 체력도 안되면서 욕심만 많다.

그래서 무엇하나 놓지 못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이들 밥도 잘 먹이고 싶고,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임신하기 전부터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하원해서 밥도 해먹이고 바깥에서 놀리기도 하려니 엄마 몸이 죽어난다.

아이들 하원시간이 5시가 넘으니 밥먹이고 놀고 씻고 재우기 바쁘다. 


또 학교 공부는? 적당히 하고 싶은데 장학금을 받으려면 공부를 좀 해야 한다.

만학도들은 철들어 들어온 학교라 다들 열심히다.

연시에 소질이 없으니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라도 열심히 해본다.


애들을 재우고 나면 남편과의 대화도 놓칠 수 없다.

아이들 육아와 내가 있었던 일을 공유한다.


재테크도 빠질 수 없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시기니까

남편이 가져다준 돈으로 재테크 공부도 틈틈이 한다.

공부하는 셈 치고 2년째 공부 중인데 이번 연도 수익률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가계부도 적는데 사실 적어야할 것 같아서 그냥 적는다. 

매달 식비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얼마인지 정도가 도움이 될까? 


운동? 체력이 약한 편이라 이 모든 걸 유지하려고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바빠지니 제일 먼저 포기한 게 운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 놓친 셈이 되었다.


브런치도 틈틈이 적어 나가야지. 지금을 기록하는 건 중요하니까.

인스타는 제대로 못한지 꽤 되었다. 


이렇게 모든 걸 다 하려고 해서 그런지 무엇하나 제대로 잡은 게 없다.  

조금씩 자기위안하는 정도로 모든 걸 하고 있다.

몸은 점점 한계가 오는데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더 선명해진다.

사실 체력대로 살고자 하면 육아만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몸살에 의미부여를 해보기로 했다.

이건 신호라고 말이다. 

지금 내가 제대로 움켜쥔 것이 없다는 신호라고 말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해서

다른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심플하고 편안하게 노력해야할 곳에만 노력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늘 느끼지만 머리로 깨달은 걸 실천하기까지 

그 방법을 찾아가고 시행착오를 하는데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움켜쥐기를 실천하기 위해 시행착오하는 시간이라 위안하기로 했다. 


2023년은 아파서 우울했다가 다시 다잡고

아파서 우울했다가 다시 다 잡는 연속이긴 하지만

이러면서 땅도 단단해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라""움켜쥐기"의 교훈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너무 힘주고 살다가 아프면 쓰러지는 것을 반복하지 말자.


내 <용량>을 알자!!!!

아픈 시간들을 통해

유연하고 현명한 아줌마가 되어보기로 한다.


의미부여아줌마의 의미부여 끝.

그런 의미에서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가족여행하며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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